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음성쇼핑 본격 경쟁
K쇼핑,기가지니로 정식 서비스 '녹음한 목소리는 보안 통과 못해'
CJ오쇼핑, SKT와 손잡고 서비스
롯데, 2020년까지 모든 쇼핑 적용
톤 달리하면 인식률 떨어져 한계
'내 목소리로 인증'
T커머스 채널 'K쇼핑'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자 TV에 연결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KT기가지니를 향해 이렇게 말을 걸었다.
약 3초 후 화면에 결제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떴다.
곧바로 등록된 휴대전화로 주문한 제품의 정보가 담긴 문자메시지도 날아왔다.
옆에 있던 사람이 같은 상품의 결제를 시도했지만 결제가 되지 않았다.
등록된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지문을 인식하는 것처럼 AI 스피커가 목소리를 식별해 결제를 진행한 것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들은 목소리 기반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AI 스피커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유통업계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사들 '음성쇼핑 시장 선점하자'
K쇼핑의 운영사 KTH는 최근 사용자의 목소리만으로 판매 상품의 결제가 가능한 '기가지니 추천상품'을 선보였다.
KTH는 이미 지난 기가지니를 활용한 대화형 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결제는 주문정보가 담긴 인터넷주소를 문자메시지로 받아 진행해야 했다.
이제는 음성결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은 사라지게 됐다.
음성결제에는 KT가 개발한 원거리목소리생체인증(FIDO) 기술이 적용됐다.
입력된 음성데이터를 분석, 특징을 추출해 말한 사람을 수별하는 원리다.
목소리 등록 과정도 간단한 편이다.
기가지니를 향해 '내 목소리로 인증'이란 명령어를 8번 반복하자 '간단결제 인증 완료'라는 문구가 떴다.
김은지 KTH 온라인사업본부 과장은 '한 사람의 음성만 등록할 수 있으며
녹음한 목소리를 틀어도 인증되지 않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은 3월부터 SK텔레콤과 손잡고 'AI 음성 주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가 탑재된 SK브로드밴드의 셋톱박스 'Btv X 누구'에서만 인용할 수 있다.
셋톱박스와 연결된 누구 애플리케이션에서 본인 인븡, 배송자와 결제정보를 설정하면
CJ오쇼핑의 TV 생방송을 보며 음성결제를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얼마 전 자사의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 스피커를 활용해 음성주문과 결재가 가능한 '음성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 쇼핑몰에서 파는 생필품과 음식 배달에 한해 음성쇼핑이 지원된다.
최근 8개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 통합을 발표한 롯데그룹은 AI 기반의 음성 상거래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섰다.
올해 AI 스피커를 출시하고 2020년까지는 모든 쇼핑을 음성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세계도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홈'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편리함 앞세워 커지는 음성쇼핑 시장
세계적으로 음성쇼핑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AI 플랫폼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 '아마존 에코'를 통해
아마존 프라임에서 파는 모든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게 했다.
구글은 월마트 등과 제휴해 구글홈을 통한 음성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OC&C 스트래티지 컨설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음성쇼핑 시장은 현재 20억 달러(약43조2000억 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50만 대 수준인 국내 AI 스피커 시장도 연말까지 3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쇼핑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음성주문이 앞으로 전화와 모바일 주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아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H 관계자는 '음성결제는 대기시간이 없고 전화즈문과 달리 고객센터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지금보다 더 정확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게 남은 숙제다.
목소리 결제 과정을 체험해 보니 조금만 톤을 높이거나 낮출 경우 인식률이 떨어지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AI 음성쇼핑 시장에서 국내 유통업체는 대부분 걸음마 단계'라며
'어느 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냐가 앞으로 시장 주도권을 쥐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