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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연애의 목적
나와 헤어져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내 모진 소리를 자꾸 생각했을 내 모진 소리에 무수히 정 맞았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모진 소리 늑골에 정을 친다 쩌어엉 세상에 금이 간다 황인숙/ 모진 소리 이걸 좀 보세요 분노라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구체적인 것으로 찌르는 구체적인 슬픔 여성민/불빛 네가 날 보고 싶어 하면 좋겠어 어두운 하늘에 조명이라곤 달밖에 없는 고요함 속에서 내 얼굴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에서 날 그리워했음 좋겠어 백가희/당신이 빛이라면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 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 때 꽃 피는 푸르른 봄 심보선/ 청춘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 곁을 떠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김이듬/겨울 휴관 내가 잘못한거야? 너를 내게로 가두면 안 되는거야? 서덕준/달의 궁전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 갈비뼈에 철썩이는 외로움으로는 그대 간절하다 새벽편지를 쓰고 허파에 숭숭한 외로움으로는 그대 그립다 안부편지를 쓰고 간에 들고 나는 외로움으로는 아직 그대 기다린다 저녁편지를 쓰네 고정희/쓸쓸한 날의 연가 너는 꽃을 뒤집어쓰고 죽어 버렸다 이제니/꽃과 재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너머라는 말을 죽이고 싶어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어 한기로 몸을 데우는 법을 알고 싶어 빛나는 그물의 안과 밖은 어디인지 봄이 거적때기처럼 네 몸을 가리는 순간 이미 다른 겨울을 걷고 있는 네 얼굴을 사랑해 장승리/방랑자 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에게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 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허수경/이국의 호텔 우리는 지겨움에 빠져든다 일어나 욕실에서 끌어다놓은 욕조 안에 너를 눕힌다 너의 눈이 예뻐서 너의 눈동자에 키스를 한다 여성민/ 키스 언제부터 너는 너의 폭력을 꽃 피는 춘삼월이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여성민/꽃병의 감정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밑물 져야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그대 앞에 봄이 있다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2007-10-26 13:50 헤어졌습니다
성기완/당신의 텍스트 6- 수신확인 어떤 작정이 없다면 사람은 금방 슬퍼지고 만다 고작 덥네 더워 여름이네 여름 하면서 그렇게 부끄러운 일만 잔뜩 떠올리면서
유희경/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종교 없는 사제같이 신도 없는 종교같이 무대 밖의 배우같이 관객 없는 무대같이 차라리 아름답게 망해버리기라도 했으면 기도할 때 밤은 왔다 아름다운 사람과 그렇게 만났듯이 기도를 가장 먼저 듣는 건 나 자신입니다 신의 귀가 우리보다 밝았더라면 애초에 기도는 그쳤을 거예요 나는 아름답게 죽고 싶다고 내가 살지 못할 인생을 두고 울고 싶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게 있다고 생각하면 울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고 울먹였다
이현호 누나 다섯 살은 완벽한 나이입니다 나를 좀 보아요 그리운 나를 다섯 살에서 다섯 살까지 늙어버린 나를 좀 보아요 기분 나쁜 기침 소리가 내게서 울려 퍼지고 있어요 세상은 아파트 13층 베란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나 우리들의 편지는 모두 불태워버립시다 불과 연기는 언제나 밤을 아름답게 해요
김행숙 방에서 가만히 서로의 심장에 번갈아 귀를 보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놀라는 두 사람처럼 그뒤로 영원히 잠들지 못해 충혈된 두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처럼
황인찬 공원에 떨어져 있던 사랑의 시체를 나뭇가지로 밀었는데 너무 가벼웠다 어쩌자고 사랑은 여기서 죽나 땅에 묻을 수는 없다 개나 고양이가 파헤쳐버릴 테니까 그날 꿈에는 내가 두고 온 죽은 사랑이 우리 집 앞에 찾아왔다 죽은 사랑은 집 앞을 서성이다 떠나갔다
황인찬 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 깔깔깔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여러번 만났다 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 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 우리는 그 새를 아주 우울한 기분으로 오늘 저녁의 창밖으로 날려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웃었을 것이다 깔깔깔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영혼을 동그란 돌처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작 자기 자신의 영혼에는 그토록 진저리치면서 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 방금 태어나 한 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
심보선/새 |
첫댓글 아 너무 좋아
글도너무좋고 폰트도 궁금하다 너무좋다..
여성민 작가 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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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