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말 우정 그린 버드와이저의 `퍼피러브` 슈퍼볼 광고 올해 1위 현대차 제네시스 광고도 아들 둔 아버지의 일상, 잔잔한 스토리로 풀어내
미국의 미식축구 경기인 슈퍼볼은 학교나 직장을 빼먹으면서까지, 기꺼이 비싼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몇 시간의 비행 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본다는 미국 최대 축제다. 얼마 전 2014년 슈퍼볼 결승전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슈퍼볼 `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만큼 슈퍼볼을 기다리고 한 해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광고인들이다. 1억1150만명의 눈이 집중되는 이벤트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의 광고를 제작하는 광고인들의 열광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각 쿼터 사이사이 나오는 광고들을 대상으로 USA투데이 애드미터(Admeter)는 순위를 매겨 효과를 평가하는데 광고인들에게는 발표 순간이 슈퍼볼 최종 결승전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올해도 수많은 기업이 슈퍼볼 광고에 뛰어들었고, 그중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슈퍼볼 광고가 가장 성과가 좋았다. 후보작 57편 중 6위,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슈퍼볼 광고 금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0초 광고를 집행하는 데 드는 돈은 무려 400만달러(약 43억원). 이처럼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두 달 전 `완판`되는 진기록을 보유한 슈퍼볼 광고는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클라이언트와 광고대행사가 모두 전력을 다한다. 슈퍼볼 광고를 보면 올해 광고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슈퍼볼 광고는 엄청난 예산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유명 스타를 기용한 형식이 가장 많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라서 현대차 아반떼 광고에는 인기 드라마 빅뱅이론의 조니 갈렉키와 코미디언 리처드 루이스가, 기아자동차 K900 광고에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로 열연한 로런스 피시번이 등장했다.
그러나 올해 유명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는 단 한 편도 톱10에 선정되지 못했다. 빅모델을 사용하면 광고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원칙이 슈퍼볼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올해 1위를 차지한 광고는 셀러브리티는 고사하고 강아지와 말 `클라이즈데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동물 사이 우정을 그린 버드와이저의 `퍼피 러브(Puppy Love)`였다. 버드와이저는 이 밖에도 파병 군인의 귀환을 소재로 잔잔한 감동을 준 `영웅의 귀환(Hero`s welcome)`편을 3위에 올렸다. 버드와이저는 광고 두 편을 톱3에 올리는 엄청난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말과 트레이너 간 형제애를 다룬 지난해 `브러더후드(Brotherhood)`편에 이어 2년 연속 슈퍼볼 광고 1위 브랜드가 되는 기록도 함께였다.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로는 도리토스가 있다. 도리토스는 올해 8번째로 `Crash the Super Bowl`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광고 영상을 제작ㆍ응모하면 심사를 통해 최종 4편의 광고를 선정한 후 소비자 투표로 우승작 두 편을 뽑는 이 이벤트는 매년 열정 넘치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집중되고 있다. 선정작들은 실제 슈퍼볼 광고 평가에서 2011년과 2012년 1위, 2013년 4위에 이어 올해는 두 편이 각각 2위, 4위를 차지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같은 결과가 보여주는 광고 트렌드는 뭘까.
첫째, 오늘날 소비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유명 셀러브리티가 등장하는 드라마보다 일상 속에서 잔잔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제네시스 광고도 아들을 둔 아버지라면 수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순간을 토대로 제네시스의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기능을 잔잔한 스토리로 풀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둘째, 브랜드 또는 제품의 차별적 우위를 직접 호소하기보다는 재미있거나 공감되는 감성 코드로 다가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번 USA투데이 조사에서 8위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 광고는 자사의 어떤 제품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서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만 보여주며 기술이란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해 화제가 됐다.
이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광고도 더 이상 기업이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존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
소비자들이 쉽게 참여하고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스토리텔링 채널이 돼야 한다. 특히 슈퍼볼처럼 엄청난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스포츠 이벤트에서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더욱 소비자와의 교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