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지 도서관 가던 날
장마전선이 제주 근처까지 올라왔다는 하지를 이틀 앞둔 수요일이다. 유월에 일찍 닥쳐온 더위로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데 비가 내려 달구어진 대지를 식혀주었으면 한다. 올봄 들어 근교 초등학교 하굣길 안전지킴이 봉사활동을 수행하느라 평일 오전은 강변을 걷거나 마을도서관을 찾는다. 어제는 이른 아침 주남저수지 둑길을 걸어 백양 들판을 지나 마을도서관에서 보냈다.
이번은 그간 뜸하게 들린 교육단지 도서관으로 나가려고 문이 열릴 시각을 기다리면서 어제 지난 산책 동선을 떠올려 ‘가술 콩국수’ 시조로 다듬었다. “날 밝아 길을 나서 주남지 산책 걸음 / 백양들 농로 따라 찾아간 도서관행 / 서가에 책을 골라서 열람석에 앉았다 // 수행이 따로 없을 조용한 독서삼매 / 때 늦은 점심으로 국도변 식당 찾아 / 콩국수 가락을 감아 한 끼 요기 때웠다”
인용절은 들녘 사진을 곁들여 지기들에게 아침 시조로 안부를 전하고 교육단지 도서관으로 길을 나섰다. 외동반림로를 따라 원이대로로 나가 창원 레포츠파크 동문 앞을 니났다. 두대동 시티세븐에서 이어 온 대상공원 능선으로 민간 자본으로 개발된다는 공원 공사는 몇 년째 시공 중이다. 예전 전망대가 있던 자리는 그보다 더 높다란 타워를 세우고 다른 시설물도 들어서고 있다.
폴리텍대학 캠퍼스를 관통해 가니 건물 외벽 펼침막이 눈길을 끌었다.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입니다”와 “존재만으로 감동인 꽃처럼 그대도 꽃과 같음을”이란 글귀였다. 실용 교육을 추구하는 대학답게 구성원들에게 사회성 함양을 부추기었고, 후자는 고뇌하는 청춘일지라도 ‘고귀한 생명은 다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로 받아들였다. 청년들의 꿈이, 현실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벚나무가 녹음을 드리운 교육단지 보도를 따라 걸으니 고교 어느 동아리에서 내건 또 다른 펼침막이 나왔다. 운전자에게 생태 환경 의식을 고취하려는 로드킬 예방 캠페인으로 ‘두꺼비가 집에 가는 길’이라면서 속도를 줄이면 생명이 보인다고 했다. 직업 전문계 고등학교 교문 앞에는 민주노총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주말에 어디선가 노동 인권 캠프를 연다는 홍보 문구도 보였다.
중학교와 전문계 고등학교 사이 산언덕에 자리한 창원도서관을 찾아갔다. 주중에 시니어 봉사활동을 다니느라 자주 찾을 겨를을 내지 못해 대출 만기가 다가와 빌려 읽은 책을 반납하는 길이다. 기존 도서를 소장한 본관 꿈담 2층 자료실로 올라 대출 도서를 반납하고 향토 도서 서가에서 몇 가지 목록을 살폈다. 이어 문학 코너에서 집으로 가져가 읽고 싶은 한시 해설서를 집었다.
주중은 교육단지 도서관으로 진출하는 시간이 빠듯해서 근교로 나간 김에 마을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주말은 주말대로 다른 일정이 짜여 도서관을 찾을 틈이 나질 않아도 지난주 토요일은 아침 산행 후 북면 무동 최윤덕도서관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 아파트단지 가까이 열람 여건이 좋은 도서관이 생겨 지역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창원도서관 본관에서 별관으로 건너갔다. 보름 사이에 새로운 책이 들어와 서가를 채웠는지 살피니 그새 늘어나지는 않았더랬다. 평일 오전에 도서관을 찾은 이들은 드물어 열람석은 한산했다. 오후에 발이 묶인 시간만 아니라면 점심 이후 해가 저물도록 머물고 싶었지만 서둘러 도서관에서 나왔다. 차량이 다니질 않은 차도 따라 충혼탑 사거리에서 창원 수목원 언덕으로 올라섰다.
음지식물원 숲속에는 비비추가 꽃을 피웠는데 옥잠화는 아직 철이 일렀다. 수국은 제철을 맞아 피었으나 한동안 비가 오질 않아 잎사귀와 꽃이 시들어 안쓰러웠다. 맨 꼭대기 하늘정원에 이르니 분수는 가동 시간이 아니어선지 멈춰 있었다. 수목원에 종사하는 조경사들은 더위도 잊은 채 가위와 톱으로 나뭇가지를 자르느라 땀을 흘렸다. 정류소에서 근교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