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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향이성(窮響以聲)
울림을 그치게 하려고 소리를 지른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끝만 다스린다는 말이다.
窮 : 궁할 궁(穴/10)
響 : 울릴 향(音/12)
以 : 써 이(人/3)
聲 : 소리 성(耳/11)
장자(莊子) 천하(天下)에서, 그러나 혜시는 그 구변으로 천하제일의 현자라고 해서 스스로 '천지는 광대하구'라고 말했다.
혜시는 웅대한 뜻을 지녔지만 도술은 없었다. 남쪽 지방에 황료라는 기인이 있었다. 그는 혜시에게 하늘과 땅이 떨어지지도 않고 빠지지 않는 까닭과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벼락이 치고 번개가 치는 까닭을 물었다.
혜시는 사양하지도 않고 곧 응해 생각도 없이 대답했다. 그래서 그는 두루 만물에 대해 설명을 시작해서 그 변론은 쉼이 없었다. 이야기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고, 수많은 말을 하였는데도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더욱 괴상한 학설을 더해 갔다.
사람들의 상식에 반대되는 것으로 진실로 여겨서 남들을 이겨 명성을 얻으려고 하였다. 이 때문에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과 화합하지 않았다. 그는 안으로 덕에 약하고 밖으로 말에는 강하여, 그 도는 좁고 어두워 트이지 않았다.
천지의 큰 도로써 혜시의 능력을 본다면 한 마리의 모기나 한 마리의 등에가 수고하는 것 같아서, 세상에 어디에 쓸 것인가?
대저 한가지 능(能)한 것에 충실하면 오히려 좋다하겠지마는, 그것이 도(道)보다 귀하게 여긴다면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혜시는 자기 능력에 스스로를 편안해 하지 못해, 만물에 정신을 흩어 싫어할 줄 모르고, 말 잘하는 것으로써 명성을 얻으려 했다.
惜乎. 惠施之才, 駘蕩而不得, 逐萬物而不反, 是窮響以聲, 形與影競走也. 悲夫.
애석하구나! 혜시의 재능으로써 함부로 흩어 놓아 얻은 바가 없고, 만물을 뒤쫓아서 도로 되돌아오지 아니하니, 이것은 울림소리를 그치게 하려고 소리를 지르고, 그림자를 지우려고 달아나는 것이다. 참으로 슬프도다!
변자 21사 辯者二十一事,
장자(莊子)의 잡편(雜篇) 천하(天下)편에 전해지는 10 명제(命題)에 이어,
장자(莊子)는 도가(道家) 계열의 책으로 여러 사람의 글들을 편집한 것이다. 33편이 현존하며, 내편(內編), 외편(外編), 잡편(雜編)으로 나뉘는데, 전통적으로 장자 자신이 이 책의 내편을 썼고, 그의 제자와 같은 계열의 철학자들이 외편과 잡편을 썼다고 본다.
장자 자신이 어느 부분을 직접 저술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찾기 어려우나, 내편의 소요유(逍遙游), 제물론(齊物論), 대종사(大宗師) 편이 장자 자신의 사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존하는 장자 33편 중, 내편 7편이 장자의 저술이며 나머지는 문하생들이 지은 것이라 한다.
장자 사상의 핵심 골격은 혜시(惠施)의 이론에 근거한다. 혜시(惠施)는 중국 전국시대 정치가, 사상가로 송나라에서 나서 위나라가 주 활동지이며, 위나라 혜왕(惠王) 때 재상이 되었다.
혜왕 당시 위나라는 누차에 걸진 전쟁 패배로 쇠약해져 갔다. 그는 강대국 진나라의 위협에 대항해서, 위나라 제나라 초나라가 연합해서 진나라와 맞서는 합종(合縱; 세로 연합)을 주장했다.
연횡(連衡; 가로 연합)을 주장하는 장의(張儀)와 불화하여, 위나라에서 쫓겨난 뒤에 초나라로 갔다가, 고향인 송나라로 갔다. 여기에서 장자(莊子)와 벗이 되어서 철학을 토론했다.
그는 위나라 왕을 위하여 외교 무대를 뛰었는데, 공손룡(公孫龍)과 더불어서 제자백가중 명가(名家)의 대표적 인물이고, 그의 저술은 매우 많았다고 하나 현재 전해지는 것은 없다.
至大無外, 謂之大一.
가장 큰 것은 바깥이 없으니, 이를 일러 '큰 하나'라 한다.
至小無内, 謂之小一.
가장 작은 것은 안이 없으니, 이를 일러 '작은 하나'라 한다.
장자 중의 유명한 말인데, 현대 물리학(物理學)으로 풀어도 대단한 진리이다.
한편 장자 '천하편'에는 이른바 '역물10사(歷物十事)'라 불리는 10개의 명제에 이어, 당세(當世)의 변자(辯者; 궤변논리학자)들은 '변자 21사(辯者二十一事)라'는 명제를 가지고 혜시(惠施)와 더불어 서로 응수하면서 죽을 때까지 논쟁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명제들은 모두 모순된 명제들이다. 증명은 없이 결론 격인 명제만 제시되었기에, 후대에 많은 증명과 추측이 난무했다. 그 가운데는 그리스 제논(Znon)의 유명한 역설들처럼,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여러 명제를 제시했다.
