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어VR 파트너사인 오큘러스(Oculus VR) 외에 새로운 VR 회사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개발 펀드를 모집 중인 신행 VR 업체 FOVE는 26일 킥스타터 페이지를 통해
삼성벤처투자주식회사(Samsung Ventures)의 펀드 투자 및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즉각 지원을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FOVE)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등 삼성 계열사들이 주주로 구성되어 신성장동력이
되는 미래 신기술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FOVE 제품 특성상 삼성전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오큘러스와의 파트너십 외에 FOVE에 투자하면서 VR 플랫폼을 갈아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플랫폼 교체보다 기어VR 특성에 맞는 기능에 대한 투자로 생각할 수 있다.
시선추적 VR 기술 적용 FOVE, 스마트폰에 안성맞춤
오큘러스에서 개발한 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PC와 같은 외부 장치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 내장 센서와
외부 트래킹 시스템으로 움직임을 감지하고 VR 플랫폼 조작에는 별도의 컨트롤러를 사용한다.
오큘러스 기술이 들어간 삼성전자 기어VR도 갤럭시 스마트폰 자체를 디스플레이와 동작 기기로 활용하고, 더 정교한 움직임을 위해 헤드셋
내부에 센서를 추가했지만 VR 플랫폼 조작에는 역시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이는 구글의 저가형 VR 카드보드도 마찬가지로 자석을 활용한
간단한 조작이 지원된다.
(이미지 출처: FOVE)
반면, FOVE에서 만드는 VR 헤드셋은 기존 제품에 들어간 헤드 트래킹 방식 외에 착용자의 안구 움직임을 추적하는 아이 트래킹(Eye
Tracking) 기술을 탑재해 추가 컨트롤러 없이도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이 완전히 헤드셋 안에 탑재되어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는 착용자가 직접 조작하기 어려운 기어VR 같은 제품에서 시선 추적 VR 기술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게임패드나 마우스, 추가 모션 센서 없이 시선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 손쉽게 메뉴 이동 및 선택, 앱과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밸브 스팀VR 기술 위한 투자를 삼성전자가 지원
FOVE는 지난 16일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액이 70만 달러를 넘을 경우 밸브의 VR 헤드셋 포지션 추적 시스템
라이트하우스(Lighthouse)와 OpenVR에 대한 네이티브 지원을 약속했다.
밸브는 오큘러스와 별개로 VR 플랫폼 '스팀VR'과 이를 지원하는 헤드셋 HTC 바이브(Vive)를 발표했는데, 여기 적용된 라이트 하우스
기술은 베이스 스테이션을 설치하면 일정 공간 내에서 착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Valve)
킥스타터를 통한 모금액은 현재까지 45만 달러를 넘은 정도였는데, 금일 FOVE가 발표한 삼성벤처스의 라이트하우스 즉시 지원은 바로
스팀VR 지원에 필요한 모금액(70만 달러) 가운데 나머지를 삼성전자 쪽에서 투자했다고 보면 된다.
FOVE는 킥스타터 발표에서 삼성벤처스의 투자가 자사의 하드웨어 생산 완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 자본 및 기술 지원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70만 달러 모금액을 달성하면서 FOVE팀은 밸브의 라이트 하우스 위치 추적 솔루션 지원 뿐만 아니라 OpenVR에 대한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MS가 E3 전후로 오큘러스, 밸브와 VR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아직 춘추전국시대인 VR 플랫폼 시장은 확실한 동맹 관계보다 여러
플랫폼을 다 지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큘러스가 완전한 VR 플랫폼 표준이 되지 못한다면 삼성벤처스의 이번 투자(FOVE와 스팀VR
지원)도 다른 플랫폼에 대한 지분 확보로도 생각할 수 있다.
차세대 기어VR, FOVE 시선추적 기술 도입?
FOVE 프로토타입 VR 헤드셋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포트(DisplayPort)와 USB 3.0을 통해 PC에 연결하는
장치다. 모바일 기기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PC용 오큘러스 VR 헤드셋 기술로 스마트폰용 기어VR을 만들어냈듯이 이번 투자로 FOVE 시선 추적 기술을 새로운
기어VR 제품에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FOVE VR 헤드셋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는 5.7인치 QHD(2560x1440) 해상도에 100도 이상의 시야각, 60fps 프레임
속도(90fps 투사)를 지원하는데, 삼성 갤럭시 노트4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크기와 해상도다.
또한 FOVE에는 별개로 120fps 속도로 안구 움직임을 추적하는 2개의 적외선 센서가 내장되어 있는데, 기어VR에 이 적외선 센서만
추가한다면 하드웨어적으로는 시선 추적이 가능한 기어VR FOVE 에디션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5에 4K 화면을 쓰지
않는다면 적외선 센서 동작에 필요한 연산 성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이번에 FOVE가 삼성벤처스 투자로 지원하기로 약속한 스팀VR 기술(라이트하우스)가 접목되면 기어VR을 착용한 채로 실내 공간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솔루션도 구축되는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기어VR에 시선추적 기술 외에 공간 추적 기술까지 도입한다면
CCTV나 스마트 TV 같은 다른 상품과 연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