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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분신원(雪憤伸寃)
분함을 씻고 원한을 푼다는 뜻으로, 마음에 맺힌 원한을 풀고 수치스러운 일을 씻어버린다는 의미의 말이다.
雪 : 씻을 설(雨/3)
憤 : 분할 분(忄/12)
伸 : 펼 신(亻/5)
寃 : 원통할 원(宀/8)
선상탄(船上嘆) / 박인로(朴仁老)
(서사)
늘고 병든 몸을 주사(舟師)로 보내실새
을사(乙巳) 삼하(三夏)애 진동영 나려오니
관방중지(關防重地)예 병이 깁다 안자실랴.
일장검(一長劍) 비기 차고 병선(兵船)에 구테 올나
여기진목(勵氣瞋目)하야 대마도을 구어보니
바람 조친 황운(黃雲)은 원근에 사혀 잇고
아득한 창파(창파)는 긴 하늘과 한 빗칠쇠.
(본사1)
선상(船上)에 배회하며 고금(古今)을 사억(思憶)하고
어리미친 회포(懷抱)애 헌원씨(軒轅氏)를 애다노라
대양(大洋)이 망망(茫茫)하야 천지예 둘려시니
진실로 배 아니면 풍파(風波) 만리 밧긔, 어내 사이(四夷) 엿볼넌고.
무삼 일 하려 하야 배 못기를 비롯한고?
만세천추(萬世千秋)에 가업슨 큰 폐(弊) 되야,
보천지하(普天之下)애 만민원(萬民怨) 길우나다.
(본사2)
어즈버 깨다라니 진시황의 타시로다.
배 비록 잇다 하나 왜(倭)를 아니 삼기던들
일본(日本) 대마도(對馬島)로 뷘 배 졀로 나올넌가
뉘 말을 미더 듯고, 동남동녀(童男童女)를 그대도록 드려다가
해중(海中) 모든 셤에 난당적(難當賊)을 기쳐 두고
통분(痛憤)한 수욕(羞辱)이 화하(華夏)애 다 밋나다.
장생(長生) 불사약(不死藥)을 얼매나 어더 내여
만리장성 놉히 사고 몃 만년을 사도떤고,
남대로 죽어가니 유익한 줄 모라로다.
어즈버 생각하니 서불(徐市) 등(等)이 이심(已甚)하다.
인신(人臣)이 되야셔 망명(亡命)도 하는 것가
신선을 못 보거든 수이나 도라오면,
주사(酒師) 이 시럼은 전혀 업게 삼길럿다.
(본사3)
두어라, 기왕불구(旣往不咎)라 일너 무엇 하로소니
쇽졀업슨 시비(是非)를 후리쳐 더뎌 두쟈.
잠사각오(潛思覺悟)하니 내 뜻도 고집(固執)고야.
황제 작주거(黃帝作舟車)는 왼 줄도 모라로다.
장한(張翰) 강동(江東)애 추풍(秋風)을 만나신들,
편주(扁舟) 곳 아니 타면, 천청해활(天淸海闊)하다.
어내 흥이 졀로 나며, 삼공(三公)도 아니 밧골,
제일강산(第一江山)애, 부평(浮萍) 갓흔 어부생애(漁夫生涯)을,
일엽주(一葉舟) 아니면, 어듸 부쳐 단힐난고?
(본사4)
일언 닐 보건든, 배 삼긴 제도(制度)야
지묘(至妙)한 덧하다마난, 엇디한 우리 물은
나난 듯한 판옥선(板屋船)을 주야의 빗기 타고
임풍영월(臨風永月)호대 흥(興)이 전혀 업난게오?
석일(昔日) 주중(舟中)에는 배반(杯盤)이 낭자터니,
금일(今日) 주중에는 대검장창(大劍長창) 뿐이로다.
한 가지 배언마난 가진 배 다라니,
기간(其間) 우락(憂樂)이 서로 갓지 못하도다.
