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명생태공원으로 나가
간밤에 소나기가 살짝 스친 유월 중순 일요일 아침이다. 올봄 들어 시니어 일자리를 겸한 봉사 활동으로 주중은 근교 들녘을 다니는 단조로운 동선이다. 주말은 산행에서 산나물을 채집해 식탁 위 찬으로 올리고 주변 지기들과 나누었다. 산채가 끝난 유월 초순 강가로 나가 죽순을 꺾어와 삶아두고 반찬으로 삼는다. 이제 당분간 채집과는 거리두기를 하고 자유로운 걸음을 나선다.
아침 식후 열차를 이용해 어디쯤 내려 강변을 걸으려고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퇴촌삼거리로 나가 창원대학 앞을 지났다. 도청 뒤를 돌아가 역세권 상가 빌딩을 지난 창원중앙역에서 순천을 출발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 승차권을 구했다. 물금을 지나 구포를 앞둔 화명역까지 표를 끊어 정한 시각 도착한 열차에 올랐다. 비음산터널을 통과해 진례와 진영을 연이어 지났다.
가끔 이용하는 열차 교통편은 한림정역에서 강심을 가로지른 철교를 건너 삼랑진으로 갔다. 경부선과 합류해 폭이 넓어진 낙동강 물길과 나란한 강변을 따라 내려갔다. 20여 년 전 개통된 경부 KTX 선로는 울산을 거쳐 신경주로 간다. 금정산을 비롯해 터널 구간이 많아 빠르기도 하지만 차창 바깥 풍경이 밋밋하다. 거기 비교해 경부선은 삼랑진에서 물금 강변 풍광이 아주 멋졌다.
차창 밖 유월의 녹색 산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원동을 거쳐 물금을 지났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변은 자전거 길이 뚫려 은빛 굴레를 굴려 국토 순례를 나선 이들이 늘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내가 사는 생활권에 가까운 낙동강 중하류는 나도 발자국을 수없이 남겨간다. 열차 선로와 나란한 강변의 자전거 길을 걸어서 다닌 횟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대개 가을과 겨울에 걸었다.
드물기는 해도 이번처럼 여름에 길을 나선 경우도 있다. 물금에 내려 구포까지 걸으면 복귀하는 열차 시각에 맞출 수 있으나 날씨가 더운 관계로 구간을 좁혀 화명부터 걷기로 했다. 화명역에 내려 생태공원으로 나가니 축구장과 파크골프장은 동호인들이 여가를 즐겼다. 자전거 길과 겸한 산책로를 걷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뙤약볕이라도 강바람이 스치고 나무가 그늘을 드리웠다.
화명생태공원은 4대강 사업 이전부터 그곳 주민들의 여가 체육 시설로 활용되는 둔치다. 강 건너 강서지구 맥도 생태공원과 함께 한강에 못지않은 친수 공간으로 시민들의 휴식처다. 나는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져 자주 나가지 못해도 열차를 타면 금세 닿았다. 주로 오전에 걷고 점심때면 열차로 복귀해, 아침 안개가 자욱하거나 저녁놀이 강물에 비치는 풍경은 마음속으로 그려봤다.
김해 대동에서 화명으로 건너오는 화명대교는 강심에 주탑을 두 개 세워 쇠줄이 상판을 걸친 사장교로 놓였다. 생태공원 산책로보다 더 바깥으로 제초를 마쳐 놓은 언저리 길을 걸으니 유장한 강물이 너울너울 흘렀다. 갈대는 성인 키보다 높이 무성히 자라 제 몸을 가누지 못해 휘어 쓰려지기도 했다. 복원된 습지에는 가시연과 마름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 식물이 수면을 가득 덮었다.
데크가 설치된 습지 탐방로를 따라가니 ‘꼬리명주나비’ 복원 안내판이 나왔다. 무분별한 하천 정비 개발로 쥐방울덩굴 개체가 줄자 거기에 알을 슬던 꼬리명주나비도 희귀해져 멸종 위기 동식물 목록에 올라 서식지를 되살려둔 곳이었다. 강 하구 생태는 단순한 듯하면서도 여러 종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물속이나 강바닥은 더 복잡한 세계가 있을 듯했다.
구포에서 가까운 수상 레포츠타운에는 제철을 맞아 동호인들이 안전요원 도움으로 여가를 즐겼다. 금빛노을브릿지로 명명된 전망대로 올라 강 건너 대저 대동까지 조망해보고 구포 시장으로 갔다. 영남에서 규모가 큰 장터로 100여 년 전 삼일 만세 운동 열기는 부조된 조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장터 ‘구포국시’로 점심을 때우고 말린 조기를 한 무더기 사 순천행 무궁화호를 탔다. 2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