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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水湖誌)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5편 십자파 주막 25-2🎈
"제 이름은 장청(張靑)입니다.
이곳 광명사에서 정원사로 있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중을 때려 죽이고 절에 불을 질렀습니다만 아무도 감히 내게 대드는 자가 없고 관가에서도 모른 척하기에 이곳 십자파에서 술집을 냈습니다.
하지만 술 파는 일보다는 나그네들 주머니나 털고 술에다 수면제를 타먹여 죽인 인육으로 만두를 만들어 팝니다."
"저는 무술도 약간 배웠고 또 천하호걸들과 사귀고 지냅니다.
아내에게 승려와 기녀와 귀양가는 사람은 잡지 말라고 일렀는데 내 말을 안 듣고 오늘도 이런 일이 일어났군요.
저희 집에는 노충경락 상공 노달과 양지도 다녀갔습니다.
한데 노형은 무슨 죄로 귀양을 가시는지요?"
그러자 무송은 장청에게 자신의 처지를 모두 얘기해 주었다.
그러자 장청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맹주 노성에 가시면 참으로 힘든 고초를 다 겪으실텐데 제 생각에는 저 호송관 두 놈을 처치하고 저와 함께 여기서 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무송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그건 안 됩니다.
저 사람들을 죽이고 나만 산다면 하늘이 나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오.
어서 호송관을 풀어 주시오."
그러자 장청은 그의 말에 감복하고 두 호송관의 입에 약 사발을 흘려넣어 독을 풀어 깨어나게 해주었다.
두 사람은 꿈 속에서
깨어난 듯 눈을 뜨고 무송에게 말했다.
"아주 늘어지게 한잠 잤군.
도데체 무슨 술이 그렇게 독하지?
돌아오는 길에 세상없어도 또 들러야겠는 걸."
그 말에 무송과 장청은 함께 웃었다.
그들은 서로 의기가 투합되어 의형제를 맺게 되었다.
장청이 무송보다 다섯 살 위였으므로 무송은 그를 형으로 삼았다.
그 다음 날 무송은 다시 형틀을 쓰고 호송관과 함께 부지런히 귀양길에 올랐다.
무송이 맹주땅 노성으로 귀양가서 가장 먼저 사귄 사람은 시은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창술과 봉술을 좋아하여 이름있는 사부들을 찾아다니며 무술을 익혀 맹주땅 일대에서는 금빛 눈을 가진 표범, 즉 금안표(金眼彪)라는 별명이 붙었다.
맹주의 동쪽 문밖에는 쾌활림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는 산동과 하북의 장사꾼들이 몰려들어 큰 여관과 가게와 상점들이 즐비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은은 그곳에 정육점을 내고 도박꾼들과 가게집들을 상대로 돈을 긁어모았다.
그 돈이 한 달이면 수백 냥이 넘었다.
그런데 바로 두 달 전 본영에서 온 장문신이라는 자에게 황금 같은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장문신은 키가 구 척에 창술과 봉술이 뛰어나고 씨름을 잘했다.
장문신은 쾌활림에서 시은을 내쫓고 좋은 장사 몫을 차지해 버렸지만 시은 역시 고분고분 물러날 위인이 아니었다.
시은은 장문신에게 주먹으로 맞고, 발길에 채여,
두 달동안 누워 앓았다.
그때 마침 무송이 도착하자 골수에 새겨진 원한을 풀지 못하던 시은이 무송에게 하소연했다.
"형장께서 이곳에 오셨으니 제 한을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무송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한마디 물었다.
"그 장문신이라는 자는 머리와 팔이 몇 개입니까?"
"그야 머리 하나에 팔이 둘 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그자가 있는 곳으로 갑시다."
바로 그때 병풍 뒤에서 시은의 아버지 관영상공이 나왔다.
"내가 병풍 뒤에서 하시는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제 아들 놈이 쾌활림에서 장사를 한 것은 단지 돈만 탐나서가 아니라 맹주에게 잘 보이고 호쾌한 남자의 기상을 기르기 위해서였소.
한데 장문신이 나타나 아들놈을 쫓아낸 것이오.
만일 의기가 있는 분이시라면 제 아들의 소원을 풀어 주십시오.
어서 아들의 절을 받아 주십시오."
"상공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무송은 마침내 노관영의 술잔을 받았고,
그것으로 두 사람은 의형제가 되었다.
그날 무송은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마셨다.
다음 날 무송은 새벽같이 일어나 머리에 두건을 쓰고 몸에는 흙색 베옷을 입고 허리에는 붉은 명주 띠를 두루고 무릎 보호대를 하고 차를 마신 후에 시은에게 물었다.
"내가 쾌활림까지 가는 도중에 술집이 나오는 대로 한 집에서 꼭 석 잔씩 술을 마시게 해주어야 하느니라."
시은은 그 말을 듣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쾌활림까지는 술집이 열두 군데나 되는데 취해 가지고 어떻게 장문신을 상대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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