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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황후 이야기● no.15
샤르가 제국으로
약먹은고양이
신관에게 치료를 받은뒤로 시간이 점차 흐르자 시력이 다시 회복된 아리엘은
그렇다고 전보다 눈이 더 잘보이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력으로 치료를 받은 뒤 와는 달리 조금씩 좋아진 것을 느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궁안도 언제 소란스러웠냐는듯이 조용했고, 때문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리엘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새로운 아침이었다.
어젯밤 결국 카를로가 아리엘이 제 1황녀임을 다시 확인하고 그녀를 샤르가 제국의 황후로 보낼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었다.
아리엘은 상처때문에 더이상 파티에 있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서 파티장에서 빠져나온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리엘에게 일생 최고의 고비가 찾아오고 있었지만, 하늘을 무심하게도 다른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푸르렀다.
아리엘 혼자가 눕기에는 너무나도 큰 침대는 그녀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늘색의 비단으로된 잠옷을 입고있던 아리엘은 손을 뻗어 배게위로 흩어져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만지작 거렸다.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다시 돌아 눕고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숨죽이기도 하고,
그렇게 할일없이 시간을 때우던 아리엘은 생각하던 것들을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바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아리엘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지만,
알고있는것과 몸이 반응하는것은 달랐다.
아니, 알고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렇게 할 수 없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의지할 사람 하나없는 샤르가 제국으로 가면 도데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그냥 그렇게 황제에게 유린당하다가 무시당하고 홀대받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면서 늙어가고 원하지 않는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기르고 위험으로 부터 지키고, 그냥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가면 늙어서 병이 들면 죽어버리게 될까?
황제가 앞도 제대로 못보는 나를 사랑 해 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나는 나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안겨 한껏 유린 당해야만 하는걸까?
내가 싫다고 소리쳐봤자 들어주는 이도 아무도 없겠지.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신은 나에게 이토록 괴로운 운명을 지워주신걸까.
사랑을 해보고 싶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갖은 모든것을 주고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는데,
비록 내 눈이 신의 저주를 받아 언젠가는 영영 보이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 그렇게… 그렇게…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아리엘은 그렇게 몇일동안이고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괴로워 하고 모두 포기해버렸다가도 다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신이 처한 운명에 괴로워 몸소리 치고있을때도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 결국에는 샤르가 제국으로 출발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신랑도 신부도 그 누구하나 바라지 않는 이 결혼식은 그렇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드디어 이시스가 샤르가 제국으로 아리엘을 데려갈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아침 일찍부터 목욕을 하고 제복을 갖춰 입은 이시스는 시녀들을 모두 물리고
방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앞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는 제이르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황녀가 어쩌고 있다고?"
"그 파티 이후로 자기 방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모양이야.
황녀의 침소로 들어가는 시녀 하나를 붙잡아서 물어봤더니,
누가 입막음을 시켜놨는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더라구."
"그 황녀는 숲을 좋아하고 답답한걸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응. 그런거 같은데 아무래도 생각할게 많고 머리가 복잡한 가 보지."
"그렇군."
제이르의 말을 듣고 수긍하는듯 살짝 고개를 끄덕인 이시스는 자신의 손을 뻗어 홍찻잔을 가만히 만지작 거렸다.
파티가 있었던 날로 부터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시스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아리엘 생각에 조금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다가도 그녀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황태자가 된 이후로 아무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아니, 가지지 않았던 이시스는 낯선 느낌에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카로니아 제국에서 샤르가 제국으로 가려면 적어도 반나절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이시스는
가벼운 한숨을 내 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때문에 휘둘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샤르가제국의 황제다. 라고 계속 되뇌이던 이시스는 시간이 다 되어 마차가 준비되자 황금실로 짜여진 긴 망토를 시녀의 도움을 받아 걸치고는
제이르를 한번 바라본 다음 방을 나섰다.
이시스는 등을 곧게 펴고 목을 뻣뻣히 세우며 탈리아 궁을 빠져나갔다.
아리엘과는 제국에 가서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시스는 자꾸 아리엘이 궁금한 마음을 한켠으로 접어두고
제이르와 함께 황궁 앞에 대기되어있는 황금으로 도금되어있는 마차로 향했다.
제이르와 말을 주고 받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표정을 짓고있는 이시스는 일국의 황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시스의 근엄한 모습과 위엄에 길을 지나가던 시녀들은 바닥에 엎드려 절하고 다른 카로니아의 귀족들 조차도 고개를 숙였다.
