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련산 역 10시
오늘의 참여자 - 청암, 매암, 춘성, 난곡, 태화, 중산, 남계, 남천, 백사, 청송 이상 10명
300차 - 숫자가 숫자인지라 좀 더 많은 회원이 참여했으면 더 좋으련만 그래도 두 자리 수는 되어서 일단은 괜찮다.
하늘은 쾌청, 등산 지팡이로 쿡 찌르면 쨍그렁 소리가 날 것 같이 맑고 높고 푸르다.
연일 한파가 몰아친다는 기상대 예보지만 부산 날씨는 그런 추위를 별로 못 느끼고 더욱이나 오늘 낮은 영상 8~9도 라 한 겨울 속의 봄이라고 할 정도의 포근한 날씨
10시 15분에 춘성이 앞장 서 일행을 안내한다.
청암이 아직 다리가 완전히 안 풀려 가급적 가파른 오르막은 피하고 금련산, 황령산 기슭을 가로 지르는 임도를 간다.
임도에는 잔 자갈이 깔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경쾌하게 난다.
아 이렇게 좋은 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겨울 산길을 걷는다.
국제적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원유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걱정스러워 이자율을 올리고, 여야가 싸우고 하는 이런 잡다한 세상사 한 쪽 귀로 흘려버리고
청송이 걷다가 런닝이 땀에 젖었다고 웃통을 벗고 옷을 갈아 입으며 가슴 알통을 자랑하는 일에 박수를 보내고
매암이 사위 본 이야기에, 남계가 얼굴에 점 뺀다고 레이져 빔을 맞아 온 얼굴에 검은 딱지를 달고 온 모습을 보며 즐기고
우리는 그냥 이렇게 우리 주변의 작은 이야기들이나 소중히 하며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 죽은 부산 교단의 손꼽히는 미남이었던 최규섭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애석하지 않은가.
40 년생이니 우리하고 두세살 차이.
동래고 교장을 하고 교육위원을 두 번 했지.
우리처럼 이렇게 한가하게 놀 여유는 없었던 분이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 - 살아있는 것은 이 순간뿐이다.
맑은 공기 마시고,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산길을 걷고, 눈 아래 광안대교며 아침 햇살이 눈부신 바다를 보며,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를 궁금해 하며 걷고 또 걷는다.
뽀드득 뽀드득.
임도는 돌아 돌아 금련산 구역을 지나 황령산 구역에 접어 든다.
바로 편백 나무와 리기테다 숲속길이다.
길가에 세워둔 기념비에 1976 년에 부산시에서 식수했다고 적혀있다.
그러면 35 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76 h a 의 면적에 191,200 그루를 심었다.
아 그래서 이렇게 대단한 숲이 되었구나.
늘 다니면서 이 숲을 누가 만들었을까했는데 오늘 비로소 알았다.
옛날에 황령산은 물이 귀하고 나무도 잘 자라지 않아서 거친 고개라고 황령(荒嶺)이라고 했다는데 이제 이름을 바꾸어야겠다.
편백과 리기테다가 이렇게 잘 자라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가.
산 이름이라도 바꾸어 줘야지.
금련산은 천년 고찰 마하사의 연꽃을 격상시켜 황금 연꽃이라고 금련이라 불렀던 데서 연유했다는 설이 있다.
거기서 연산동 동명이 나왔다고도 한다.
바람고개에 닿은 것은 12시 15분.
바람고개는 6거리다. 전포동에서 올라 오는 길, 대연동에서, 연산동에서, 남천동에서, 수영동에서, 망미동에서 올라오는 길 등이 고개에서 만난다.
6개동의 바람이 만나는 곳이다.
오늘은 바람이 없어 육방에서 올라 온 사람들만 만난다.
5분 휴식하고 6거리 중 가장 넓은 대연동 길을 택해 내려오다.
오늘은 완전 평지 산행이다.
군자는 대로행이라 하지 않는가.
가슴을 펴고 휘적 휘적 걷는 친구들의 뒷목습은 청년스럽다. (?)
위수 사령관 춘성의 안내로 대연동 우체국 바로 맞은 편 소고기 (쇠고기로 안 적고) 국밥집에 안착한 것이 1시 반 경.
저승꽃을 지운다고 레이져빔을 맞아 온 얼굴과 목에 검은 딱지 투성이가 된 남계가
- 지난 번 시산제 때 돼지 머리 앞에 놓은 배추 이파리가 9장이 남아 있으니 오늘 계산은 그것으로 합 ~.
남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매암이
- 아니지 아니지,오늘은 내가 냅니다. 사위를 본 내가 안 낸다니 말이 안 되죠.
기회를 주세요. 그것은 다음에 쓰세요.
막 바로 터져나오는 박수 - 그렇담 그렇게 합시다.
근데 왜 소고기 국밥이 이렇게 맛있는감. 호부 4,000 원 짜린데.
막걸리도 이 집에서 만든거라는데 (한 뚝배기에 5,000 원이라) 술 못 먹는 내 입에도 딱이네요.
하기야 춘성이 아무 집에나 우리를 안내했겠는가.
매암 선생, 미남 사위 맞았고 (정말 키 크고 코 크고 인물 잘 생겼어요 누가 봐도)
결혼식 주례 좋고 (주례 선생은 부산 의대 교수이자 중산 선생의 바로 친 동생이지요) 무엇보다도 손님이 와글 바글, 그 큰 호텔 예식장에 입추의 여지도 없었죠.
우리 3기 친구들도 많이 갔고.
그래서 소고기 국밥이 더 맛있는 거 아니겠소.
2시반 오늘 산행 잘 마쳤습니다.
안내해주신 대연동 위수 사령관 춘성 선생 고맙고
스폰서 해 주신 매암 선생 - 결혼 식 전에 서면 남대문에서도 스폰서 했고, 3기 찬조금 거금 내 주셨고, 300차 산삼회 식사까지 쏘아주시니 그저 고맙기 한량없소이다.
딸과 사위 좋은 의사 될 겁니다.
다음은 21일 어린이 대공원입니다.
301차 - 우리 산삼회가 300 회를 넘겨 400회를 향해 첫 걸음을 내 딛는 날입니다.
많이들 오시기만 바랍니다. 안녕히.
첫댓글 梅岩선생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고맙고
대연동 위수 사령관 春城 ....맛있는 곳 안내로 국밥,탁배기 좋았습니다.
南溪님..수고*.~
300차 산행을 이룬 산삼회가 대단합니다. 남계같은 공신의 밑거름 덕분아니겠소. 산행기 잘 읽었고, 수고 많았소. 올해는 남계가 적송을 좀 도와 주어야 할 것 같네요.
돕다기 보다 다 우리 일 아니겠소이까? 매일생한께서도 사진 자주 박으시고 글 올려주사이다. 나는 사진 없이 글만 올리니 반쪽 산행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