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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네시아, 동반자의 길을 걷다.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처음으로 내리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살짝 놀랄만하다. 거리 상점들의 간판이며, 오고가는 행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보다는 동남아 어느 도시정도, 혹은 중국이나 연변 어느 거리 정도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불법체류자는 제외하고 파악된 수치만해서) 이미 백십만을 훌쩍 넘어섰다.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을 위해, 혹은 결혼으로 인한 이민, 유학생 등 거주하는 이유 역시 가지가지이다. 이곳 경기도 안산시에는 취업을 위해 한국에 머무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어, 늘어나는 민원상담과 수요를 위해 외국인주민센터도 건립되어 타국생활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었다.
바로 이곳,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에서 지난 11월 14일 인도네시아인 등 외국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외국인 고충민원 상담’이 열렸다. 행사는 인근 인도네시아 식당에서 간담회를 시작으로 진행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관계자 및 결혼 이민자, 안산시외국인지원센터 관계자가 참석해 주한 인도네시아인들의 권익에 대한 심도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외국생활을 하다보니, 은행업무는 기본인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인인증서 발급이 제한되어 외국환 송금에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고충에서부터 생활하면서 겪는 소소한 일까지 함께 언급하며 보다 실제적으로 외국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는 자리가 되었다.
이날 행사는 간담회를 비롯해, 상담시간 내내 KTV 국가정책방송원 현장출동 국민속으로 팀에서 취재를 나와 권익위의 활약상을 카메라에 담고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권익증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참고로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는 안산을 비롯해 인천, 시흥 등 경기도에 거주하는 4,700여명의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연락을 하거나 송금을 할 때 주로 찾는 곳으로 주민센터 지하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글로벌 아동센터도 자리 잡고 있었으며 1층에 위치한 은행에서는 대기 번호판이 260번에 이를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송금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처럼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주변에는 저렴한 해외통화카드를 비롯해 휴대폰 가입 부스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가느다란 음성의 여자가수가 부르는 외국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들려오고 있었다.
이날 고충민원상담은 인도네시아인을 위한 시간이었지만, 애로사항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상담이 가능했다. 고충민원 상담에는 임금, 노동, 복지, 출입국, 불법체류, 각종 법률 등을 상담해줄 고충민원심의관을 비롯해 위원회 전문 조사관과 산업인력관리공단 전문가가 함께 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상담을 펼쳤다.
* 고충상담 사례1.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와 일을 시작했던 A씨. 그러던 중 두 달 전 몸이 아파 본국으로 귀국한 A씨는 근무하는 동안 가입해 두었던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었다. 이날 고충상담에는 A씨의 친구가 대신 찾아와 A씨의 국민연금 수령방법에 대해 물었고 권익위는 A씨의 국민연금 수령방법을 정식으로 접수하고 진행했다.
* 고충상담 사례2.
다른 인도네시아인들 보다 한국어가 능숙한 B씨. B씨는 현재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처음 한국으로 왔을 때 3년 비자를 받아 취업을 했던 B씨는 한국에서 살아보고 난 후, 비자기간보다 더 오래 한국에 머물고 싶어 고충상담을 찾아 방법을 물었다. 상담 결과, 현재 B씨는 3년 체류기간에 2년을 더 연장해서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조건을 살펴보자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고용주가 B씨를 더 채용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하며, 체류기간이 넘기 전에 노동부에 허가를 받고 연장을 신청하면 2년을 더 근무할 수 있다. 총 5년간 체류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체류기간 만료시점을 기준으로 45일 안에 회사를 옮기면 위장취업으로 간주되어 체류연장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회사를 옮기려면 반드시 그 전에 옮겨서 취업이 된 상태로 근무하고 있어야 한다.
* 고충상담 사례3.
지갑을 열면 인도네시아에 두고 온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C씨. C씨는 한국에 와서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다. 현재 전 직장의 고용주가 마지막달 월급과 퇴직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 밀린 임금을 받고자 상담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C씨는 전에 다녔던 회사의 주소나 전화번호, 고용주의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임금체불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쓰던 고충상담팀은 결국 C씨의 친구를 통해 전에 근무했던 직장의 소재지와 연락처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이날 열렸던 권익위 고충상담은 한국의 법률이나 각종 제대에 대한 상담처럼 현장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은 바로 해결하고, 상담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정식으로 고충민원으로 접수해 정밀조사와 심의를 거쳐 처리 중에 있다.
현재 권익위는 영어, 몽골어, 중국어 등 여러 외국어로 이미 서면민원신청을 받고 있으며 11월 안에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통해 인도네시아어로도 고충민원을 접수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실에 위치한 외국인 고충민원상담팀은 사무실을 방문하기 어려운 외국인을 위해 분야별 전문 조사관을 편성해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직접 차아가 억울함을 해결해주는 소통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말과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권익위의 고충민원상담은 이제까지 멀고도 먼 곳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행사처럼, 실질적으로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주말이나 휴일 시간에, 그들을 찾아와 그네들의 말로 들어주고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권익은 전세계에서 가장 향상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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