궤변(詭辯; sophistry)으로 일관된 것들이나 많은 것을 암시하는 내용들이다. 궤변(詭辯)이란, 다음 3가지 경우를 말한다.
① 도리(道理)에 맞지 않는 변론(辯論), 도리 아닌 말을 도리에 맞는 것처럼 억지로 공교(工巧)롭게 꾸며 대는 말.
② 상대편(相對便)을 이론(理論)으로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相對方)의 사고(思考)의 혼란(混亂)과 불확정(不確定) 및 감정(感情)의 격앙(激昻)을 이용하여 참이 아닌 것을 참인 것처럼 꾸며대는 논법(論法).
③ 옳은 전제(前提)에서 누가 보든지 이상(異常)하게 생각할 결론(結論)을 유도(誘導)해서 쉽사리 반박(反駁)하기 어렵게 하는 논법(論法).
○ 卵有毛(난유모) : 알에 털이 있다.
닭이나 새에는 깃털이 있는데 알에 털이 없다면 닭이나 새의 깃털이 어디에서 생겼겠느냐는 반론적 논리에 근거한 주장이다.
또 시간의 무한성을 기준으로 말하면 알에서 닭으로 변화하는 시간은 무(無)와 같기 때문에 닭의 알에 털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순자(荀子) 불구(不苟) 편에서는 혜시(惠施)와 등석(鄧析)의 궤변으로 들고 있다.
○ 鷄三足(계삼족) : 닭에는 세 개의 발이 있다.
실재하는 닭의 발 둘에다, 닭의 발이라는 말(言)을 합치면 모두 셋이 된다는 주장이다. 공손룡자(公孫龍子) 명실(名實) 편에 "닭의 발이라고 하면 일단 하나이고, 발의 수를 헤아리면 둘이다. 발은 둘이면서 또 다른 말로서의 발이 있기 때문에 셋이다(謂之雞足則一 數足則二 二而一 故三)"는 대목과 같은 내용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물론(齊物論) 편 제1장에 "하나와 말이 합쳐지면 둘이 된다(一與言爲二)"라고 한 논리와 같다.
○ 郢有天下(영유천하) : 초나라 서울 영에 천하가 있다.
우주공간은 무한히 크므로 그 무한대의 우주공간에서 보면 작은 영(郢)이나 크고 넓은 천하 전체와의 대소(大小)의 차는 무(無)와 같다.
따라서 '천하 속에 영(郢)이란 땅(곳)이 있다'고 할 것을 '영(郢) 속에 천하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犬可以爲羊(견가이위향) : 개는 양이 될 수 있다.
개와 양은 모두 네발짐승이라는 점에서 동류(同類)이기도 하다. 덕충부(德充符) 편 제1장에서 "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다(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라고 한 논리와 같다.
또 이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를 양이라 부를 수 있고, 양을 개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 馬有卵(마유란) : 말은 알을 깐다.
상식적으로 말은 태생(胎生) 동물이다. 조류와 같은 난생(卵生) 동물은 아니다. 그러나 태생동물도 난생동물도 동물이라고 하는 데에서는 같다.
역시 덕충부(德充符) 편 제1장에서 "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다(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라고 한 것과 같은 논리로, 말이든 조류든 같은 동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말이 알을 깐다고 할 수도 있다는 맥락이다.
○ 丁子有尾(정자유미) : 개구리에 꼬리가 있다.
정자(丁子)는 개구리로 초(楚)나라 지역의 방언이다. 성현영(成玄英)은 "초나라 사람들은 개구리를 정자(丁子)라 부르므로 초인호하마위정자야(楚人呼蝦蟆爲丁子也)"라고 풀이했다.
상식적으로 개구리에게는 꼬리가 없고 올챙이에게 꼬리가 있다. 하지만 올챙이가 변화성육(變化成育)한 것이 개구리이다.
그런데 꼬리가 있는 올챙이로부터 꼬리 없는 개구리로 변화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커다란 우주의 시간에 비유하면 무(無)이다. 따라서 그 시간을 무시하면 '개구리에 꼬리가 있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개구리와 올챙이는 이름은 다르나 실질은 같다. 그래서 명(名)을 무시하고 실(實)만을 취하면 개구리에 꼬리가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 火不熱(화불열) : 불은 뜨겁지 않다.
불 그 자체는 뜨겁지 않다. 뜨겁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다. 불을 뜨겁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감각, 지각의 작용이므로 뜨겁다고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주관적 판단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불은 뜨겁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 山出口(산출구) : 산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
커다란 산(山) 조차도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다.
