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 청동기시대 문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시대를 담다, 농경문 청동기> 특별기획전이 8월 18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전국 12개 박물관, 지자체가 협력하여 평소 일반 시민들이 보기 힘든 국보로 지정된 귀한 국가유산을 순회전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청동기시대의 모습을 담은 농경문청동기, 신라 무덤에서 나온 화려한 금관과 기마인물형토기, 아름다운 고려 상감청자, 담백한 멋을 지닌 조선 달항아리 등 교과서에 실린 친숙한 명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귀중한 문화유산과 함께 전시 관련 교육과 공연이 이뤄지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행사인데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많은 시민들이 편안히 접하면서 문화유산 속에 깃든 역사적 가치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합덕수리박물관에서 열리는 국보순회전에서는 국립공주박물관과 당진시 공동주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농경문청동기, 방패형 동기, 청동방울 등 5점의 청동기 시대 보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귀한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겠지요.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합덕수리박물관을 찾아 청동기 시대상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시관 입구에는 모형 청동기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동안 눈으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만져보고 감상할 수도 있어 더 좋았어요. 유물 모형을 감상한 후 포토존에서 청동기시대의 지배자가 되어 인증샷도 남깁니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왼쪽에 유물을 보면서 읽어볼 수 있는 유물관련 정보가 적힌 푯말이 있습니다. 푯말 우측 상단에는 큐알코드가 있는데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유물에 대한 안내가 글과 음성으로 지원이 돼 유익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농경문 청동기의 재료인 청동은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합금입니다. 구리는 자연에서 비교적 쉽게 채취할 수 있고 매장량도 풍부해 일찍부터 무기나 도구, 화폐 등의 재료로 사용되었는데요. 성질이 물러 쉽게 형태가 변형돼 주석 등을 섞어 구리의 성질을 보완해 강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청동기는 지배자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농경문 청동기에는 놀랍게도 청동기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의 단서 '농경, 지배자, 청동기'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합니다.
너비 12.8cm의 작은 청동기에 담긴 청동기 시대 모습을 알아볼께요. 정확한 출토 위치는 알 수 없지만 농경문 청동기는 대전에서 나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청동기는 아랫부분은 없어지고, 두 조각으로 부러진 채 녹이 심해 가장자리에 돌린 기하학적인 무늬 일부만 드러나 있었는데요. 보존을 위해 겉에 붙은 녹을 하나둘 제거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청동기 앞면과 뒷면에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 농경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현재까지 발견된 청동기 가운데 유일하게 청동기 시대의 생업과 신앙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확한 출토지를 모른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과 그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마침내 보물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농경문 청동기는 그 옛날에 찍은 순간 포착 사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농경문 청동기는 풍년을 바라던 옛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이 유물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농경문 청동기 양쪽 면에는 정 가운데, 세로 방향의 무늬띠가 좌우로 공간을 나누고 있는데요. 먼저 둥근 고리가 달린 면에는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 끝에 새가 한 마리씩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머지 고리가 달리지 않은 면에는 좌우 위아래에도 그림이 있는데요.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머리 위에 긴 깃털 같은 것을 꽂고 발가벗은 채로 밭을 일구는 남자, 괭이를 치켜든 사람, 항아리에 무언가를 담고 있는 여자가 보이는데요.
밭을 가꾸어 수확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농경문 청동기에 그려진 밭, 격자 무늬가 새겨진 토기, 새 등이 실제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그대로 확인된다는 점인데요. 토기의 격자무늬는 운반 또는 고정을 위해 끈으로 묶었던 흔적으로 큰 저장용 항아리에서 보인다고 합니다. 논 근처 우물유적에서는 나무로 만든 새가 발견되는데요. 이를 통해 농경사회에서 새가 풍요와 안녕을 가져다 주는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에는 항아리와 인물이 새겨져 있습니다. 곡식을 빻는 모습일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일지 알 수 없는데요. 재배부터 수확으로 이어지는 농경사회 풍경 중 어떤 장면이었을지 한번 상상해 보며 관람해도 좋을듯 합니다. 또 다른 궁금증은 오른쪽 장면 발가벗은 채 밭을 가는 남자의 모습인데요. 조선 16세기 기록에 따르면 함경도나 평안도 등 북쪽 지역에 나경이라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경은 연초에 발가벗고 추위를 견디며 밭을 가는 행위를 통해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한 것인데요. 2천여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지만 농경문 청동기 속 발가벗은 채 밭을 가는 남자도 농경 관련 의뢰를 행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방패형동기는 기원전 4세기 무렵 만들어진 대전 괴정동 돌무지널무덤에서 한국식 동검, 거친무늬 거울, 덧띠토기 등과 함께 출토되었는데요. 이렇게 귀하고 많은 청동 제품들을 가질 수 있었던 무덤 주인공은 그 지역의 지배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방패형동기 모양을 살펴보면, 윗부분은 각이 지고 아랫부분은 둥근 방패 모양으로 마치 길게 내뻗은 혓바닥을 닮았는데요. 윗부분에는 네모난 구멍 4개가 나 있고, 구멍마다 닳은 흔적이 보여 실제 사용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면은 직사각형의 점줄무늬를 가운데와 가장자리를 따라 둘렀지만 뒷면은 별다른 장식이 없는데요.
