관록의 두 미녀스타가 격돌한다. 언제 봐도 탱글탱글하고 유쾌한 엄정화(33)와 조미령(31)이 12일 동시에 개봉되는 두 영화를 통해 흥행 전쟁의 여전사로 나선다. 엄정화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강석범 감독·제니스엔터테인먼트 제작)의 헤로인으로, 조미령은 ‘어깨동무’(조진규 감독·CK픽쳐스 제작)의 주인공으로 ‘3월의 흥행여왕’을 노린다.
먼저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는 통산 네번째 영화인 ‘~홍반장’에서 한층 사랑스럽게 변신한다. 이젠 그의 이름 앞에 섹시가수와 영화배우라는 수식어를 나란히 배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번에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등에서 보여준 당차고 도발적인 매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안아주고 싶은’ 여자의 여린 속살을 드러낸다.
자기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웠다가 병원에서 일자리를 잃은 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개인병원을 개업한 치과의사 ‘혜진’이 그의 배역이다. 개인주의에 길들여진 도시 여성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충고를 해대는 이상한 동네반장 ‘홍두식’(김주혁)을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과 따뜻한 삶에 눈을 뜬다.
엄정화는 무늬만 완벽주의자이지 실제로는 허점투성이인 혜진과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극중에서 혜진이 공주병 기질을 뻔뻔스럽게 뽐내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엄정화의 인간적인 매력이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섹시스타의 대명사인 엄정화가 단정한 로맨틱 코미디의 헤로인으로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면, 조미령은 섹시한 무기로 맞불을 놓는다.
‘어깨동무’에서 조미령은 독립군 건달조직의 두목인 태식(유동근)의 애인 ‘미숙’ 역으로 나온다. 스크린에서 주연급 배역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인 조미령은 화끈하게 몸을 던졌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태식과 침대에서 몸을 맞댄 채 질펀하게 교성을 지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숙은 무식하지만 한 남자에게 순정을 바칠 줄 아는 여자다. 조미령은 시종 풍만한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채 코믹하고 섹시하게 백치미를 뽐낸다.
특히 태식의 부친(김무생)에게 예비 며느리로 인사를 올리는 대목에서 조미령은 뱀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는 이채로운 장면도 보여준다. 치마 속을 습격한 뱀 때문에 온몸을 더듬으며 어쩔 줄 몰라하는 조미령의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최강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꿈꾸는 ‘~홍반장’과 조폭 코미디 영화의 재미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어깨동무’는 각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대형 영화의 강력한 흥행 바람을 이어가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두 영화를 이끌고 있는 엄정화와 조미령의 ‘2인2색’ 매력이 극장가에 어떤 반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