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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었다. 계속가도 나무와 풀밖에 없었다.
처음엔 길을 잃었나 했다.
그러나 내 다리는 모르는 길을 척척 걸어 나갔다. 몸도 점점 뜨거워진다.
그렇게 뛰지도 않았건만 왜 이렇게 흥분이 되지?
어디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어. 이럴 때만은 핸섬하고 스트롱기스트한 아버지의 얼굴도 보고 싶어졌다.
더 길을 잃기 싫어서 잠시 멈춰선 바위에 걸터앉았다.
앉아 있다가 문득 옷이 어디에 스쳤는지 소매 근처가 찢어져 있었다.
그러나 청각에서 들리는 소리에 온몸의 신경이 상처를 치료를 하려던 신체 활동을 멈추게 했다.
무슨 소리지?
뭔가 흐느끼기도 하고, 소름이 돋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귀신인가? 일본엔 귀신이야기가 많다더니 정말로 나타나는 걸까?
핸섬하고 스트롱기스트한 아버지가 있었다면 당장에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 으끄...끄...끼잉.... ”
다시 소리가 난다.
거긴가!?
분명히 들렸다.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거칠게 뜯어 던져버렸다.
“ ?! ”
덤풀 속에 있어서 안보였던 그것, 그것이 눈앞에 드러났다.
실제로 보긴 처음 이였다.
어렸을 때 집에 있는 그림책에서 본 그대로 그것은 그곳에 있었다.
여우였다.
크기로 봐선 아직 어린 여우 새끼였다.
아직 새끼이긴 했지만 은색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는 분명한 여우였다.
그 작은 새끼 여우는 갑작스러운 사람의 등장에 깜짝 놀란 듯 도망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도망가지 않은 게 아니라 도망치기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새끼여우의 오른쪽 다리가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걸려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이미 피로 번져 있었고 얼마나 됐는지 피는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아마도 며칠 전부터 덫에 걸려 발버둥을 쳐서 체력이 바닥이 나버린 것 이것이리라.
구해줘야겠다.
천천히 새끼여우의 몸에 손을 뻗었다.
처음에 몸을 잠깐 부르르 떨더니 얌전해졌다.
조심스럽게 덫의 양끝을 잡아 벌리기 시작했다.
TV에서 본 자연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본걸 따라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쉬웠다.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빨리 치료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자신도 위험한 상황이지만 석호의 마음속엔 그저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곧 오른쪽 다리는 덫에서 해방되었다.
새끼여우는 울다가 지쳤는지 눈을 감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까 찢어진 셔츠의 소매부분을 찢어서 새끼여우의 다리를 동여매주었다.
찢어진 부분이 마침 어머니가 옷에 새겨주신 K.S.K라는 자신의 이니셜이 붙어있는 부분이라 조금 아깝지만 이제 빨리 산장에 가야만 했다.
산장에는 비상약을 비롯한 간단한 치료용 도구가 있었다.
완치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돈 치료할 수 있을 거다.
응급처치로 붕대처럼 찢어진 옷을 감아주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다.
제길 신은 어디 있는 거냐? 돌아가는 길조차 모르겠다. 내 손안의 작은 생명이 끊어질 듯 위태롭게 숨을 쉬고 있다.
반드시 살릴 꺼다.
이름도 모르는 여우야, 이 형이 반드시 널 살려주마.
이런, 농담 따먹기 따윌 할 때가 아니다.
어디 근처에 병원이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중 석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밑엔....
마을이 있다.
어느새 산 아래까지 내려왔던 거지? 아냐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석호는 여우를 품에 안고 전속력으로 마을이 보이는 곳으로 뛰어갔다.
마을이라면 분명 동물병원쯤은 있겠지? 그곳에 가서 이 여우를 치료해줘야겠다.
석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마을에 들어서자 아파트 따윈 당연히 없었지만 굉장히 고급스러운 별장들이 여러 채가 있었다.
아마 돈 있는 사람들이 별장을 사 두는 곳 같았다.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건 집집마다 넓은 마당과 수영장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은 아주 시끄러웠다. 거리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인 듯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두들 한결같이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였다.
마치 마을에 연쇄 살인범이라도 있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골목을 뛰어다니면 분명 범인으로 오인 받을 것 같았다.
그래도 운은 있나보군.
돌아다니다 얼마 안가서 동물병원이라고 써있는 간판이 눈에 뜨였다.
2층짜리 건물에 완전히 하나의 동물병원이 갖추어져 있었다.
굉장히 부자들이 키우는 동물들만 갈수 있을만한 건물 이였다.
이런 게 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것보다 들어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너무 정돈도 잘됐고 비싸 보이는 애견용품만 수두룩했다.
문 앞엔 분명 close라고 오늘은 장사를 안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분명 카운터엔 사람이 앉아있었다.
분명히 천연기념물인 여우라면 어떻게든 치료해주겠지.
라며 문을 열려는 손이 잠시 망설여지긴 했지만 석호는 작은 생명하나가 더 중요했다.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카운터에는 날씬한 몸매의 젊은 여자가 다리를 꼬며 앉아있었다.
