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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필요한 만큼은 있어야 한다.
돈에 대한 탐구라고 하면 대부분 돈을 어떻게 벌어서 무엇으로 불릴까에 대한 방법론을 얘기하나 싶겠지만 아니다. 그보다는 돈은 하나의 관념이고 허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돈은 나를 치장하는 장신구와 같다. 나라는 본질과 관련이 없는 비본질이 바로 돈이다. 명품 인생은 굳이 돈으로 치장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하류 인생은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명품을 걸쳐도 돋보이지 않고 오히려 천박해 보인다. 본인만 모를 뿐이다. 돋보일 거라는 생각은 자기만족이고 남들이 부러워할 거라는 자기만의 착각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그런 자기만족과 착각도 필요하다.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그런 사람에게 돈은 어느 정도 효용을 준다. 그러나 자신에게 쏠리는 이목과 부러움은 존중과 존경의 가치를 담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를 쓰고 돈을 좇는다.
어렸을 때 가난했지만 그 가난이 돈하고 바로 연결되지 않았다. 좁은 세계에 살았으니 돈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돈으로도 못 하는 일, 돈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과 돈이 없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철이 들면서 돈은 금욕주의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우리 집을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돈에 대해 공식적으로 좋게 얘기하는 걸 들은 기억이 없다. 돈 없어 죽겠다는 얘긴 들었어도 돈은 좋은 것이니 많이 벌라는 얘긴 못 듣고 자랐다. 그래서 돈은 왠지 멀리해야 할 대상이었고 불편한 그 무엇이었다. 최영 장군의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말씀을 좌우명처럼 모시고 살았다. 아니면 여우와 신 포도 우화처럼 어차피 가질 수 없을 거라면 멀리하고 꺼림직한 그 무엇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는지도 모른다.
결혼하고부터는 돈은 생계를 위한 필요 악이었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먹고 살 만큼 벌고 싶었다. 그러나 조급함 뒤에는 항상 누군가 악착같이 따라붙는다. 바로 탐욕이다. 돈을 빨리 벌고 싶은 마음에 허겁지겁 내달리는 데 탐욕이 뒤에서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재테크는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렇게 40대를 보낸 것 같다. 그러다 때가 되었는지 아니면 운이 좋았는지 50대 중반부터 돈이 모이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은퇴(65세)를 7 앞둔 현재는 돈을 떠나 평온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 가끔 친구들과 만나면 다들 건강과 돈 얘기뿐이다. 돈과 건강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늙어 돈이 없으면 추잡스러워 보인다. 남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필요한 만큼은 있어야 한다.
돈과 독서
돈과 관련된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읽는 편이다. 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에 끌리기 때문이다. 태양이 지구와 그 밖의 행성을 끌어당기듯 돈 또한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끌어당긴다. 돈이라는 주제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돈만큼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 또 있던가?
돈에 대한 초창기 독서는 주로 화폐의 역사와 화폐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즉, 돈이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화폐의 기능은 무엇이고 어떤 재료의 돈들이 지금의 지폐로 발전해 왔는가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었다. 그 후 은행이 만들어지고 신용이 창조되는 금융 시장에 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된 과정과 그에 따른 음모론('화폐 전쟁'과 '시대정신'과 같은)도 귀가 솔깃한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러나 그런 음모론적인 책들은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지식과 통찰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과 세상을 이분법 적으로 보게 만든다. 팩트보다는 상상력을 동원해 쓴 소설이었다.
