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뜬금 없는 소식(부실 시공 이슈..)이 건설업계 및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데요..
'어찌 이런일이'라는 반응이 가장 많겠지만 '터질게 터졌다'라는 반응도 못지 않은 듯 합니다.
꽤 오래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16년 내지는 2017년 즈음 우리나라는 사실상 선진국 반열에 진입, 인건비가 포함되는 모든 비용이 올라갔습니다. 코로나도 한몫했죠. 당시 사회문제였던 부동산 가격 상승도 소득 증가/선진국 대열 진입이 가장 큰 원인일 듯 하네요. 저도 4~5년 전에 제가 보유중인 아파트를 리모델링 한 적이 있었는데요. 10여년 전 집 전체를 뜯어고쳤던 시절과 많은 점이 비교가 되더군요.
예를 들어 바닥 시공시 자재비+인건비 = 총 시공비 기준 강화마루 vs 강마루의 자재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강화마루가 강마루 대비 30% 저렴하기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과거에는 좀더 저렴한 강화마루를 선택했다면, 인건비가 비싸진 지금은 자재를 저렴한 걸 써도 총 시공비 기준 절감되는 비용이 크지 않습니다. 4년전에 제가 그 상황을 겪었고, 총 시공비 기준 몇십만원 '밖에' 차이 안나니 더 비싼 자재인 강마루로 선택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리모델링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거에요.. 그렇죠. 우리나라는 이제 완연한 선진국, 무엇보다 인건비가 비싼 시대에 다들 살고 계십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말이죠.
하다 못해 소규모 프로젝트인 인테리어 시공도 이런 판에, 철거하고 땅사서 터 닦고 파일 박고 땅파서 지하 주차장 공간 만들고 아파트 올리는 재개발 재건축 프로젝트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아파트 평당 시공비 200, 300 얘기 나오던 시절은 완전 옛날 얘기입니다. 평당 500도 모자르고 600, 700, 800하는 세상이 이미 왔거나 오는 중인거 같더라고요. ㅠㅠ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 다세대 다가구 건축도 마찬가지.. 평당 700이라면 국평 기준 건축비만 2.5억이상 가는 세상 ㅠㅠ
그 와중에 자재비 폭등까지 겪었으니(2021년 즈음 특히나 철근 파동. 그때 제 지인이 집을 지었어서 상황을 잘 압니다) 건설 비용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뛴 상황이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거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해 여러 국가들을 배낭메고 다녀봤는데, 소위 우리가 말하는 서유럽 선진국 대도시들, 생각보다 주택이 정말 낡았고 오래되다 못해 100년 넘어가는 건축물들도 많습니다.
왜 새로 안짓지?라는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비용(인건비)이 크게 들어가기 때문 아닐까 싶네요. 새로 집을 짓느니 그냥 지금 집 수리하면서 살거나, 아니면 세주는 식으로 건축물들을 대충 관리해왔을 듯.
도쿄/오사카도 마찬가지입니다. 버블경제시절 만들어진 40년 넘어가는 구축 건물들, 목조주택은 물론 우리로 치면 오피스텔? 아파트라기엔 대단지급도 아닌 중저층 혹은 고층 '멘션'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습니다. 주요 도심지 부근 오피스 건물 외에 주택가에서 신축은 커녕 준신축급 주거용 건물도 별로 못본거 같습니다.(중국엔 우리로 치면 아파트 같은 신축 건물이 상대적으로 많더라고요. 저렴한 인건비 때문일텐데 그것도 중국 입장에선 이제 옛날 얘기인 듯) 마찬가지 이유겠지요.
재개발, 재건축을 조합원 돈한푼 안들이거나 소액을 들여 동일 평형 내지는 평수를 늘릴 수 있었던 황금시기는 이미 지나간거 같습니다(둔촌 주공이 마지막이지 않나 하는 불충한 생각). 이제 추진중인 지역들도 아마 엄청나게 뛰어오른 건축비가 사업 추진의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입니다.
특정 건설사들의 부실 시공으로 인한 사고가 저는 우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있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지만! 인건비+자재비의 상승으로 기업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어찌보면 불가피했던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큰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하이엔드 지역/입지가 아니라면 재개발 재건축의 사업성은 나오기가 정말 힘들어보입니다. 건설업계 분들이 힘을 내셔야 하는데..
사업성이 나오는 재건축의 마지노선 용적률을 150% 정도로 본다고 하는데, 150% 이하 아파트들은 서울 안에 이제 거의 안남은거 같고, 1기 신도시들도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사업성 안나올겁니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이제 신축급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더욱 커질거 같습니다. 신축급이 아니어도 지하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된 아파트들(2004~2005년식? 즈음 이후) 역시 그 상대적인 가치가 과거처럼 찬밥 대우 받는 시절은 더이상 오지 않을거 같고, 10~20년 후 30~40년, 심지어 50년된 아파트들이 서울 시내에 많이 존재할 거 같습니다.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봤는데, 어휴..어질어질하네요. 앞으로 이 상황이 어찌 돌아갈지..잘 상상이 안됩니다.
이럴때일수록 상급지 신축은 고사하고 구축이라도 아파트를 잡아야 하는게 맞지 않나라는 싶기도 해요. 정말정말 낡은 아파트를 더 비싼 가격으로 주고 사서 비용을 더 들여 고쳐써야만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듯 합니다 ㅠㅠ
[출처] 25~30년만에 아파트 재건축하는 시대는 지나갈거 같습니다.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paladin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