탈리아 궁 맨 꼭대기 층에서 내려온 이시스는 자신의 앞에 대기되어있는 마차를 바라보다가
마차에 오르기 전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온갖 황금으로 치장된 탈리아 궁의 입구와 멀리 보이는 푸른 숲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제이르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
이시스가 마차에 오르고 있었을 무렵,
아리엘은 막 치장을 모두 끝내고 숄을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애시당초 궁에서 머문지 얼마 되지 않은 아리엘의 짐은 아주 적었다.
황궁에 준비되어있던 드레스 몇벌과 앤드류가 보내준 드레스 몇벌뿐이었던 것이었다.
다른 귀족가의 영애들이라면 흔히 가지고 있는 보석들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보석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물려준 호박 팬던트 뿐이었다.
엔디미온의 호의를 받아 별궁 앞에 정차되어있는 화려한 마차에 도착한 아리엘은 잠시 엔디미온에게 돌아섰다.
그리고는 예상하지 못한 아리엘의 행동에 잠시 놀란 엔디미온에게 말했다.
"로라스경… 그동안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그저 저는 제 임무를 수행 했던것 뿐입니다."
"그래도 로라스경이 저를 위해 주신것은 사실이잖아요?
아마 로라스 경이 없었더라면 저는 정말 이 황궁에서 견디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고마워요, 로라스경."
"아닙니다 황녀전하."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에 만날때는 이름을 부를 수 있게 해 주시겠어요?"
"…!!"
엔디미온은 아리엘이 더욱더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하자, 놀란나머지 대답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눈앞의 황녀는 시간이 없는것을 알고있음에도 느긋하게 자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엔디미온은 왠지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끼고 미간에 힘을 주어 눈물이 나오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당연합니다. 저에게 그런 영광을 주신…,"
"그럼 엔디미온.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영광이라느니 어쩠다느니 그런 소리 하면 정말 다음에 볼 때에는 미워할 지도 몰라요."
"…예 황녀전하."
"그동안 정말로 많이 고마웠어요. 이 일은 정말 영원히 잊지 않을께요.
…그리고 루파를 잘 부탁합니다."
"예."
"그럼 부디 다음번에 다시 만나기를…."
아리엘은 엔디미온에게 일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건내고는 마차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마차의 문이 닫히자, 엔디미온은 그제서야 정신이 든다는듯이 퍼뜩 고개를 들어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마차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한없이 흔들리고있었지만,
그는 살며시 고개를 드는 이름모를 감정을 애써 감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서 한참동안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던 엔디미온은 언제부터인지 자신을 노려보고있는 덤블속 존재를 바라보았다.
덤블속에서 엔디미온을 노려보고있던 것은 다름아닌 루파였다.
루파는 마지막으로 아리엘이 자신에게 부탁한 임무였기에 엔디미온은 천천히 루파에게 다가갔다.
사실 루파는 지금 당장이라도 엔디미온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물어 뜯어 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을 데려갈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리던 아리엘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카로니아 제국에서야 앤드류가 어떻게든 막아 주었다고 하더라도,
샤르가 제국에서는 아무도 막아줄 사람이 없었기에 아리엘은 가족과 다름없는 루파를 데려 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엔디미온은 어젯밤 울며 루파를 끌어 안고 자신에게 부탁하던 아리엘의 말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했다.
'내가 샤르가 제국으로 가게되면 루파는 더이상 나와 함께 있을 수 없어요.
그러니… 제발 로라스경께서 부디 루파를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저는… 그럴 수 없으니까… 부탁이에요.'
그리고 그는 아리엘의 애처로운 눈물 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했다.
아리엘을 위해 해 줄 수 있는것이 가족같은 루파를 그녀에게서 떼어놓는 일이라는 것에 엔디미온은 잠시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에게 고맙다며 인사했지만,
그는 사실 자신은 그녀에게 그런 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를 숲에서 억지로 황궁으로 데려오고, 이제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으로 떠나는 그녀를 막지는 못할 지언정 호위 라는 명목의
감시를 하고, 그녀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루파를 그녀에게서 떼어놓고.
무엇하나 아리엘을 위해 한 일이 없었다.
자신은 그저 윗사람의 명령에 따라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후회와 경멸을 느끼고 있던 엔디미온은 결국 결정했다.