(본사5)
시시(時時)로 멀이 드러 북신(北辰)을 바라보며,
상시노루(傷時老淚)를 천일방(天一方)의 디이나다
오동방(吾東方) 문물(文物)이 한당송(漢唐宋)에 디랴마는
국운이 불행하야 해추흉모(海醜兇謀)애 만고수(萬古羞)을 안고 이셔,
백분(백분)에 한 가지도 못 시셔 바려거든
이 몸이 무상(無狀)한들 신자(臣子)ㅣ 되야 이셔다가,
궁달(窮達)이 길이 달라 몬 뫼압고 늘거신들
우국단심(憂國丹心)이야 어내 각(刻)애 이즐넌고?
(본사6)
강개(慷慨) 계운 장기(壯氣)는 노당익장(老當益壯)하다마는
됴고마난 이 몸이 병중에 드러시니
설분신원(雪憤伸寃)이 어려올 듯 하건마는
그러나 사제갈(死諸葛)도 생중달(生仲達)을 멀리 좃고
발 업슨 손빈(孫빈)도 방연(龐涓)을 잡아거든
하믈며 이 몸은 수족(手足)이 가자 잇고 명맥(命脈)이 이어시니,
서절구투(鼠竊狗偸)을 저그나 저흘소냐
비선(飛船)에 달려드러 선봉(先鋒)을 거치면,
구시월(九十月) 상풍(霜風)에 낙엽가치 헤치리라.
칠종칠금(七縱七擒)을 우린들 못할 것가.
(결사)
준피도이(蠢彼島夷)들아 수이 걸항(乞降) 하야스라.
항자불살(降者不殺)이니 너를 구태 섬멸하랴
오왕(吾王) 성덕(聖德)이 욕병생(欲竝生)하시니라
태평천하애 요순 군민(君民) 되야 이셔,
일월광화(日月光華)는 조부조(朝復朝)하얏거든
전선(戰船) 타던 우리 몸도 어주(漁舟)에 창만(唱晩)하고
추월춘풍(秋月春風)에 놉히 베고 누어 이셔
성대(聖代) 해불양파(海不揚波)를 다시 보려 하노라.
[풀이]
(서사)
늙고 병든 몸을 통주사(수군)로 보내시므로
을사년(선조38년) 여름에 부산진에 내려오니
변방의 중요한 요새지에서 병이 깊다고 앉아 있겠는가?
긴 칼을 비스듬히 차고 병선에 굳이 올라가서
기운을 떨치고 눈을 부릅뜨고 대마도를 굽어보니,
바람을 따르는 노란 구름은 멀고 가깝게 쌓여 있고
아득한 푸른 물결은 긴 하늘과 같은 빛일세.
(본사 1)
배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서성이며)
옛날과 오늘날(지금)을 생각하고
어리석고 미친 마음에 배를 처음 만든 헌원씨를 원망스럽게 여기노라.
바다가 아득히 넓게 천지에 둘려 있으니,
참으로 배가 아니면 풍파가 심한 만 리 밖에서
어느 오랑캐(왜적)들이 엿볼 것인가?
(훤원씨는) 무슨 일을 하려고 배 만들기를 시작했는가?
왜 그는 천만년 후에 끝없는 폐단이 되도록
넓은 하늘 아래에 있는 온 천하에 만백성의 원한을 길렀는가.
(본사 2)
아!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배가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왜족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일본 대마도로부터 빈 배가 저절로 나올 것인가?
누구의 말을 곧이듣고 동남동녀를 그토록 데려다가
바다의 모든 섬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적을 만들어 두어,
원통하고 분한 수치와 모욕이 중국에까지 다 미치게 하였는가?
장생 불사약을 얼마나 얻어내어 만리장성을 높이 쌓고 몇 만 년을 살았던가?
남처럼 죽어 갔으니 유익한 줄 모르겠도다.
아!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가 너무 심하다.
신하의 몸으로 망명도주도 하는 것인가?
신선을 만나지 못했거든 쉽게나 돌아왔으면
통주사(자신)의 이 근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본사 3)
그만 두어라. 이미 지난 일은 탓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무 소용이 없는 시비를 팽개쳐 던져 버리자.
깊이 생각하여 깨달으니 내 뜻도 고집스럽구나.
황제가 처음으로 배와 수레를 만든 것은 그릇된 줄도 모르겠도다.