그런 음모론이 시들해질 무렵 '자본주의 이해하기'와 같은 책을 봤던 것 같다. 자본주의가 움직이는 원리, 그러니까 사적 재산의 보호, 금융시장과 자산 시장, 수요와 공급, 가격, 인센티브 등에 대한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맨큐의 경제학'과 이준구 이창용 공저의 '경제학 원론'을 봤다. 경제학 이론을 공부하다 보니 경제학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그에 따른 이론들에도 관심이 갔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됐는지도 궁금했다. 또 자본주의 역사와 변천, 경제학의 태동과 발전 과정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돈과 관련된 관심이 경제학과 자본주의에 대한 궁금증으로 확장됐다.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나름 의미 있고 흥미로운 모험과도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돈에 대한 책들의 서열을 나열해 보자면 찰스 윌런의 '돈의 정석' > 보도 섀퍼의 '돈'> 홍춘욱의 '돈의 역사' >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대니얼 코나한. 댄 스미스의 '돈의 거의 모든 것' > 임석민의 '돈의 철학' > 김승호의 '돈의 속성' > 임경의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다니엘 D. 엑케르트의 '화폐 트라우마' > 송인창외 6인 공저 '화폐이야기' > 구니토모 야스유키의 '돈이 울고 있다'(만화) > 애덤 퍼거슨의 '돈의 대폭락' > 김희상의 '돈 좀 벌어 봅시다' > 이명로의 '똑똑한 돈' > 윤채현의 '지금 당장 돈의 흐름 공부하라' > 박현주의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의 순인 것 같다. 돈이라는 단어가 주는 속물성 때문에 이런 유의 책을 거리낌 없이 집어 드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불편함에 직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이제, 돈에 대한 책은 그만 봐야겠다. 돈에 대해 빠삭해서가 아니다. 돈에 대한 맹목적인 욕망이 불편하다. 그러나 솔직한 답은 돈이 예전만큼 절실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과 권력은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얼마나 더 큰 욕망으로 키워내는냐에 따라 갑부 또는 재벌이 되고 권력의 정점에 올라선다. 그러나 욕망의 치명적인 약점은 적절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은 파산하고 권력자는 추락을 한다. 돈과 권력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욕망을 잘 달래서 같이 가는 사람만이 끝까지 돈과 권력을 지킬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인플레이션을 좋아할까 아니면 디플레이션을 좋아할까?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때 유리한 자산은 무엇이 있을까? 이 딱 두 가지 고민만 깊이 있게 파고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이 많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듯 투자 또한 똑똑하다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다. 돈을 찍어내고 신용창조가 만들어지는 시스템과 그 과정을 알든 모르든, 달러가 기축통화가 돼서 누리는 시뇨리지가 어떠하든, 이런 지식들이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돈을 버는 방법은 몸을 놀려 일하던가, 사업을 하던가, 아니면 투자를 하는 방법뿐이었다. 단,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스스로 궁리하고 실행하고 찾아내야 한다. 세상은 잠자는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또 잠자는 토끼(당신)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돈, 얼마를 원하는가?
사람들은 돈 돈 하지만 막상 원하는 돈이 얼마인지에 대한 개념은 없다. 그저 다다익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얼마를 벌고자 하는지 기준이 없다. 막연하게 100억 정도면 부자라고 느낄 것 같다는 생각 정도만 있다. 겁대가리(죄송) 없이... 100억이 얼마나 큰돈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서민 갑부 등의 영향으로 100억 원을 우습게 안다. 또 조금만 노력하고 운 만 좋으면 그리될 것 같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2022년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4.5억이고, 상위 10%의 순자산은 9억, 1%의 순자산은 29억, 0.1%의 순자산은 76억 정도라고 한다. "에계~, 0.1%의 순자산이 100억도 안 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약소한(?)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당신은 학교에서 전교 1등(0.1%)을 해본 일이 있는가? 꿈을 꾸는 것은 자유지만 꿈을 이루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10억, 30억의 재산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순자산이면 상위 10% 또는 상위 1%의 부자다. 100억 정도의 자산가를 꿈꾸는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 허황된 꿈을 좇지 말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자.
돈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한 과정은 우습게 안다. 부자들이 얼마나 피땀 흘려 지금의 재산을 일구어냈는지를 주목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다. 그러니까 결과에만 집중할 뿐 과정은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공한 사업가 또는 서민갑부의 얘길 들으면 뭐 별것도 아닌 것 같다. 쉬워 보인다. 현재의 모습만 보기 때문이다. 과거 고생하고 절망하고 막막했던 시기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의 과거 힘들었던 얘기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국 GE의 CEO 제프 이멜트가 불명예 퇴임을 하면서 후임자에게 독백인 듯 푸념인 듯 내뱉은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뭐든 밖에서 보면 보면 쉬워 보이는 법이죠." 그렇다. 밖에서 보면 쉽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저건 저렇게 하면 되고, 그건 그렇게 하면 된다고 훈수를 둔다. 백종원의 골목 식당을 보면 기본도 모르고 또 기본도 안 지키면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폐업하는 10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모른다. 세상을 우습게 보고 장사를 시작한 사람은 정작 본인이 우스운 사람이란 걸 증명하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세상과 사람을 우습게 보는 사람치고 조그마한 성공이라도 한 걸 못 봤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은 "꿈은 이루어진다"와 같은 이상한 얘기 말고 꿈은 이루기 어렵다는 말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제발 꿈에서 깨자.
