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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조용한 저녁식사.
석호, 사빈, 세련, 사령, 나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채 나나가 해준 저녁식사를 먹고 있었다.
" 아씨!! 밥 맛 없게 왜 이렇게 조용해. "
참다 못한 사령이가 답답하단 듯이 말했다.
그러자 세련이가 못마땅하듯 말했다.
" 뭐야. 국도 싱겁고 반찬도 별로 없고.. 아 외식이나 하자니깐.
꼭 굳이 모자란 애 밥을 먹겠다고 해가지고. 입 맛 버리게."
" 왜? 난 맛있는데? "
사령이 두 그릇째 맛있게 먹으며 말하자, 세련이 사령을 쏘아봤다.
" 입 맛 버렸으면 먹지마. 억지로 먹으라고 안해.
니 입 맛 맞는 곳으로 가서 죽을 처먹든 밥을 처먹든 해.
근데, 다른 사람 먹는데 말 그따위로 하지마. 먹을거면 해준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입 다물고 처먹어. "
나나는 앞에 석호가 있든 없든 보고 있든 말든 세련을 향해서 말했다.
사빈은 나나의 당당한 행동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먹었고, 석호 또한 나나의 행동에 아무말 안했다.
" 아씨!! 뭐?! 아빠, 쟤 나한테 함부로 말하는데 아무 말 안할꺼야? "
" 세련아. 그냥 조용히 먹자. "
" 아빠!!!! "
" ..... "
세련이 흥분해서 소리쳐도 석호는 묵묵히 밥만 먹었다.
세련은 가만히 있다가 뭔가 생각이라도 난듯 비웃음을 섞으며 말했다.
" 야~, 너 울 아빠한테 몸줬냐? "
정적.. 고용.. 침묵..
세련 외에 모든 사람이 먹다 멈추었다.
사령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사빈은 차갑게 얼굴이 굳었다.
나나는 숟가락을 내려놨고, 뭐라 할 찰나였다.
' 쨍그랑- '
주르륵.
" 아악 !!!!! "
찢어질듯한 날카로운 소리.
세련이 피흘리는 머리를 잡고 소리쳤다.
세련에게 다가올려는 경호원 2명에게 석호가 손짓하자 뒤로 물러났다.
세련은 증오스런 눈으로 석호를 쳐다봤다.
바로 석호가 옆에있던 유리컵을 세련을 향해 던진 것이었다.
유리컵이 그래도 얇은거라서 다행이지 꽤 큰 유리컵이었으면 세련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어?!!!! "
엄청난 고함소리. 집안이 울렸다.
사령은 거의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먹던 밥 그릇을 내려놨고,
나나는 이 상황이 놀라 벙져 있었다.
" 뭐가?!! "
" 감히 니 올케될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는 시동생이 어디있냐!!
아무리 집안이 이래도 내 자식들 만큼은 제대로 키웠건만 !!!! "
" 제대로 키워?! 뭘 제대로 키웠는데?!! 뭐 아빠가 나한테 해준거라도 있어?!
맨날 생일은 까먹고, 우리 생각 해준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잘난듯이 말해 !!! "
" 뭐?! 이게 뚫린입이라고 !!! "
석호가 또 다시 그릇을 들자, 나나가 말했다.
" 그만하세요. 밥상 앞에서 이게 뭐하는거예요.
아무리 아버님이라도 밥상앞에서 이러는거 아니예요. "
존칭을 꼬박꼬박 써가며 말하는 나나는 비꼬지 않고, 조용조용히 말했다.
나나의 말에 석호는 조심스레 밥그릇을 내렸고, 세련은 눈물을 흘리더니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갔다.
" 누나 !!! "
사령이가 세련이를 급히 불렀지만, 세련이는 이미 집에서 나갔다.
" 아버님 너무 하셨어요. 차라리 저한테 욕을 하시지 그랬어요. "
" 휴우. 너한테 무슨 욕을 하란거냐. 다 저 못난 애가 잘못한건데 "
" 그래도 저한테 욕을 하셨다면 쟤가 저렇게 뛰쳐나가진 않았을거 아니예요.