장한이 강동으로 돌아가 가을바람을 만났다고 한들
작은 배를 타지 않으면 하늘이 맑고 바닥 넓다고 해도
어느 흥이 저절로 나겠으며, 삼공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경치가 좋은 곳에서 부평초 같은 어부의 생활을
자그마한 배가 아니면 어디에 부쳐 다니겠는가?
(본사 4)
이런 일을 보면, 배를 만든 제도야
매우 묘한 듯 하다마는, 어찌하여 우리 무리는
날듯이 빠른 판옥선을 밤낮으로 비스듬히 타고
풍월을 읊되 흥이 전혀 없는 것인가?
옛날의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럽더니
오늘날의 배 안에는 큰 칼과 긴 창뿐이로구나.
똑같은 배건마는 가진 바가 다르니
그 사이의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못하도다.
(본사 5)
때때로 머리를 들어 임금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며
시국을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하늘 한 모퉁이에 떨어뜨린다.
우리나라의 문물이 중국의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에 뒤떨어지랴마는,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왜적의 흉악한 꾀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고서
그 백분의 일도 아직 씻어 버리지 못했거든,
이 몸이 변변치 못하지만 신하가 되어 있다가
신하와 임금의 신분이 서로 달라 못 모시고 늙었다 한들,
나라를 걱정하는 충성스런 마음이야 어느 시각인들 잊었을 것인가?
(본사 6)
강개를 못 이기는 씩씩한 기운은 늙을수록 더욱 장하다마는,
보잘 것 없는 이 몸이 병중에 들었으니
분함을 씻고 원한을 풀어 버리기가 어려울 듯 하건마는,
그러나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멀리 쫓았고,
발이 없는 손빈이 방연을 잡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온전하고 목숨이 살아 있으니
쥐나 개와 같은 왜적을 조금이나마 두려워하겠는가?
나는 듯이 빠른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휘몰아치면
구시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왜적을)헤치리라.
칠종칠금을 우리라고 못할 것인가?
(결사)
꾸물거리는 저 섬나라 오랑캐들아, 빨리 항복하려무나.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 법이니, 너희들을 구태여 모두 죽이겠느냐?
우리 임금님의 성스러운 덕이 너희와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시느니라.
태평스러운 천하에 요순시대와 같은 화평한 백성이 되어
해와 달 같은 임금님의 성덕이 매일 아침마다 밝게 비치니,
전쟁하는 배를 타던 우리들도 고기잡이배에서 저녁 무렵을 노래하고,
가을 달 봄바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서
성군 치하의 태평성대를 다시 보려 하노라
[작품 해제]
'선상탄'은 '태평사'와 함께 가사 문학사상 몇 안 되는 전쟁 가사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선조 38년(1605), 박인로가 통주사로 부산에 가서 왜적의 침입을 막고 있을 때 지은 전쟁가사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이지만, 전쟁의 아픔과 왜적에 대한 적개심이 가라앉지 않은 때 지어졌다.
임진왜란 때 직접 전란에 참여한 작자가 왜적의 침입으로 인한 민족의 수난을 뼈저리게 되새기며, 왜적에 대한 근심을 덜고 고향으로 돌아가 놀이 배를 타고 즐겼으면 하는 뜻과 우국충정의 의지를 함께 표현한 것이다.
배의 유래와 무인다운 기개, 그리고 왜적의 항복으로 하루빨리 태평성대가 오기를 기원하는 내용도 아울러 표현되어 있다.
조선 전기의 가사가 현실을 관념적으로 다룬 데 반해, 이 작품은 전쟁의 시련에 처한 민족 전체의 삶을 구체적으로 다루어, 가사가 개인적 서정이나 사상의 표출만이 아니라 집단적 의지의 표현에도 적합한 양식임을 실증하고 있다.
표현상 한문 투의 수식이 많고 중국의 고사와 한시 구를 그대로 인용할 뿐 아니라, 직서적인 표현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결점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전쟁 문학이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속된 감정에 흐르지 않고 적을 위압할 만한 무사의 투지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또한, 작가가 타고 있는 배를 중심 소재로 내세워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도 눈여겨 볼만하다.
[창작 배경]
'선상탄'이 창작된 시기인 1605년은 우리 민족이 참혹한 피해를 입은 전란인 임진왜란이 종료된 지 7년밖에 지나지 않은 해로서, 악화된 대일 감정이 지속되고 있던 때이다.
