淮南子 격언.hwp
▶『회남자(淮南子)』 ‘병략훈(兵略訓)’에 아무도 모르는 용병술로 백전백승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새가 (먹이를) 잡아채려고 할 때는 그 머리를 숙이고, 맹수가 (먹이를) 덮치려고 할 때는 그 발톱을 숨긴다. 호랑이와 표범은 그 발톱을 드러내지 않으며 물려고 할 때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용병의 도는 부드러운 면을 보여주고 (실제로는) 굳셈으로 상대하며, 약함을 보여주고 강함으로 압도하며, 군사를 줄일 것처럼 하다가 늘려서 대응하며, 서쪽으로 가려고 하면 동쪽으로 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어긋나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합치되고, 처음에는 어둡지만 나중에는 밝아진다. 이런 병법은 귀신처럼 자취가 없고, 물처럼 비롯된 곳이 없다.
회남자는 신의 경지에 올라 백전백승하고 벼락 치는 것과 같이 상대를 무력화시킬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확인하면 이내 실망스럽다. 그 비법이라는 것이 상대가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숨기고, 상대를 속여 방심하게 한 후 뒤통수를 후려치라는 말이다. 참 비겁한 수다. 하지만 패배가 바로 죽음으로 연결되는 전쟁터에서 비겁이라는 단어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 한마디 속 한자-虎(호) 범, 호랑이,용맹스럽다
▷호구(虎口): 1. 범의 아가리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나 형편. 2.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
▷화호유구(畵虎類狗): 범을 그리려다가 강아지를 그린다는 뜻으로, 소양이 없는 사람이 호걸인 체하다가 도리어 망신을 당함.
虎豹不外其爪 하고 而噬不見齒 라.
호랑이나 표범은 그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깨물 때에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회남자』「병략훈」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나타난 우리 축구팀의 모습 중에는 예전과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겸손함’이었다.
예전에 우리 축구는 시합도 하기 전에 미리 입으로 다 떠들어서 우리의 전력이나 팀 분위기를 노출시켰다가 결국은 참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때는 그렇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언론이나 축구 관계자의 어떠한 입방아에도 묵묵히 견디면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훈련을 시켰고 월드컵 개막이 임박해서도 아무런 호들갑이 없이 그저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말만하였다.
그리고 그는 정말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얼마나 믿음직한 모습인가. 독일과의 4강전이 있던 전날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생각하며 겸손한 자세로 나갈 것이다.
한국의 우승 가능성까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지난날을 잊지 않고 경기에 나서도록 주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명장은 이렇게 겸손한 것인가? 진실로 실력이 있는 호랑이는 발톱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당시 월드컵에서 연승하는 우리를 보며 일본인들은 우리를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부를수록 우리는 정말 속이 꽉 찬 위엄 있는 호랑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虎 : 호랑이 호 豹 : 표범 표 爪 : 손톱 조 齒 : 이빨 치
김병기(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