돈은 인격을 드러내는 시금석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 권력과 돈을 줘보라고 한다. 돈과 권력은 그 사람이 누군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사람은 권력과 돈 앞에 본성을 드러낸다. 인성이 드러나고 인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돈은 사용하기 나름이다. 누가 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돈의 품격이 달라진다. 칼을 들고 사람 목줄에 들이대면 강도지만 칼을 들고 요리하면 셰프가 된다. 그러니까 누가 칼을 쓰느냐에 따라 흉기도 되고 도구도 된다. 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돈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품격을 발현시키는 수단이자 시금석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언행과 검소한 생활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고 산다면 품격 있는 인생이다. 돈만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고 사람을 우습게 알면 졸부의 인생이다. 돈이 없다고 발악(?) 적이고 매사가 불쾌하다면 개차반인 인생이다. 돈이 없어도 친절하고 정직하며 매사에 충실하다면 고매한 인격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문제다. 인간사 모두가 그렇다. 인격이 없다면 돈도 의미 없다. 반면, 인격이 있다면 돈은 부차적인 문제다.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돈을 부정할 필요도 돈을 숭배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더 좋다. 더 좋은 걸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저마다 원하는 돈의 성격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과시용 돈을 원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를 위해서 그리고 자랑질을 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 성공을 담보하기 위한 돈 말이다. 돈에 대한 개념이 얕고 통속적이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복수를 위한 돈도 있다. 어린 시절 돈 없는 설움에 마음속에 칼을 갈고 쟁취한 돈이다. 그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그 칼에 마음을 베이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욕망을 위한 돈도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위태로움도 무릅쓰고 목숨을 걸고 쟁취한 돈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보면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풍요로운 돈이다. 내가 추구하는 돈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믿으며 돈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생각이다. 돈 보다 마음의 평화를 먼저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돈을 추구하는가?
돈벌이는 어렵다.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가난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 먼저 스스로 깨치고(?) 스스로 정신적 자해(?)를 하고 스스로 마음을 닫게 만든다. 절대 가난에 몰려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실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불편한 돈의 개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냉대하고 또 무시할 거라는 피해의식이 더 문제다.
돈 버는 방법은 어렵다. 쉽다면 모든 사람이 부자일 것이다. 돈은 어려운 주제다. 누구나 똑같이 돈을 나누어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원하기 때문이다. 돈만 있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중에 돈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까 싶다. 이걸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는 돈이 모이지도 않고 돈을 벌 수도 없다. 돈에 대한 의지도 돈을 벌기 위한 행동도 없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돈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혁명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피를 흘려야 한다. 결과는 좋지만(?) 과정이 좋다고 할 수 없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농촌 인심이 후하다(각종 채소와 과일이 남으면 이웃에 나누어 준다)는 것에 착안하여 돈에 꼬리표를 달아 유통기한을 정해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즉, 일주일 안에 또는 한 달 이내에 안 쓰면 폐기되는 것으로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 큰돈을 벌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벌었다고 하더라도 나누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좋은 생각이지만 짧은 생각이란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나누어 주지는 않을 개연성이 더 커 보인다. 왜?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힘들게 번 돈을 내일이면 없어진다고 이웃에게 나누어 주겠는가? 힘들게 농사지은 양파, 배추를 제값을 못 받는다고 갈아엎는 것과 같다. 나보다 남이 잘 사는 걸 반기는 사람은 없다.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 힘들 수밖에...
자신이 번 돈은 피땀 흘려 번 돈이고 남이 번 소득은 불로소득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이 사람들 인심이다. 돈에 평등 공정 정의를 들이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돈과 권련은 양보도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돈에 대한 얘기는 부자들에게 들어야 한다. 부자들이 돈이 필요 없다고 하면 수긍할 수 있다. 돈이 있어봤고 또 있으니까.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고 섣부른 짓(?)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주제(죄송)에 어디서 들은 또는 어디서 본 그럴듯한 말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돈이 그나마 공정하다.
남 보다 잘 사는 비결은 원시시대는 주먹(힘) 이었다. 즉, 폭력과 공포심으로 상대방을 제압했다. 아직까지 그 잔재가 조폭이라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 조선시대까지 잘 사는 비결은 신분이었다. 귀족의 특권으로 일반 평민들을 수탈하여 호의호식했다. 현대 사회는 돈이다. 돈은 누구에게 폭력을 쓰지도 수탈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주지 않던가? 돈은 상대방에게 만족을 주어야 벌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돈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유의 주장에 동조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버는 비결이 감수성이라고 하면 다들 갸우뚱일 것이다. 감수성은 타인의 아픔과 불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서적 반응이다. 인류 공영과 공존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곧 감수성이다. 당신은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그 출발점이 바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바로 정의가 아니면 무엇인가? 당신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
돈을 버는 사람들은 타인의 불편과 아픔을 치유하고 해결해 주고 행복과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지갑을 기꺼이 열지 않던가? 당신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는가? 잘 살기 위해선 남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그러니 아무나 성공할(돈 벌) 수 없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도 없고 타인의 불편과 아픔에 눈을 감고 사는 사람은 큰 것은 고사하고 구멍가게 하나도 제대로 꾸려나가기 어렵다. 아직까지 나는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큰 성공은 고사하고 작은 성공 하나도 제대로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세상이 정의롭게 보이지 않아도 나름 정의롭게 움직인다.
나는 왜 돈에 집착했나.
