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민영화는 일감 몰아주기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녔던 70년대에 미스롯데 선발대회가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CF에 나가야 큰 돈을 만지는데, 우승자는 당시 가장 잘나가던 롯데제과의 CF모델이 자동으로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보다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1977년에 제 1회 선발대회에서는 서미경이라는 사람이 뽑혔습니다.
사진: 제1회 미스롯데 서미경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서미경이 얼마 후 조용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이유에 대해 많은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런 소문 중에 하나가 서미경(58년생)의 아버지 보다 나이가 많은 신격호 롯데 회장(1922년생)의 첩으로 들어가 일본으로 건너가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년전 한 사건으로 이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롯데시네마에서 운영하는 매점 운영권을 유원실업이라는 이름도 없는 업체에 넘기는 사실을 알고 경실련에서 불공정거래로 고소를 한 사건입니다. 당시 경실련의 주장에 따르면, 극장 수익의 7~80%가 매점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롯데시네마에서는 이런 수익을 포기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 넘겨준다는 것입니다.
당시 경실련에서는 유원실업이라는 회사를 주목하게 되었고, 그 회사의 주주를 살펴보니 서미경과 그의 딸(신격호의 딸이기도 합니다)이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었고, 서미경은 재판정에 출두하면서, 얼굴을 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재벌들이 자신의 재산을 세금없이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회사나, 다른 회사에 수익이 나는 사업을 넘겨주는 방식입니다. 언론에서는 일감몰아주기라고도 부릅니다.
■ 의료민영화는?
현재 문제되고 있는 의료민영화법은 이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병원의 이익을 합법적으로 빼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즉 병원에서 호텔이나 약국, 여행업 등을 하는 자회사(민영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안입니다.
그럼 병원에서는 어떻게 일감몰아주기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삼#그룹에서 건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에 호텔이 들어서고 삼#병원이 입주합니다.
외국인 환자나 그 가족 또는 돈많은 사람들이 호텔에 묶으면서 삼#병원에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당연히 병원은 잘될 것이고, 이익도 많이 납니다. 그러면 삼#그룹에서는 그 건물의 임대료를 올립니다.병원에서 난 수익은 자동적으로 삼#그룹으로 넘어 갑니다.
다시 말해, 삼#병원이 가져가야할 수익을 자연스럽게 삼#그룹으로 넘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실질적인 문제는?
물론 이런 병원이 몇개 생긴다고 당장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의료비는 점차 올라갑니다.
이후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차례대로 발생됩니다.
1. 대기업에서 이런 병원을 만들어 외국인이나 부자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합니다.
2. 점차 실력이 좋은 의사들이 이런 병원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따라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이런 병원으로 가야합니다.(예를 들어, 희귀병 환자의 경우 이런 병원에 가지 않으면 치료를 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석선장 사건때 심한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수원 아주대 병원에만 있었는데, 이런 의사들이 모두 이런 병원으로 흘러 들어 갈 겁니다.)
3. 결국, 대형 마트와 소형 상점(동네 병원)과 같은 양상이 됩니다.
4. 이런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의료비가 점차 증가합니다.(의료 보험에서 cover하지 않는 장비나 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5. 이런 병원에 가기 위해, 건강보험이외의 별도의 의료 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6. 결국 미국처럼 의료비가 턱없이 비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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