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임상호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광명신협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다 쉬고 있을 나이에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틈틈이 쓴 글로 십여 년 전에 등단하여
개인 시집도 두 권을 냈습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제 삶의 여유를 찾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문화, 예술, 사회 등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한잔의 곡차를 나누며 지내는 시간이 좋아서
제 스케줄은 사람만나는 일로 빼곡합니다.
사람이 좋고 술이 좋아, 만나는 자리에서
소주 서너 병을 비우고도 모자라 2차를
가는 경우가 허다 할 만큼
술에 젖어서 살았습니다.
하루 대여섯 갑을 피워대는 담배도
빠질 수 없는 일상의 동반자였습니다.
십여 년 전에 고혈압이 생겨
한 알 짜리 약을 먹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병도 없어 병원 갈일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사고로 쇠골 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며칠 입원한 일 빼고는 병원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건강검진을 해봐도 모두 정상이라니
대학병원, 동네병원 하다못해 보건소까지 가서
건강을 체크 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소하게 보여도 건강만큼은
정말 타고난 체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작년 초에 감기 증상이 있어
내과병원을 찾았지만 잘 낫지 않아
다른 병원을 다녔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천식기운이 있는데
어느 병원에 가야할까?“ 하고 물으니
대뜸 이비인후과에 가보라는 것입니다.
이비인후과를 찾으니 종전 내과에서
처방하던 방식과는 다소 나아보였습니다.
그곳에서 9개월간 치료 하였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호전되지 않아
그해 말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한번 기침을 하면 그치지 않고
손발이 저려도 하루 종일 갑니다.” 하고
좀 과장되게 말했더니 신경과와 호흡기과에서
일단 진단을 받으라고 합니다.
검진 결과가 나온 2017년 1월 13일 금요일.
키가 자그마한 여교수님과 마주하였습니다.
여교수님은 엑스레이 필름을 걸어놓고
“좋아 보이지요?” 하고 묻기에 주로 보던
갈빗대 사진이라 “예, 괜찮아 보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더니 이번에는 씨티 필름을 보여주며
망설임도 없이 “얘가 바로 폐암이에요” 합니다.
저는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담배는 16년 전에
끊었는데 폐암이라니...
지금껏 술을 마셨기에 “교수님 간암 아닌가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에요 폐암이에요” 합니다.
“아닐 텐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더니
“폐암이라니까요” 하며 언성을 높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되묻자
“어쩌긴요, 치료하셔야죠. 당장 이번 일요일에
입원하세요.” 라고 합니다.
당시 제가 성당 총회장을 하던 시기에 만나
2~30년간 가깝게 지낸 세분의 신부님들과
가끔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
“신부님 제가 암에 걸렸답니다.” 하였더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겠다고 합니다.
그 후 암 병동에 있는
새로운 교수님을 만나 조직검사를 하고
우선 숨구멍을 뚫기로 하였습니다.
샤워를 하고 마른 수건으로 왼발을 닦고
오른발을 닦으려면, 일어나서 심호흡을 해야
할 만큼 숨쉬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처방이 내려집니다.
매일 항암을 맞아야 한다는 겁니다.
제 상식으로는 한 대 맞으면 한달 정도 지나야
다시 맞는 걸로 알고 있었기에 “하루에 한번이요?”
하고 물으니 “네, 하루에 한번인데 주말은 쉬고 월
요일은 두 대를 맞아야 합니다.”
그것도 1차 항암주사 30대와 역시 마찬가지로
1차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가
“항암은 어렵고 꼭 낫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나와 같이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살자.” 합니다.
저는 망설였습니다. 과연 그 친구를 따라
자연 치유방식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교수의 말대로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아내는 말합니다. “당신이 여태껏 살면서
내 말 들어준 적 없으니 제 소원 한번만 들어줘요.
내가 최선을 다해 꼭 당신 살릴게요.” 합니다.
결국 아내의 소원대로 딱 1차에 한해서만
항암치료를 하기로 결정하고 작년 2월 20일,
월요일에 두 대의 항암을 시작으로 금요일까지
여섯 대의 항암주사를 맞았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니 곧바로 우수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합니다. 머리를 감으니 얼굴과
손 안팎으로 머리카락이 수없이 빠져 흘러내립니다.