따라서 반일과 극일은 당시 우리 민족의 일반적 정서였고, 또한 정세아(鄭世雅) 휘하의 의병으로 또 성윤문 막하의 수군으로 일본에 대항, 항전에 직접 참여했던 노계의 기본적인 정서이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시적 재능을 지닌 노계가 전란의 기억이 생생한 시절에 다시 통주사로 나라 수비의 임무를 맡게 됨에 따라 반일과 극일의 정서, 나아가 우리의 자신감과 우월감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 애호의 정서를 뚜렷이 의경화한 의론지향의 시가인 '선상탄'을 지은 것은 매우 시의(時宜) 적절한 시가 창작이었다고 평가된다.
이런 작품의 창작 배경은 조선 후기의 군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참상과 굴욕적 침략을 현실적으로 견딘 후에, 이를 이상적으로 초극하려는 의지와 민족의 염원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이런 문학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설분신원(雪憤伸寃)
근래에 산업 현장과 군대에서 가슴 아프고 억울한 일을 겪은 후 원통함을 토로하는 일이 적지 않다.
공군에서 성추행이 일어났지만 사건의 진상을 밝혀 책임을 따지기보다 오히려 은폐하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이로써 피해자는 성추행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n차 피해를 겪으면서 혼인신고를 하는 날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공군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그리고 피해자의 적절한 보호 등 기본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사건 무마와 회유에 나서자 피해자는 더 이상 자신을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 雪(눈 설)은 ❶회의문자로 비(雨)가 하늘에서 얼어 내리는 하얀 눈을 빗자루(부수를 제외한 글자)로 쓴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눈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雪자는 '눈'이나 '흰색', '고결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雪자는 雨(비 우)자와 彗(비 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彗자는 손에 빗자루를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빗자루'나 '쓸다'는 뜻이 있다. 雪자의 금문을 보면 雨자 아래로 彗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내린 눈을 빗자루로 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눈을 표현하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이 적용되었다. 그래서 본래 彗자가 적용된 䨮(눈 설)자가 쓰여야 하지만 편의상 획을 줄인 雪자가 '눈'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雪자는 하얀 눈에서 착안 된 '고결하다'나 '씻어 버리다'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雪(눈)은 ①눈(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 ②흰색 ③흰것의 비유 ④눈이 내리다 ⑤희다 ⑥고결하다 ⑦씻다 ⑧표명하다(의사나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눈이 내리는 경치 또는 눈이 쌓인 경치를 설경(雪景),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눈이 내리는 밤을 설야(雪夜), 눈이 뒤덮여 있는 벌판을 설원(雪原), 눈이 많이 내림으로 인하여서 받는 피해를 설해(雪害), 굵게 엉겨 꽃송이 같이 보이는 눈을 설화(雪花), 상대를 이김으로써 지난번 패배의 부끄러움을 씻고 명예를 되찾는 것을 설욕(雪辱), 부끄러움을 씻음을 설치(雪恥), 맛이 달고 물에 잘 녹는 무색의 결정을 설탕(雪糖), 세차게 내리는 눈을 강설(强雪), 많이 오는 눈을 대설(大雪), 적게 오는 눈을 소설(小雪), 많이 오는 눈을 장설(壯雪), 갑자기 많이 내리는 눈을 폭설(暴雪), 고생하면서도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학문을 닦음을 가리키는 말을 형설(螢雪), 얼음과 눈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가 결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빙설(氷雪), 봄철에 오는 눈을 춘설(春雪), 부끄러움 따위를 씻어 버림을 세설(洗雪),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겹침을 이름 또는 환난이 거듭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설상가상(雪上加霜),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기러기가 눈이 녹은 진창 위에 남긴 발톱 자국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 가서 그 자국이 지워지고 또 기러기가 날아간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데서 흔적이 남지 않거나 간 곳을 모른다는 말을 설니홍조(雪泥鴻爪), 매화를 달리 이르는 말을 설중군자(雪中君子), 눈 속의 송백이라는 뜻으로 소나무와 잣나무는 눈 속에서도 그 색이 변치 않는다 하여 절조가 굳은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설중송백(雪中松柏),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준다는 뜻으로 급히 필요할 때 필요한 도움을 줌을 이르는 말을 설중송탄(雪中送炭),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눈 빛에 비쳐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가난을 무릅쓰고 학문함을 이르는 말을 영설독서(映雪讀書), 얼음이 얼고 찬 눈이 내린다는 뜻으로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을 동빙한설(凍氷寒雪), 정씨 문 앞에 서서 눈을 맞는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을 존경함을 이르는 말을 정문입설(程門立雪) 등에 쓰인다.