농경문 청동기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경과 관련된 의식에서 지배자가 사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태양, 비, 바람 등 한 해 농사에 큰 영향을 주는 자연 현상은 농경사회에서 큰 관심사였는데요. 방패형동기는 끈으로 신성한 곳이나 옷에 매달아 종교적 의식에서 썼던 귀한 물건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방패형동기는 모두 3점 확인되는데요. 청동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농사짓는 모습이 묘사되거나 고리 또는 방울 모양의 장식이 달리는 등 형태와 문양이 점차 정교해졌습니다.
청동기 시대 지배자에게는 자연스럽게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권위까지 요구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당시 종교적 행사에서 반짝반짝 황금빛을 내뿜었을 청동기들은 지배자의 신성함과 위상을 더하는데 안성맞춤이었을 것입니다. 청동기는 잔무늬거울, 다양한 모양의 방울 등으로 발전을 이어가는데요.
위 청동 방울은 충청남도 논산 훈련소 인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포탄 모양의 간두령(竿頭鈴) 2점, 8개의 방울이 달린 팔주령(八珠鈴) 2점, 긴 청동봉 양 끝에 방울이 달린 쌍두령(雙頭鈴) 2점과 조합식 쌍두령 등 모두 7점 중 3점인데요. 표면에는 짧은 선을 촘촘히 새기거나 끝이 말린 고사리 문양을 넣어 정교하게 장식하였습니다.
방울은 오래 전부터 종교 의식에서 악기의 한 종류로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는데요. 그 중요성 때문에 청동 방울을 껴묻거리로 무덤에 넣기도 했습니다. 청동 방울이 출토된 논산을 비롯하여 전라남도 함평 초포리·화순 대곡리 유적에서는 청동 방울과 함께 동검, 청동 도끼, 청동 거울, 청동 끌 등이 출토되었다고 해요.
충남 예산, 논산, 경상북도 상주 등에서도 여러 종류의 청동 방울이 한꺼번에 발견되었습니다. 청동기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례용 청동기의 수와 종류가 크게 증가하였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동 방울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은 2개의 방울이 달린 쌍두령인데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동이족이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며 귀신을 부린다'라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팔주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교한 청동방울이라고 해요. 팔주령을 자세히 보면 고사리 무늬, 짧은 선무늬, 연속된 점무늬 그리고 햇살무늬(톱니무늬) 등이 보입니다. 가운데의 햇살무늬와 팔주령의 모양은 생명력의 근원인 태양을 상징한다고 해요.
전시관 한쪽에서는 청동방울과 청동거울 관련 영상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청동기 일괄품들은 기원전 3~2세기 무렵, 지도자의 권위를 상징했던 의례용품들이라고 해요. 왼쪽의 한국식 청동칼은 가늘고 허리가 잘록하며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끼워 사용했다고 합니다. 영상으로 보는데도 광택과 날카로움이 여전해 230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배여 있는 듯 하네요.
잔무늬 거울의 뒷면에는 매우 세밀한 원과 선의 무늬가 가득합니다. 자세히 보면 폭 0.5cm 안에 평균 13~14줄의 돋음 선들이 채워져 있는데요. 잔무늬 거울을 만들기 위해 무엇으로 거푸집을 만들었는지와 거푸집에 세밀한 무늬를 새겨 넣었는지도 알아봅니다.
거푸집은 점토 거푸집과 활석 거푸집이라는 두가지 주장이 있다고 해요. 영상에서는 활석 거푸집으로 거울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1. 활석은 물러서 가공하기 쉽고 녹는점이 청동(950°C)보다 높은데요. 먼저 청동으로 초보적 형태의 컴퍼스를 만듭니다.
2. 컴퍼스에는 여러개의 이빨이 있어서 한번에 여러줄의 동심원을 새길수 있는데요. 활석 단면 위에 기준점을 세우고 컴퍼스를 한바퀴 돌리면 여러줄의 정밀한 동심원을 새길 수 있습니다.
3. 청동 송곳으로 빗금을 그어서 각 구획을 촘촘히 채워 나갑니다. 이때 반복되는 짧고 긴 선과 동심원이 전무늬 거울의 핵심이라고 해요.
4. 무늬를 다 새긴 뒤 거푸집 짝을 덮어주고, 틈을 메운 다음 주둥이에 녹인 청동물을 부어주면 잔무늬 거울이 탄생합니다.
약 2300년 전에 찬란한 금빛을 뽐내며 귀한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거나 태양빛을 반사했을 귀중한 유물들인데요. 거울과 청동기들이 연출했던 장엄한 의례의 순간들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국보순회전 관람을 마쳤습니다.
한편 8월 15~17일 오후 2~11에는 합덕제 인근에서 '당진문화유산 야행'이 열리는데요. 합덕제를 걷다보면 합덕이야기꾼과 매혹적인 선율의 피리 공연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합덕제 일원에서 연꽃 밭과 버드나무 사이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합덕제 천년의 역사를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해 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