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닐 재활용 대란 후 비닐 커버 기계 치웠지만 빗물 제서기 등 설치 안해
우산 빗물에 곳곳 물웅덩이 장마 코앞..대책 마련 시급
17일 오전 8씨즘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출근 중인 시민들이 역사 안을 걸을 때마다 물방울이 튀었다.
접은 우산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실내 역사 바닥이 축축했다.
습기 찬 지하철 안에선 '우산 좀 털고 들어오세요' '우산 좀 잘 접어요. 옷 다 젖잖아요'란 말이 오갔다.
지난 16일부터 서울에 연일 장대비가 내리면서 지하철역 입구에 있던 우산 비닐을 씌워주던 기계들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5월 1일부터 시청 본청과 산하기관, 지하철 307개역에서 비닐 우산 커버를 없애겠다'며
'최근 폐비닐 재활용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됨에 따라 시가 앞장서서 일회용 비닐 제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비 오는 날 출근길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작년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된 우산 비닐은 약 520만 장이다.
비닐은 없앴지만 빗물을 막을 만한 대책은 없다.
시는 앞서 '(우산 비닐을 없애는) 대신 우산 빗물제거기나 빗물 흡수용 카펫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8일 '예산 문제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돈을 꺼야 하는 건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인데 시에서 공사 예산도 감안하지 않고 대책부터 발표한 것이다.
빗물 제거기가 서맃되더라도 기능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장마철같이 비 오는 날이 길어지고 이용자가 많아지면 내부 흡수 패드 기능이 쉽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우산 빗물제거기는 시청역, 종각역 등 서울 시내 6개 역에만 시범 설치돼 있다.
시민의식도 문제다.
우산을 털고 들어 오는 작은 수고를 다하지 얺는다는 것이다.
출근시간대 오전 8시 30분 시내 지하철역 5곳을 확인한 결과, 역사안으로 들어서는 시민 10명 중 7명은 우산을 털지 않았다.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이현웅(32)씨는 '빗물 떄문에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면서
'우산 한 번 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기본적인 매너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여의도역에서 만난 직장인 백현상(40)씨도 '과거 우산 비닐이 역사 안에 널브러져 있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며
'환경을 생각하면 일회용 비닐을 쓰는 것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우산 커버를 들고 다니는 게 맞는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역 입구에는 '우산 비닐 제공 중지 알림'이라는 제목과 함께
'역사 출입시 빗물을 충분히 털고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구본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