저도 잘한거 없는데 너무 세련이한테 윽박지르셨어요. 컵 던진것도 그렇구요. "
나나가 다소곳하게 말하자 석호는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 하나 좀 피겠다. 괜찮지? "
" 네. 피세요. 어자피 저도 피는데 상관 없어요. "
" 하하. 그렇느냐? 하나 줄까? "
" 괜찮아요. 아무리 담배를 좋아한다지만 아버님 앞에서 피는건 실례예요. "
" 하하. 알겠다. 알겠어. "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깊게 빠는 석호.
나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령이와 사빈이가 쳐다봤다.
" 세련이 찾아 올께 "
" 됐어. 시간되면 지가 알아서 돌아 오겠지. "
" 뭐 이런 나쁜오빠가 다 있어. 그래도 동생은 오빠 좋다고 장가도 못가게 할려고 하는데 "
" 헤에~ 누나. 저거 브라더콤플렉스가 심해서 그래요! 신경쓰지마요! "
나나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고, 사령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정말 실망했단 눈으로 사령을 쳐다봤다.
나나의 그런 눈을 보고 사령은 그냥 조용히 밥그릇을 들어 밥을 먹었다.
" 혼자 갈려고? 그럼 같이가. "
" 혼자 갈래. 바람도 쐬고 싶고. "
" 그럼 경호원... "
" 경호원 붙히지마. 세련이 만나면 둘이서 얘기도 좀 하고 오게. "
" 휴우. 알겠다. "
확고한 나나의 말에 사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나를 보내줬다.
나나는 집에서 나와 대문 앞에 있는 경호원한테 세련이 어디 쪽으로 갔는지 물어보고 세련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
' 하아. 하아.. 아! 망할 기집애.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저기도 가보고, 여기도 가보고, 저쪽도 가보고 했지만 세련이 보이지 않자
점점 짜증이 나는 나나였다.
' 아이씨., 그냥 경호원 풀어서 찾아달라고 할거 그랬나. '
라고 , 약간 후회하는 나나였다.
.
그리고 한참 찾아 다닌뒤에야 저쪽 구석벤치에 앉아 훌쩍이고 있는 세련을 보았다.
' 털썩- '
나나는 세련의 옆에 앉았다.
우는데 너무 열중하고 있는건지 옆에 누가 앉았는지도 확인 안하는 세련이었다.
" 야. "
나나가 부르자 그제서야 놀라 고개를 확 들어 옆에 있는 사람을 보는 세련.
세련은 나나가 옆에 있자 눈이 커졌다.
" 뭐...뭐야 !!! 여기서 맞짱 뜨잔 거야?!! 좋아!! 떠!! "
자리에 일어나 싸울태세를 갖는 세련을 나나는 한번 쳐다보더니
피식- 웃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불 있어? "
" 뭐? "
" 아씨, 두번 말하게 하지 말랬지? 불 있냐고. 너 담배 피게 생겼어. 없다고 하지 마라. "
세련은 나나가 싸울려고 온게 아닌걸 알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나나 담배에 불을 붙혔다.
" 하나 줘? "
" ...끄덕끄덕- "
불은 있는데 담배가 없는지 세련이 끄덕거렸다.
나나가 하나 주자 입에 덥석 물고 불을 붙혀 깊게 빠는 세련.
담배를 연달아 3개째 피는 도중, 나나가 입을 열었다.
" 왜 그랬어? "
" 뭐가? "
역시나, 새침하게 말하는 세련은 나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 아버님한테 왜 그랬냐고. 아니 그전에 내가 그렇게 싫어? 풉.
니네 아버님한테 몸을 줬다니. 솔직히, 야 생각을 해봐라. 나도 눈이 있는데
아버님같이 늙은 분한테는 대주고 싶지도 않거든? "
" 뭐어? "
나나가 비꼬듯 말하자, 발끈하는 세련이었다.
" 뭐야~ 아버님 욕하니깐 발끈하는것 좀 봐.
아빠 많이 좋아하는거지? 너한테만 뭐라고 하니깐 욱해서 그런거지? "
" .... "
" 왜 말이 없어? 니 잘하는거 있잖아. 소리치고 발악하는거~ 왜 조용하게 굴어?
아버님도 너 많이 좋아해. 니가 철딱서니 없이 말하니깐 그런거잖아. "
" 내..내가 뭘!! "
" 솔직히, 너도 니가 말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
" ...ㅈ...ㄱ.. "
" 뭐라고? "
" 아씨..!!! ㅈ...조...금. "
얼굴이 빨개져서 기어들어가는 말로 말하는 세련을 보고 나나는 피식-웃었다.