30대 중반 전에 결혼했다. 다소 늦은 결혼이었다. 결혼하기 전까지 대충 산 것 같다.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면서 목표도 야망(?)도 없이 남들이 사는 만큼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IMF 사태 때 모든 걸 잃었다. 살던 집도, 동고동락했던 친구도, 믿었던 후배도, 신뢰했던 선배도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지위와 자격마저도 잃었다. 전세 얻을 돈이 없어 처가살이를 1년 정도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였지만 나중에 알았다. 그 고통의 시간이 성장통이었다는 사실을...
그 후 뼈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스스로에 다짐했다. 절대 속지 않는다. 믿을 건 자신뿐이다는 좌우명을 뼈에 새겼다. IMF 때 수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지만 다행히 우리 회사는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야근을 밥 먹듯이 했지만 기사회생한 회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회사에 오래 남아있고 싶었다. 그렇게 10년간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열심히 일 한 만큼 회사에도 인정도 받고 우수 사원 표창도 몇 번 받았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본사 근무를 그만두고 지점 영업직을 지원했다. 지금 생각하면 객기 반, 용기 반의 선택 있지만 운이 좋았다. 몇 년 간 영업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잘 했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22년간 받은 월급만큼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내 나이 40대 중반이었다. 가장 잘나가던 시기였고 자신감이 넘치던 때였다.
호사다마라고, 그렇게 기고만장하다 실족하여 큰 부상을 당했다. 감독원 감사를 받고 곧이어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사실보다도 임원들 관심 범위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이 더 괴로웠다. 잠시나마 임원을 꿈꾸던 직장인의 로망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임원의 꿈을 접고부터 일 대신 재테크에 더 관심이 갔다. 증권회사에 다녔으니 주식은 물론이고 펀드,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부동산 경매 그리고 금 투자까지 해볼 만것은 다 해봤다. 하지만 돈은 좀처럼 눈에 띄게 불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50대에 접어들고 투자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자산이 점점 불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 여기저기 뿌려놓은 부동산 자산 덕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행운이었다.
내가 돈에 집착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가난 때문도 아니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성공의 증거로서 돈이 필요했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 장인. 장모님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나락으로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고 싶었다. IMF 사태로 한없이 떨어진 자존심을 돈으로 회복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재기의 증거로서 돈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돈 이외에 모든 게 다 부차적인 문제로 보였다.
마무리
돈, 필요한 만큼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돈돈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이 필요한 만큼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돈 이외의 다른 결핍이 곧바로 찾아올 것이다. 명예도 갖고 싶고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세도 치르고 싶고, 또 자랑도 하고 싶다. 세상과 사람이 만만해 보이기 시작한다.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의 후유증이다. 무엇이든 적당히가 필요하다. 자신의 그릇은 작은데 주체할 수 없는 돈이 들어오면 차고 넘친다. 넘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들어올 돈보다 그릇을 키워나가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돈 보다 중요한 건 평정심이고 평온한 일상이다. 그러나 돈이 없을 땐 그걸 모른다. 또 돈이 넘칠 땐 이를 간과한다. 비극과 불행은 그렇게 잉태된다.
인생 2 막을 살고 있는 지금,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더운 열기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또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을 계속하는 힘은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라는 긍정이다. 그리고 살아서 행하는 모든 것이 수행이라는 불교적 가르침도 늘 되새기고 있다. 세상 살이가 그렇다. 태어났으니 살아야 하고 살아야 한다면 최선을 찾아야 한다. 그 최선이 긍정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이것도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할만하다.
삶은 처음과 다르게 매번 나의 생각을 시험하고 기만하고 심지어 배반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길 잃은 생각과 신념을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아야 한다. 생각은 변질되기 쉽다. 의지는 약해지고 처음의 결심과 생각은 희미해진다.
돈에 대한 생각도 예외일 수 없디. 수시로 바뀐다. 원망의 돈이었다가 간절한 돈으로 바뀐다. 없어도 그만인 돈이었다가 꼭 필요한 돈으로 바뀐다. 인생의 시기마다 나이에 따라 돈에 대한 욕망은 밀물과 썰무처럼 들어왔다 물러났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돈은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 관리되어야 한다. 돈은 방치하면 안 될 중요한 부분이고 절대 시 하면 오히려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남 보다 좀 더 잘 살고 싶은 욕망에 따라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며 사는 것이 흠이 될 수는 없다. 경제적 자유를 확장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로지 물질적인 욕망에만 몰두하면 정신이 피폐해진다. 나머지는 반은 정신적인 것으로 채워야 한다. 감사, 긍휼한 마음, 관용, 겸손, 사랑, 자존, 공존, 친절과 같은 것 말이다.
[출처] 돈, 있어도 문제, 없으면 더 문제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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