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晉州가 낳은 만능 딴따라꾼, 音樂全人 - 金永煥(金曙汀)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우리 가슴을 찡하게 적시는 겨레의 노래 ‘아리랑’의
노랫말은 누가 지었고 곡조는 누가 붙였을까. 그렇게 물으면 어떤 대
답이 돌아올까? 아마 대개는 구전민요로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에
의해 불려오면서 조금씩 발전해온 노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아리랑은 1926년 10월 1일 우리 나라
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서울 단성사(團成社)에서 개봉된 춘사(春史)
나운규(羅雲奎: 1902~1937)의 영화 ‘아리랑’ 의 주제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여러 갈래의 아리랑이 지역과 세대에 따라 조
금씩 다르고, 가사도 여러 가지의 사설로 얽혀져 있었다.
영화는 3·1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일제의 고문으로 미치광이가 된 대
학생이 귀향한 뒤 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덕 지주이자 일본 순사의
앞잡이를 낫으로 찔러 죽이고 오랏줄에 묶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 나와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아리랑’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남북은 물론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우리 동포들의
심금을 울리는 민족의 노래가 된 것이다.
그때 그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든 ‘아리랑’의 노랫말은 나운규가 짓고 편
곡자는 당시 단성사의 주임 변사요, 바이올린 연주가였던 진주(晉州)출
신 청년 김영환(金永煥: 1898 ~1936)이었다. 예명(藝名)이 김서정(金曙
汀)인 그는 진주기생(晉州妓生)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에서 휘문의숙(徽
文義塾 : 現휘문중고등학교의 전신)을 나와, 1924년 무성 영화 ‘장화홍
련전’의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 변사활동을 아
우르는 만능 영화인이었다. 거기에다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영화주제
가 중심의 창작가요를 작사하고, 작곡하는 음악에 비상한 재주를 가진
완벽한 음악인이기도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일본 노래의 번안곡이나 윤심덕의 ‘사(死)의찬미(讚
美)’와 같은 외국곡에 가사만 부친 노래만 있었을 뿐, 우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순수한 우리 노래는 없었다. 우리가 흔히 ‘유행가’라고 부르는
한국대중가요는 1927년 ‘락화류수’라는 무성영화가 상영되었던 단성사
무대 아래서 김서정이 작사, 작곡한 주제가 <락화류수(강남달)>를 이정
숙이 부른 것이 그 시발이었다.
김서정(金曙汀)이 자기스스로 시나리오를 쓴 영화 ‘락화류수’의 주제가인
<강남달>을 작사·작곡하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가수인 채규엽(蔡奎
燁 : 1906?∼1949?)에게 <봄노래>를 작곡해줘 히트시킨 음악인이기도
한 그는 여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가 여러 편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락
화류수(1927)’와 ‘세 동무(1928)’ 등은 15만의 관객을 동원해,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무성영화 부문의 우수영화에 뽑히기도
하였다. 또한 음악 분야에는 영화주제가를 중심으로 여러 곡을 작사·작곡
하여 히트시켰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가요인 <강남달>은 영화의 인기
못지않게 인기를 끌어 전국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영화 ‘락화류수(落花流水)’ 의 주제가인 <강남달>은 김서정(金曙汀)이 작
사 및 작곡하고, 노래는 이정숙(李貞淑)이 불렀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인
이정숙은 192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동요를 1930년대에 가장 많이 취입
한 동요가수로, 그 유명한 <오빠생각>과 <반달>을 불렀다.
이정숙 다음으로 많은 동요를 부른 가수는 황해도 황주 출신 서금영(徐錦
榮: 1910∼1934)인데, 그녀의 대표곡은 <달마중>이다. 한국 근대 최고의
동요 가수 이정숙(李貞淑)은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중앙보육학교를
졸업했다. 정확한 출생연도는 알 수 없지만, 1910년에 태어난 서금영과는
거의 동년배로 보이는데, 금강키네마와 조선배우학교를 설립했던 유명영
화감독 이구영(李龜永: 1901∼1973)의 누이동생이었다.
김서정(金曙汀)이 한국가요사상 최초로 작곡하여 내놓은 <강남달>은 당
시 이정숙(李貞淑)이 취입하였지만, 1960년대는 황금심(黃琴心 본명 黃
錦同: 1921~2001), 신카나리아(본명 申景女: 1912~2006) 등이 리메이크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도 한영애, 주현미, 문희옥, 유지나, 조은새 등에 이
르기까지 여러 명의 가수에 의해 다시 불러서 애창 되고 있는 노래가 아닌
가?
영화 ‘락화류수(落花流水)’는 진주기생과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던 한 서양
화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비운으로 끝맺는다는 멜로물로 영화의 스토리
와 노랫말은 진주기생이었던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성장 환경과 관련된 자
전적 성격을 띤 영화로, 자신이 변사로서 스스로 쓴 각본을 청산유수 처럼
뿜어내 뭇사람의 가슴을 울려 적셨다고 한다. 그는 당시 정상의 일류 변사
로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작사가, 작곡가, 바이올린 연주자 그리고 가수
로서 장안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돈을 물 쓰듯 쓰고, 인력거로 권번가(券
番街)를 누비고 다닐 정도로 화려한 풍류생활을 하였으나 하늘을 치솟던 그
의 인기도 유성영화의 출현 등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방황과 좌절의 세월
을 보내다가 채 마흔을 채우지 못하고 1936년 요절하였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한 정통파는 아니지만 그가 작사·작곡한 노래가 오
늘까지 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것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지닌 가요를 창작한
음악인이었음을 알게 한다. 더욱이 일본 엔카의 번안곡이나 번안된 서구의
노래와 변형된 민요 뿐이었던 시절에 우리나라 최초로 작사·작곡한 창작가
요를 내놓아 한국 가요사를 새로 쓰게 했다는 것 만으로도 결코 가볍게 평
가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를 편곡해 개봉극장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게
함으로써 지금 우리와 세계 여러나라에 사는 동포들이 가슴 절이며 부르는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있게 한 공적이야말로 높이 평가되어 마땅한 것이
다. 아리랑이 어떤 노래인가. 한국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노래로 유네
스코 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지 않았는가.
<강 남 달>
김서정 작사/ 김서정 작곡/ 이정숙 노래
강남달이 밝아서 님이 놀던 곳
구름 속에 그의 얼굴 가리워졌네
물망초 핀 언덕에 외로이 서서
물에 뜬 이 한밤을 홀로 새우네
멀고 먼 님의 나라 차마 그리워
적막한 가람 가에 물새가 우네
오늘밤도 쓸쓸히 달은 지나니
사랑의 그늘 속에 재워나 주오
강남에 달이 지면 외로운 신세
부평의 잎사귀엔 벌레가 우네
차라리 이 몸이 잠들리로다
님이 절로 오시어서 깨울 때까지
◀이 노래를 들으려면 아래를 클릭하면 된다▶
:
https://youtu.be/ZLNm-cXLEtE?list=RDZLNm-cXLEtE : 이정숙(1927년 유성기)
https://youtu.be/qTP89BG0sC4 : 신카나리아
https://youtu.be/SJ_L-1Hz4eg : 주현미
강남달 & 유지나 - YouTube : 유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