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오면 사찰마다 동자승(童子僧)이 출현한다. 과거에는 동진출가(童眞出家)라 해서 어린나이에 출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린나이에 출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사찰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2주 정도 단기출가를 체험할 동자승을 받는다. 6~7세 안팎의 어린 동자승은 사찰의 활력이다. 조그만 몸에 가사장삼을 수한 모습도 귀엽거니와 속기(俗氣)가 전혀 없는 천진스런 행동과 미소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맑게 한다.
동자승은 7세에 출가한 부처님 아들 라훌라가 최초다. 속진(俗塵)이 묻기 전에 출가해 깨달음을 이루고자하는 바람은 모든 스님들의 염원이었다. “세상에 물들기 전 아이로서 출가하기를 바란다”는 이산혜원 선사의 발원문이 대표적이다.
수행은 마음의 때를 벗기는 일이다. 청정했던 본래 마음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잡티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들의 마음이 부처님 마음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동자승을 ‘천진불(天眞佛)’이라고도 부른다. 천진(天眞)은 ‘천연 그대로 본래 그러함’을 의미한다. 본래 그대로의 부처, 우주에 충만한 법신불(法身佛)의 다른 이름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중 ‘학생행복도’에서 한국학생이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한국학생은 21.6%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네덜란드(3.7%)에 비해 6배나 많았다. 삶에 만족하는 학생은 18.6%에 불과해 OECD 평균 34.1%에 한참 미달됐다. 우리보다 낮은 곳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터키뿐이다.
동자승처럼 웃음 가득해야 할 우리 아이들의 삶을 불행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어른들의 욕심이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경쟁으로 아이들의 삶을 고통으로 물들이고 있다. 동자승의 천진스런 웃음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 아이들의 얼굴에서 맑은 미소가 곧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새삼 집에 있는 천진불에게 부모인 우리가 마장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