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어떤 부동산을 사야 할까?
퇴직을 9개월 정도 남겨둔 60대 초반의 A씨가
노후의 재테크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서
조언을 듣고 싶다며 상담을 신청해 왔었다.
A씨의 사생활과 읽는 분들의 가독성을 위해
내용은 각색하였다.
1.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A씨는 40대 초반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노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두 사람만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전환을 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내년 2월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그때 받을 퇴직금과
그 동안에 모아놓은 돈을 합치면
약 5억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긴다고 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가
최근 최대 고민이라고 했다.
A씨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현재 대출 없이 자가로 거주중인
옥수동 30평형대 아파트를 팔아서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고 한다.
A씨가 생각하는 상급지는
1순위가 개포동이고, 2순위가 잠실이었다.
개포동의 경우
30평형대 매매가가 대략 26억원이다.
매수자금계획으로
옥수동아파트를 17~18억원 정도에 매도하고
여윳돈 5억원에
약 4억원 정도를 대출 받을 생각이라 한다.
재직증명과 소득증빙이 가능할 때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내년 퇴직하기 전에
갈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퇴직 후에는 하청업체에 취업을 해서
몇 년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동안 이자 감당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즉, 하락장일 때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이
옥수동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자산증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노후대비도 할 겸 갈아타기를
시도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에 A씨의 집을 보고 간 사람중에
5,000만원 정도 가격조절을 해주면
매수할 의사가 있다며
부동산에서 연락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잠실의 경우 30평형대가
21~22억원 정도이므로
대출을 받지 않아도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옥수동에 비해서
크게 급지를 높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망설여진다고 했다.
웬만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개포동으로 갈아타고 싶은데
정 안되면 잠실이라도 갈아탈 생각이라고 했다.
A씨가 나에게 듣고 싶은 조언의 요지는
무리를 해서라도 개포동으로 가야할지
아니면 자금에 맞춰
부담 없는 잠실로 가야할지였다.
2. A씨에게 해주었던 조언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A씨에게 개포동도 잠실도 아닌
그냥 옥수동에 계속 살았으면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부동산중개업과 투자를 하다 보니
재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령대에 맞지 않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강의 또는 상담 때
자주 예로 드는 사례가 있다.
우리 사무실 인근에
40년 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80대 초반의 할머니가 있다.
그 할머니는 목돈이 생길 때마다
언젠가는 개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경기도 외곽지역에 조금씩 땅을 사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40년 동안 모은 토지는
현재 가치가 7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참 부러운 재력의 보유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자산을 갖고 있는 정육점 할머니에게는
경제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전에 장사가 잘 될 때에는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하나 둘 대형마트가 생기고 부터는
동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의 정육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매우 많은데
당장 쓸 현금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끔 정육점 할머니는 우리 사무실에 오셔서
생활비가 부족해서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이 망설여지게 된다며
하소연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땅을 팔면 될 텐데,
땅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해
본인 살아생전에는 한 평도 팔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고생만 하고
자신이 이룬 ‘부’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부’는 ‘명예’가 아니다.
돈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또는 존경받기 위해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나와 나의 가족들이
함께 누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돈’은 마음의 만족이 아니라
육체의 편함을 주어야 한다.
이런 경우를 볼 때마다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령대에 맞는
부동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육점할머니에게는
5년 후, 10년 후에
수 십억원의 시세차익보다,
매달 생활비 몇 백만원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근로소득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끝이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근로소득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재테크의 속도와 크기는
근로소득의 유한성을
얼마만큼 빨리 인식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3. 지금 A씨에게 필요한 부동산은?
그래서 나는
A씨에게 옥수동아파트를 그대로 보유한 상태에서
여윳돈 5억원으로는
수익형부동산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해주었다.
근로소득이 한 참 뒷받침 되는
30~40대라면 공격적으로
시세차익형부동산에 투자를 해서
자산의 판을 최대한 크게 키워야 한다.
그러나 근로소득이 정점을 찍고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예비은퇴자들에게는
판을 키우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작업이
더욱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시세차익형’과 ‘수익형’을 적절하게 균형 잡는 것이다.
A씨가 상급지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이유는
상급지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단지 투자목적 때문이다.
그렇다면 옥수동아파트가 주는
거주의 만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세차익형부동산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보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옥수동 아파트 역시 지난 상승장 때
신고가가 20억원을 훌쩍 넘었던 상급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는
가격의 탄력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다시 회복장이 찾아오면
특별한 호재가 없더라도
예전의 가격으로 회귀하려는 탄력이 존재한다.
옥수동아파트는 충분히 좋은 아파트이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거주하면서
시세차익형부동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여윳돈 5억원은
A씨의 줄어든 근로소득을 대체해줄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에 투자를 했으면 한다.
퇴직 후 하청업체에서
몇 년간 더 일을 할 수 있다 해도
받을 수 있는 급여가
현재의 절반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수익은 크게 줄어드는데
역으로 4억원이라는 돈을 대출 받아서
매달 원리금까지 감당하겠다는 생각은
자칫 큰 무리가 될 수 있다.
젊었을 때에는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현재를 희생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까지
희생을 강요당한다면
삶이 너무 재미없고 힘들 것이다.
A씨에게는 재산을 물려줄 자식이 없다.
그러므로 더 늘리려는 생각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유지하면서
아내와의 행복한 삶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참고로 A씨가 몇 년 후에
하청업체에서도 퇴직을 하게 되면
거처를 20평형대로 줄여서 옮기고
옥수동 30평형대는 월세를 놓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렇게 세팅을 하게 되면
기본적인 연금과 수익형부동산에서 나오는 월세
그리고 옥수동아파트에서의 월세까지 더해지면
두 사람이 생활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4. 덧붙이는 조언
부동산이란,
단순히 모으고 움켜쥐고 있기만 하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연령과 상황에 맞는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젊었을 때 씨를 뿌리는 수고를 했다면
나이 들어서는 추수의 기쁨을 즐겨야 한다.
서로에게 편하고 도움(이득)을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어야
쉽게 헤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나에게는 ‘어떠한 부동산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부동산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서
각자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씨를 더욱 뿌려야 하는지
아니면 추수의 기쁨을 즐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writer. 부동산아저씨 blog.naver.com/sungyou1004
[출처] 지금 나는 어떤 부동산을 사야 할까?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부동산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