" 자꾸 그렇게 웃지마! 기분 상하게 !! "
" 그래. 넌 그렇게 소리치는게 이뻐 "
" 뭐? "
" 니 매력은 그렇게 소리치면서 새침한 거라구. "
" 뭐라는거야. "
" 내가 니 오빠 부인 될 사람으로 부족해 보여? "
멍하니 앞으로 보고 말하다가, 갑자기 자기를 보며 진지하게 묻는 나나를 보고 세련은 움찔했다.
" ...모..몰라! "
" 왜? 진지하게 묻는데 어쩜 그리 가볍게 넘기나. 너무하네~
나도 나름 니 오빠한테 어울리는 사람 되어볼라고 하는 사람인데. "
세련은 여전히 담배를 손에서 떼지 않는 나나를 보고 말했다.
" 솔직히 몰라. 난 너 오늘 봤으니깐. "
" 그렇겠지 "
" 니가 어떤년인지 내가 어떻게 알고 부족하냐 뭐냐를 따져. 당연히 모르지. "
" 응응~ 그렇지 "
" 뭐, 그래도.. 흠.. "
" 할말 없어? 솔직히 나한테 먼저 결혼하자고 한거 니 오빠야.
난 싫다고 했는데, 그 자식이 멋대로 우리집 빚을 다 갚아줘서 말이야. 그래서 닥치고 하기로 했지
그리고, 빚이 사라지고 돈이 생기자 울 부모는 나 버리고 튀었어. 예전엔 날 버리고 가서 증오 스럽고 밉고 짜증났는데
이젠 어디서 잘먹고 잘 살고 있겠지 그 생각 뿐이야. 뭐 가끔 누가 나한테 부모 어쩌고 할땐 빡차긴 하지만... "
" ... "
조용히 듣고만 있는 세련을 향해 한번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나나.
" 그래도, 넌 부모님이 있잖아. "
" ..아니야... 엄마 없어.. "
" 응? "
" 엄마 없어. 나 어렸을때 돌아가셨어. 아빠 일 때문에..
반대 세력이 엄마를 납치해서 죽였어. 어렸을땐 아빠때문에 엄마가 죽어서 아빠가 엄청미웠는데
그래도 그 만큼 아빠가 잘 놀아주고 해서 좋았어. 아까 아빠한테 그런소리 한건 정말 아빠한테 미안해.. "
" 아... 그런일이 있었구나. 하아~ 뭐, 그래도 아빠라도 있으니 부럽네 "
" .... "
" 그러고 보니, 피는 멎었어? "
" 아.. 응. "
잠시 정적이 흐른뒤에 말하는 세련,
" 너.. 그럼 오빠한테 부모님 찾아 달라고 하면 되잖아! 아니다 울아빠 밑에 사람 많으니깐 .. "
" 됐어. 지금 부모 보면 존나 팰지도 몰라. 그냥 모른체로 살래 "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가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가는 나나였다.
세련은 그런 나나를 보고 한 쪽 마음이 시렸다.
" 아. "
" ? "
갑자기, 나나가 뭔가 생각난듯 세련을 쳐다봤다.
세련은 나나가 갑자기 자기를 쳐다보자 눈을 마주했다.
" 너, 혀 짧냐? "
" 에? "
" 씨발, 그래도 너보다 한살 많은 언니인데 아까부터 너너 거린다? 맞고 싶냐? "
" 뭐야!! 한살차이 가지고!! "
" 한살차이?! 이 오라비한테는 잘만 오빠오빠 하더니!! 좋아, 올케까지는 안 바란다. 언니라고만 해라.
나도 그게 편하다. 어때, 좋지?! "
" 씨발, 싫거든?! "
" 싫으면 쳐 맞던가. 아까 못 맞은거 마저 맞아라. "
정말 나나가 한대 칠 기세로 다가오자,
" 어..언니!!! 라고 하면 되잖아 !! "
" 그래 ^^ 좋아. "
방긋 웃으며 주먹을 푸는 나나.
세련은 안심된 듯 숨을 내 쉬었다.
.
그리고 , 둘이 또 멍하니 앉아있을때 였다.
" 여어~ 이쁜이 아가씨 두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