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집안일 19-3, 이불 빨래도 직접
보성 씨 이불을 보니 세탁할 때가 되었다.
기억하기로 지난 가을쯤 빨았으니 시기상으로도 맞았다.
겨우내 덮은 것을 세탁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봄을 맞았으면 했다.
“보성 씨, 이불 보이죠? 많이 더러워진 것 같지 않아요?”
“네? 이불이요? 안 더러운 것 같은데요.”
“자세히 봐요. 여기 때도 묻고 냄새도 나잖아요. 깨끗하게 세탁할까요?”
“세탁?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극구 사양하는 보성 씨를 설득해 세탁실로 향했다.
세제는 직원이 들고 세탁할 이불이며 베개는 보성 씨가 직접 들도록 했다.
“저기 첫 번째 세탁기에 돌립시다. 뚜껑 열려 있으니까 저기 넣으면 돼요.”
“저기? 넣을까요? 이렇게? 이렇게?”
하나씩 넣어도 될 텐데 가져온 것을 한 번에 욱여넣었다.
역시 힘이 세다.
삐져나온 부분이 세탁기에 모두 들어가도록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보성 씨 손이 야무지다.
세탁실로 가져와 세탁기에 넣는 이 과정이 가장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순탄하게 끝났다.
버튼 눌러 작동시키는 것은 보성 씨가 원래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니
어떤 것을 누르면 되는지만 알려주면 되었다.
빨래 돌리기는 쉽게 성공!
이불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옷을 널었다.
306호는 빨래를 함께 돌린다.
직원이 도울 때가 아니면 대개 이대수 씨 혼자 맡아서 하던 일이다.
보성 씨 일을 거드는 직원으로서 이대수 씨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럴 때라도 나서서 도와야겠다 싶었다.
이대수 씨에게 말했다.
“이대수 씨, 평소에 보성 씨 빨래까지 같이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보성 씨가 직접 하니까 옥상에 너는 것도 보성 씨가 할게요.
쉬셔도 될 것 같아요.”
이대수 씨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옥상을 말하는 것이다.
“네, 옥상에요. 보성 씨랑 제가 옥상에 가서 널게요.
혹시 제가 나중에 못 보면 걷는 것만 이대수 씨가 도와주세요.”
이대수 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는 빨랫줄에 널 때 장난만 치다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오늘은 집중해서 널었다.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이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옆에서 지금 하는 것을 설명하고 동작으로 보성 씨에게 보이면 보성 씨도 곧잘 했다.
빨래가 바람에 떨어지지 않게 집게로 고정했다.
오후에는 다른 빨래를 했다.
이번에는 보성 씨에게 세제 넣는 것을 부탁했다.
‘너무 많이 넣지 말고 이 정도만 채우면 된다’고 손으로 짚으며 설명했는데
양을 조절해 그만큼만 넣었다.
세탁기가 돌아가자 보성 씨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지켜보던 이대수 씨는 안도하는 듯했다.
좋은 냄새가 나는 이불을 덮고 잠들 때 보성 씨가 미소 지을까?
스스로 흐뭇해하는 마음을 가지기 바랐다.
‘보성 씨, 다음에도 오늘처럼 해봅시다. 정말 잘했어요!’
2019년 4월 18일 일지, 정진호
임우석(국장): “내가 했다.” 보성 씨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습니다. 일상(집안일)의 영역에서 이런 일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보성 씨도, 정진호 선생님도 참 잘했어요.
월평: 정진호 선생의 말에 힘이 있는지 행동에 힘이 있는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보성 씨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