자신이 아리엘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그는 결국 행동에 옮겼다.
●●●
아리엘은 살짝씩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등받이에 기대 앉아있었다.
아리엘은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이 카로니아 제국에서 벗어나 샤르가 제국으로 향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가슴이 답답한 것을 참다못한 아리엘이 창문을 열어 달라고 카나에게 부탁했다.
아리엘의 시중을 들기위해 그녀와 함께 카로니아 제국에서 샤르가 제국으로 가게 된 카나는 아리엘의 부탁에 창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리자 그 비좁은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아리엘은 자신의 얼굴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왠지 슬프다 생각하면서 바람을 맡고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바람을 맡고있던 아리엘은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마차가 급히 서는것을 느꼈다.
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너무나도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갑자기 마치의 문이 누군가의 힘에 활짝 열렸다.
그리고 열린 마차 문 밖에는 앤드류가 서있었다.
다른 타국으로 팔려가듯 시집가는 아리엘을 차마 볼 수 없어 계속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던 앤드류가
결국 그녀를 보고싶다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온것이었다.
"아리엘!!"
"…오라…버니?"
──────────────────────────────뒷이야기●
안녕하세요 약먹은고양이입니다^^
오늘은 연참이군요♡ 왠지 제가 다 행복합니다. 슬럼프는 확실히 극복한것 같아요^^
앗, 우선 그럼 전편에 꼬릿말을 달아주신 고마운 분들의 명단이 올라갑니다^^
퉁퉁보님, 객관적으로님, 리즈쿤님, 은혁마누라♥님, BlueSky™님, 赤血의 마녀、님, 주지훈세상♣님, †등대†님,
flipflops님, 류카라한---☆님, 낌슈딩님, 쓰쓰에님, 奫美樺智님, 삿치 쿠님, §㉡ㅏ㉧l뽀?...님, 시르엔님, 나이팬주님,
은시혈님, 사랑의전령사님, 야옹세상님, 아핫이님, 정꺄하님 이상입니다!!
이제 자주 꼬릿말을 달아주시는 님들의 닉네임은 거의 외울것 같습니다^^;
정말 그만큼 코멘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아, 그리고 BlueSky™님 상위권으로 올려드렸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솔찍히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저 소설 로맨스건 뭐건 22편 이상으로 써 본 적이 없어요.
옛날에 초등학교 6학년땐가 중1땐가 로맨스를 22편 써본거 말고는 한번도 없단 말이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소설도 조금 불안불안해요.
만약 제가 계획한 대로라면 이 소설은 장편이라서 100편 가까히 갈텐데 정말 감당할 수 있을지; 슬럼프가 다시 도지면 어떻할지.. 고민입니다~
그래도 뒤에서 절 믿고 기다려 주시는 독자분들을 위해서 열심히 쓸께요~
그런데, 奫美樺智님이 이해가 안가신다는 충격적인 말씀을 해주셔서; 혼자 다시 읽어봤습니다만 도데체 어디가 이해 안가시는지;;
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코멘트로 달아주시면 꼭 답변해 드릴테니 꼭!! 물어봐 주세요 奫美樺智님~<<<<<<<
에헤, 오늘도 쓸때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일단 이렇게 쓸때없는 뒷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주지훈세상님이 그렇게 말씀안하셔도 이시스랑 잘 되게 해줄께요~ 그리고 아리엘 눈은 아직 멀었습니다; 영영 안보일지도..<< 코멘트 감사드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그래서 괜히 띠어놨나 싶습니다; 아아.. 붙여 줘야 할텐데; 큰일입니다ㅠ; 코멘트 감사드려요~
으메메~ 어케 될까용? > ㅁ< 담편 기대 기대~,,
하하,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다음편에서 뵈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으아, 이해가 잘 되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ㅠ; 가슴이 철렁 했었다는..<< 코멘트 감사드려요
아아~ 넘 재미있어용~~!!!! 이시스가 역시 옛날에 그 소년이 겠죠?! 언넝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루파는 저에게...<<<퍽 ㅎㅎ;;
안됩니다아아~ 루파는 제것이에요+_+!!<< 코멘트 감사드립니다-_#;;
아앗,,>< 상위권으로 올라갔네요 넘 뿌듯해용♡*><*
아하하하; 왠지 저까지 뿌듯해 지는듯한데요?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 잘 읽고 가요‥, ^-^,
재밋어요
엔디미온이 할수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