조심스레 빗질을 해도 또 다시 한 움큼의 머리가 빠집니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보아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
그 사이 바로 앞의 환자는 하나 둘
죽음으로 실려 나갑니다.
그걸 보며 어금니 깨물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꾹 참았습니다.
방사선실에 가서 한 20분간 누워 치료를
받을 때마다 “하느님 저는 이제 죽는다 해도
결코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제 아버지도 쉰 넷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제
60을 넘어 70이 되었으니 억울한 것도 없고,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해달라고 떼쓰지도 않겠습니다.
제게 닥친 죽음이라면 피해가지도 않겠습니다.”
라고 읊조렸습니다.
매일 방사선과를 찾을 때 마다 미소 지으며 인사를 드렸더니
한 직원은 “제가 이 병원에서 10년째 근무하는데 선생님처럼
웃음 띤 얼굴로 여기를 찾으시는 분은 여태껏 본적이
없습니다.” 라고 합니다.
월요일이 되자 항암을 맞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여섯 대의 항암주사로 인해 콩팥 수치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백혈구 수치도 560까지 떨어져 격리수용을 하여야 한답니다.
할 수 없이 호전될 때까지 대기상태로 있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만 하던 중,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새벽 5시에 피를 뽑으면 7시에 결과가 나오는데 월
요일도 화요일도 안 된다더니 수요일에는
다시 항암을 투여해도 된답니다.
그리고 이번 역시 두 대를 맞아야 한답니다.
결국 여덟 대의 항암을 맞았습니다.
목요일 아침 회진 이후에 주치의 선생님이 다시 병실에 오셨습니다.
“아버님, 좋은 소식입니다. 그게 좀 작아졌다는데요.”라고 합니다.
그 순간 삶의 희망을 꿈꾸기도 하였습니다.
오후 네 시쯤 방사선과 과장님이 찾는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아내와 함께 방사선과를 찾았습니다.
“주치의 선생이 뭐라고 해요?” 라고 묻기에
“예 그게 좀 작아졌다는군요.” 하니 “얼마나요?” 하고 되물었습니다.
“글쎄 얼마나 작아졌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럼 한번 보시죠.” 하며 컴퓨터를 열고 제 차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과장은 갑자기
“어어! 이거 치료를 못하게 됐네요.” 합니다.
“아니 치료를 못하다니... 왜요?” 그러자
“자, 보세요. 없어진 걸 어떻게 치료해요?”
순간 앞에서 번개가 치듯 깜짝 놀랐습니다.
그 커다란 혹 덩어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내는 과장의 손을 덥석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합니다.
이게 사실이란 말인가? 저도 어리둥절했습니다.
그 다음날 금요일 오전, 퇴원 수속을 받으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이제 죽음은 면했고,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합니다.” 라는
짧은 기도를 드릴 수밖에...
3월 24일, 금요일! 그날 아침 짐을 싸서
집으로 보낸 후 저는 곧바로 사무실에 나가
업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후 병원에 갔더니 담당교수님은
이제 2개월 뒤인 6월에나 다시 오라고 하며
약 처방도 없이 다음에 보자고 합니다.
6월이 되었고, 역시 재발 가능성은 없으니
이젠 3개월 뒤 9월에 오라고 합니다.
작년 9월에 갔더니 6개월 뒤인 3월에 오세요. 하였고,
올 3월에 다시 찾았더니 현재 상태로는 재발 가능성이
없다며 9월에나 오라고 합니다.
그 후 신부님들에게 “제가 폐암에서 해방되었답니다.”
하였더니 “회장님, 만세.”
또 다른 신부님은 “그게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회장님에게만 일어난 작은 기적입니다.”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저의 딱한 처지를 아시고 치유시켜주신
기적일수도 있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일과 죽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죽음의 문턱에 있을지언정 절망하지 마십시오. 절망한다고
나아질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은 누구나 다 있게 마련이지만 저 역시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 어차피 제게 닥친 운명이라며
긍정의 삶으로 대처한 결과 이렇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긍정적 삶을 사십시오.
비록 어렵고, 힘들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미세먼지가많다네요
....마스크잊지 마세요^^
감사드립니다
고운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