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침대 외 1편
양애경
새벽
창밖에 희미한 빛이 보이는데
몸에 미열이 있다
엄마는 요양원에 계시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엄마 침대 밑에
작은 요를 깔고 잔다
어제 엄마가 식사를 못하시고 혈압이 너무 떨어지니
수액을 좀 넣겠다고 전화가 왔다
손을 뻗어
침대 나무판을 잡는다
나뭇가지같은 엄마 손을 잡은 것 같아서
흐느끼다가
결국은 소리내어 운다
엄마는 아직 이세상에 계시는데
왜 나는 초상 당한 사람처럼 울고 있나
이러다가 내 몸이 다 녹아버리겠다
방이 소금물에 잠기면
빈 엄마 침대가 섬처럼 뜨겠다
여자
양잿물로 삶아
햇볕에 잘 말린 란닝구처럼
하얗고 보송한 여자
가슴팍에 코를 묻으면
햇빛 냄새가 나는 여자
머리칼에 뺨을 대면
바람 냄새가 나는 여자
잘 웃는 여자
낡은 메리야스처럼
주변 습기를 금방 흡수해
쥐어짜기만 하면 물이 흐르는 여자
잘 우는 여자
편서풍에 날아간 여자
빠른 시냇물에 둥둥 떠 급히 흘러간 여자
오래 입고 여러 번 빨아 얇아진
그 여자
지금 어디 있나?
양애경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에 읽었구나!, 맛을 보다,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등이 있음.
김종철문학상, 풀꽃문학상, 애지문학상 등 수상.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