체크무늬 스커트에 와이셔츠 하나만 입었지만 그 여자의 아름다움을 감출 순 없었다.
그러나 여자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했고 이마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직장 상사한테 한소리 들은 표정 이었다.
아무렇게나 등 뒤로 묶은 머리가 여자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었다.
“ 아, 진짜 오늘은 오늘 장사 안한다고 쓰인 것 못 봤어요? 제기랄. ”
바라보고만 있으면 빠져버릴 것만 같은 입술에서 짜증 섞인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이쪽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표정으로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당당히 들어왔지만 이런 병원의 심각한 분위기에 순식간에 주눅이 든다.
자...잘못 들어온 걸까?
그래도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장사 안한다고 써있는 병원에 들어온 것도 상당히 민폐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끼칠 민폐는 없겠지.
말해도 된다.
말하자.
“ 그...그게 급한 환자가 있어서.... ”
여자는 머리끈을 신경질적으로 풀며 그제서야 최대한 감정을 숨긴 채 입을 열었다.
“ 급환 환자라도 지금은 안...뭐야? 어린애잖아. 이봐, 꼬마. ”
순식간에 태도가 바뀐 여자는 카운터에서 일어나 석호의 멱살을 덥석 잡아 여자의 얼굴까지 당겼다.
여자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거리였다.
무엇보다 미녀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는 상황이 석호의 가슴을 방망이질하고 있었다.
미녀는 몹시 귀찮은 듯이
“ 오늘은 이 누나가 널 상대할 만한 상황이 아니거든. 지금 당장 꺼... ”
미녀의 시선이 석호의 가슴으로 향했다.
“ .......? ”
뭐지? 미녀의 가는 손이 천천히 석호를 내려놓았다.
다음 순간 미녀의 입에 나온 말은 아까 내뱉던 욕설의 나머지가 아니었다.
“ 여...영감! 빨리 와봐! ”
여자의 눈엔 아까의 근심이 깨끗하게 사라진 후였다.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다,
밖의 소란을 느낀 듯 원장실에 이곳 병원의 원장의사인 것 같은 노인이 나와 입을 열었다.
“ 누가 영감이란 말이냐?! 이 버릇없는...음? 뭔가? 자네는? ”
하얀 가운은 노인의 원래 몸인 양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노인이 석호를 보며 물었다.
안경 아래에 있는 눈에는 잠을 지새운 듯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 축 쳐진 눈이 석호의 가슴에 있는 걸 보자 별개의 생물처럼 커져선,
“ 오오오! 아가씨! ”
아가씨? 잘못들은 것일까? 일본어 공부가 서툴러서인가?
자신에게 손님이나 소년도 아닌 아가씨라고 석호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 저, 저기 무슨 소리시죠...? ”
“ 아아, 감사합니다! 이거 어떻게 답례를 해 드려야할지.... ”
“ 에... 뭐. 뭘 말이죠? ”
환희에 차있던 노인과 옆에 있는 여자는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짧은 순간 노인의 얼굴에는 뭐라고 말해야하나 라고 고민하는 듯했다.
여자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노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노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석호에게 입을 열었다.
“ 아아 그 여우 말일세. 내가 키우던 동물이거든.... ”
여자도 재빨리 노인과 말을 맞춰
“ 그, 그래! 이 할아버지가 키우던 동물이야! 정말 고마워! ”
이마에 땀까지 흘리면서 어색한 윙크까지 보냈다.
명백한 거짓말이군요.
그래도 이 여우를 구했다는 것에 큰 이의를 담았다.
“ 아, 그, 그렇군요. ”
재빨리 가슴에 있던 여우를 건네주며,
“ 그것보다 이 여우, 부상이 심한 것 같으니까.... ”
“ 어디? 음. 이런...! 어서 수술 준비를 해야겠어! ”
“ 에? ”
“ 빨리! ”
“ 아, 알았어. 영감! ”
여우의 상처를 보던 노인의 표정은 애완동물이 다쳤다 기 보다는 손녀딸이라도 다친 반응이었다.
노인은 석호에게서 받은 여우를 들고 수술실로 들어갔고 여자도 급히 따라 들어갔다.
혼자 남았다.
뭐라도 받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그냥 들어가 버리니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기다릴까?
무심코 벽에 붙어있는 시계의 시침을 보니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당장 가야한다.
유우부단 이신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서 내가 사라진걸 보면 마음이 찢어져선
‘ 다 내 잘못이야! 으흑! ’
라며 목을 맬지도 몰랐다. 정말로.
그래도 그냥 사라지면 너무 무심한가?
잠시 고민도 되지만 보상 따윈 받기 싫었다.
석호는 말없이 병원을 뛰어 나갔다.
석호의 기억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후기입니다.
누구나 좋으니..평가를....ㅠ 읽기어렵다는 의견으로..다시 수정을..;
첫댓글 보기가 너무 불편해요오 ㅠ 엔터를 조금씩만... <<
고쳤습니다;
헤에- 석호가 귀엽다고 인식해버렸습니다 제 머리는...<-
허허;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편이 마지막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