▶️ 憤(분할 분)은 ❶형성문자로 愤(분)은 간자(簡字)이다.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솟아 오른다는 뜻을 가진 賁(분)으로 이루어졌다. 마음 속에 뭉쳐 있는 것이 일시(一時)에 솟아 오른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憤자는 '분하다'나 '성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憤자는 心(마음 심)자와 賁(클 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賁자는 큰북을 그린 것으로 ‘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賁자에는 '끓어 오르다'나 '성내다'라는 뜻도 있는데, 예전에는 전쟁을 치르기 전에 북소리를 울려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었기 때문이다. 憤자는 이렇게 ‘끓어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賁자에 心자를 결합한 것으로 북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사기와 분노가 극에 달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憤(분)은 분(忿). 분심(忿心). 분기(憤氣)의 뜻으로 ①분하다, 원통하다 ②성내다, 분노하다 ③번민하다, 괴로워하다 ④어지러워지다, 어지럽히다 ⑤힘쓰다, 분발하다(마음과 힘을 다하여 떨쳐 일어나다) ⑥왕성하다, 가득 차다 ⑦분노(憤怒) ⑧분(憤), 분한 마음 ⑨원한(怨恨)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슬퍼할 개(慨)이다. 용례로는 분하여 성을 냄을 분노(憤怒), 몹시 분하게 여김을 분개(憤慨), 성을 벌컥 낸 마음으로 분한 마음을 분심(憤心), 몹시 분하여 마음이 아픔을 분통(憤痛), 분한 생각이나 기운을 분기(憤氣), 몹시 분하여 성냄을 분격(憤激), 분한 마음이 치밀어서 속이 답답함을 분울(憤鬱), 벌컥 성을 내면서 분해 하고 있음을 분연(憤然), 일을 그르쳐 패함이나 분하게 짐을 분패(憤敗), 분에 못 이겨 죽음을 분사(憤死), 분하고 한스러움을 분한(憤恨), 분해 하며 부끄러워 함을 분괴(憤愧), 분하여 일어나는 독한 기운을 분독(憤毒), 마음과 기운을 가다듬어 힘씀을 분려(憤勵), 몹시 분하고 억울하게 여기어 한탄함을 상분(傷憤), 분한 일을 겪은 뒤 아직 가라앉지 않는 분기를 여분(餘憤), 분한 마음을 품음을 함분(含憤), 강퍅하게 분노함 또는 그런 분노를 강분(剛憤), 앙심을 품고 분개함을 앙분(怏憤), 공적인 일에 대하여 느껴지는 분개심을 공분(公憤), 몹시 분개함을 격분(激憤), 가슴에 가득히 쌓여 있는 분기를 울분(鬱憤), 원통하고 분함을 통분(痛憤), 의를 위하여 일어나는 분노를 의분(義憤), 홀로 분개함을 고분(孤憤), 몹시 분개함을 개분(愾憤), 한탄하고 분개함을 한분(恨憤), 부끄럽고 분함을 참분(慙憤), 분함을 느낌을 감분(感憤), 마음속에 품은 분기를 내분(內憤),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이 북받쳐 오름을 이르는 말을 분기충천(憤氣衝天), 신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신인공분(神人共憤), 일을 이루려고 끼니조차 잊고 분발 노력함을 이르는 말을 발분망식(發憤忘食), 마음속 깊이 분하고 한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각골분한(刻骨憤恨), 슬프고 분한 느낌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음을 이르는 말을 비분강개(悲憤慷慨) 등에 쓰인다.
