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 시절
한의대 서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삼 백 명의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며 알게 된 일이다.
한의대 과정은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6년 동안 청춘을 바치며 열심히 공부 한다.
그 과정 중 시체를 해부 하는 실습 시간이 있다.
시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는 학생들에게 부탁해 시신이 안치 되어 있는 실습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 2층에 있는 실습실은 진한 소독 냄새와 온 몸이 오싹 하도록 으시시하다. 시신은 짙은 밤색으로 나무 토막같고 질겨 보였지만 손톱과 머리카락은 그대로 있었다.
키가 커 보였다. 이 시신들은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냐고 물어보니, 대부분 행려자들이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시신이 모자라 수입해 오거나, 또 해외원정을 나가 해부 공부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한마디로 의학발전을 위한 학생들이 마음껏 해부하며 공부할 수 있는 시신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 즈음에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장기기증에 대한 방송이었는데, 신체는 부모님이 물려 주신 것이니 잘 보존 해야한다는 유교사상이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장기기증자가?적다는 것과 한 사람의 기증으로 많은 생명을 살리니 장기기증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연락처를 받아 적었고 전화를 걸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신청서를 보내왔다.
내가 기증하고 싶은 장기 등에 관해서 기록을 해서 보내는 것이다. 난 주저없이 모든 장기와 시신까지도 기증한다고 기록을 했다.
지금 '장기기증 희망 등록증'을 보고 있다. 기증형태는 뇌사, 사후. 2003년 10월 23일에 등록이 되어있다.참고로 연락처는 02-2276-0027이다.
남편에게 보여 주면서, 내 소원이니 내가 죽으면 가족인 당신이 사인을 꼭 하라고 말했다.
본인이 원해도 가족이 사인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우리 남편.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했다.
"창피하게 무슨 그런걸"... 자기 마누라의 벗은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인지 난 죽었고 시체에 불과한 것을... 유언이니 꼭 그렇게 해 달라고 ?못을 박았다.
새로 발급한 운전면허증 뒷부분에 조그맣게 장기기증자란 표시가 있다.
너무 작은 글씨라서 타인이 잘 알아 볼 수 없을 것같아 걱정이다.
내가 원하는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죽으면 잘 죽는 것인지..
남들은 흔히 "자는 듯이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다. 남아 있는 가족에게 고생과 피해 끼치지 않고 자는 듯이 가는게 좋은 것이다..
나의 영역이 아닌 하나님의 영역이기에 죽음을 놓고 기도한다.
뇌사 상태가 되어, 내 모든 장기를 적출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줄수 있는 죽음을 맞게 해 달라고...
그리고 나머지 시신은 의과대로 보내져서 그들이 열심히 실습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어 우리나라 의료계 발전에 조금이나 기여하게 해달라고 ..
왜 이것이 나의 소원인지는 단순하다.
생의 마지막 죽음을 맞이할 때?후회하지 않을 삶이 몇이나 있겠는가?
나 또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최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니.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육신
그리고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부활의 소망이 있으니
얼마전 뇌사상태인 아내의 장기기증 결심을 한 뒤, 아내를 살리는 수술이 아니라, 죽이는 수술을 지켜보면서,? 아픔과 고통으로 몸부림 쳐야만했던 지인의 사연을 읽게 되었다.
나에게는 소원이고 유언이지만 남아 있는 가족은 얼마나 큰 아픔이며 고통인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모를지라도, 이땅에서 숨쉬고 있는 나를 느끼면서 결국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인생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 이란 시편기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 소유는 이것이니, 주의 법도와 율례를 지킨 것이니다"
죽음의 순간 이 땅에서 가지고 갈 수있는 나의 소유는 무엇인가?
과연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만이 인생인가.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첫댓글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내가 원하는 죽음"이라는 제목처럼
죽음을 잘 준비하는 자가 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샬롬^^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삶이 지혜입니다.
감사드려요.
귀한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쓰셨어요.
ㅎ~~~
감사드려요. 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