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를 뜯으며
성배순
커다란 날개를 펼쳐 병아리를 품는 어미닭
영상을 보면서 닭다리를 뜯는 닭.
사냥감이 없어 쫄쫄 굶던 빙하기에 고기를 본 듯
게걸스럽게 뜯는 네안데르탈인 닭.
문득 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모르쇠 하던 때,
옥황상제에게 돌아간 선녀를 지붕꼭대기에 올라 꼬끼오
부르던 때, 생각나는 듯 잠시 멈칫하는 닭.
아뿔싸, 닭다리를 방바닥에 떨어뜨린 닭.
잽싸게 후다닥 주워 먹는 닭.
닭다리가 아야 했다고 호호 불어주는 3살 난 아이.
가슴이 갑자기 콩닥거려 토닥토닥 안아주는 닭.
가슴 밑바닥에서 들리는 파닥파닥 날갯짓 소리에
술이 확 깨는 닭, 땀인지 기름인지
미끌미끌 축축한 손바닥 발바닥.
아, 자신을 참 맛있게도 먹는 닭.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0월호 발표
성배순 시인
2004년 《시로여는세상》신인상,《경인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아무르호랑이를 찾아서』,『세상의 마루에서』,
『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 그림책『세종호수공원』,『250살 시장에서 100살 과일을 찾아라』,시비집『세종·충남 詩香을 찾아서』등이 있음.
[출처] 닭다리를 뜯으며 - 성배순 ■ 웹진 시인광장 2023년 10월호 신작시 ㅣ2023년 10월호ㅣ 2023, September ㅡ 통호 174호 ㅣ Vol 174|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