▶️ 伸(펼 신)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펴진다는 뜻을 갖는 申(신)으로 이루어졌다. 사람인변(亻; 사람)部를 붙여 지지(地支)의 申(신)과 구별하여 편다는 뜻의 전용자(專用字)로 삼았다. ❷회의문자로 伸자는 '펴다'나 '내뻗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伸자는 人(사람 인)자와 申(펼 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申자는 번개가 내려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伸자는 이렇게 '펴다'라는 뜻을 가진 申자에 人자를 결합한 것으로 "사람이 몸을 늘려 펼친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몸을 펼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나 포부를 넓게 펼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사물을 넓게 펴거나 늘인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伸(신)은 ①펴다, 펼치다 ②늘이다 ③내뻗다, 내밀다 ④해명하다, 설명하다, 진술하다 ⑤(기지개를)켜다 ⑥자다, 눕다 ⑦사뢰다(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베풀 장(張),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굽힐 굴(屈), 줄일 축(縮)이다. 용례로는 물체나 세력이나 권리 따위를 늘이어 넓게 펴거나 뻗침을 신장(伸張), 늘어남과 줄어듦을 신축(伸縮), 길이나 힘 따위를 늘림을 신장(伸長), 원통한 일을 풀어 버림을 신원(伸寃), 억울함을 말하여 밝힘 또는 명백하게 말하여 드러냄을 신백(伸白), 사실을 낱낱이 말하여 밝힘을 신변(伸辨), 소원이나 희망을 말하여 청함을 신청(伸請), 죄 없는 사람을 사실대로 변명하여 구원함을 신구(伸救), 늘이어 펼침을 신전(伸展), 억울함을 호소함을 신소(伸訴), 뜻을 펴게 됨 또는 소송에 이김을 득신(得伸), 늘이어 펌을 연신(延伸), 잡아 당기거나 펴서 늘임을 인신(引伸), 몸의 굽힘이나 폄을 굴신(屈伸), 뒤에 추가하여 말한다는 뜻으로 편지 등에서 글을 덧붙여 쓸 때 글 머리에 쓰는 말을 추신(追伸), 하품과 기지개를 흠신(欠伸), 늘었다 줄었다 하는 데 구애받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조건과 환경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여유가 있고 구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신축자재(伸縮自在),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리고 창피스러운 일을 씻어 버린다는 말을 신원설치(伸冤雪恥), 이불 안 봐 가며 발 편다는 뜻으로 일을 하는데 주어진 조건을 생각하면서 하여야 한다는 뜻의 속담을 이르는 말을 양금신족(量衾伸足), 굽히고는 펴지 아니한다는 말을 굴이불신(屈而不伸), 당기어 늘인다는 뜻으로 응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이신지(引而伸之), 머리를 들고 눈썹을 편다는 뜻으로 고고하여 굽히지 않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을 앙수신미(仰首伸眉) 등에 쓰인다.
▶️ 寃(원통할 원)은 회의문자로 冤(원)의 속자(俗字)이다. 토끼가 망을 뒤집어 쓰고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에서 전(轉)하여 원죄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寃(원)은 ①원통(冤痛)하다 ②억울(抑鬱)하다 ③원죄(冤罪) ④원한(怨恨) ⑤원수(怨讐), 재앙(災殃) ⑥누명(陋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플 통(痛)이다. 용례로는 죄 없이 잡혀 갇힘 또는 그 사람을 원계(寃繫), 원통하게 누명을 써서 마음이 맺히고 억울함을 원굴(寃屈), 원죄로나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귀신을 원귀(寃鬼), 원통한 눈물을 원루(寃淚), 원한을 품고 죽음이나 원통한 죄로 죽음을 원사(寃死), 무고한 죄를 받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슬퍼함을 원상(寃傷),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갇힌 죄수를 원수(寃囚), 분하고 억울함을 원통(寃痛),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넋을 원혼(寃魂), 원통한 일을 풀어 버림을 신원(伸寃), 원한을 가짐을 포원(抱寃), 원통함을 들어서 말함을 칭원(稱寃), 절개를 지키다 원통하게 죽음을 이르는 말을 수절원사(守節寃死),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뜻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아니꼬운 괴로운 일을 당할 때를 이르는 말을 구복원수(口腹寃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