이 명제는 순자(荀子) 불구(不苟) 편에서 난유모(卵有毛)와 함께 혜시(惠施)와 등석(鄧析)의 궤변으로 인용되고 있다. 거대한 산도 사람의 작은 입에서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형체를 갖는 것들에서 보이는 대소(大小)의 차이는 무한대의 우주공간에서 보면 무(無)와 같으므로, 제물론(齊物論)편에서 "천하에는 가을 털의 끝보다 큰 것이 없고 태산은 가장 작다(天下莫大於秋毫之末 而太山爲小)"라고 하는 주장이 가능하다.
성현영(成玄英)은 "산은 본래 이름이 없고 산이란 이름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山本無名 山名出自人口)"라고 풀이했는데 산(山)이란 말[言]이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는 뜻으로 이해한 주장이다.
○ 輪不蹍地(윤불전지) : 수레바퀴는 땅에 붙어 있지 않다.
만약 수레바퀴가 땅에 붙어 있다면 바퀴가 굴러갈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지면에 접한 어느 순간(점)과 다음의 같은 순간(점)까지의 사이에는 중간 상태, 곧 땅에 붙지 않는 상태가 존재한다.
따라서 전후의 접점을 무시하고 중간적인 상태만을 문제 삼는다면 '윤불전지(輪不蹍地)' 즉, 수레바퀴는 지면에 접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성립한다(成玄英. 福永光司).
○ 目不見(목불견) : 눈은 보지 못한다.
눈이 보는 것이 아니고 지각(知覺) 작용을 하는 정신이 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곧 사물을 보는 작용은 감각기관인 눈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눈, 빛, 그리고 지각 작용이 일체가 되어 비로소 성립된다.
○ 指不至 至不絶(지부지 지불절) :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도달할 수 없으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까지의 길이는 끊어지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어느 한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무한하다. 따라서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고, 지시하는 것이 무한히 이어지므로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 이설이 분분한데 어느 견해도 명확하지 않다.
○ 龜長於蛇(구장어사) : 거북이는 뱀보다 길다.
물(物)의 장단(長短)의 차이는 '무한의 길이'에서 보면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거북이와 뱀의 장단의 차이는 무시될 수 있다.
제물론(齊物論) 제1장에 나오는 "일찍 죽은 아이보다 오래 산 이가 없고 팽조는 단명하였다(莫壽乎殤子 而彭祖爲夭)"라고 한 대목과 유사한 논의이다.
한편 사마표(司馬彪)는 "뱀의 모양은 비록 길지만 목숨은 오래가지 못하고 거북이는 모양이 짤막하지만 목숨은 길다(蛇形雖長而命不久 龜形雖短而命甚長)"이라고 풀이하여 구장어사(龜長於蛇)는 겉모습의 길고 짧음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수명의 장단을 두고 말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 矩不方(구불방) 規不可以爲圓(규불가이위원) : 굽은 자로 네모를 그릴 수 없고 그림쇠로 원을 그릴 수 없다.
규구(規矩)와 방원(方圓)의 상대적 불확실성을 논한 것으로 실재하는 사각과 원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가 철학자들이 "그림쇠와 곱자는 네모와 원을 만드는 지극한 표준이고 성인은 인륜의 지극한 표준이다(規矩 方圓之至也 聖人 人倫之至也)"라고 하여 보편적 인륜을 강조하는 견해 맹자(孟子) 이루(離婁) 상(上) 편을 반박하는 주장이다.
절대적 方(사각)과 절대적 圓(원형)에 대해 규(規)와 구(矩)는 상대적 불확실성 밖에 못 가진다는 뜻이다.
참고로 '그림쇠'는 지름이나 선의 거리를 재는 기구이고, 규구준승(規矩準繩)는 목수가 쓰는 그림쇠, 자, 수평기, 먹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 鑿不圍枘(착불위예) : 구멍에 꽂아 넣은 장부(자루)를 구멍이 꽉 둘러싸고 있지 않다.
착(鑿)은 나무나 돌로 뚫은 구멍, 끌(鑿)로 판 장부 구멍이고, 예(枘)는 한쪽 끝을 다른 쪽 구멍에 맞추기 위해 얼마쯤 가늘게 만든 부분이다.
임희일(林希逸)은 "예(枘)가 비록 구멍 속에 있지만 예(枘)가 도는 것은 구멍이 그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枘雖在鑿之中 而枘之旋轉 非鑿可止 則謂之不圍)"라고 풀이했고,
성현영(成玄英)은 "착(鑿)은 구멍이고 예(枘)는 구멍 속에 집어넣는 나무이다(鑿者 孔也 枘者 內孔中之木也)"라고 풀이했다.
○ 飛鳥之景未嘗動也(비조지경미상동야) : 나는 새의 그림자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이는 적이 없다. 그림자는 결코 그 자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의존적인 존재이므로 움직인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새이다.
새는 움직여도 그림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자는 빛에 의해 생기므로 빛에 의해 지면에 투사되는 새의 그림자는 한 순간 한 순간 지면에 떨어져 정지하는 것일 뿐이다.
한편 희랍의 철학자 제논이 "나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고 주장한 명제와 같이 시간은 무한히 분할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순간을 기준으로 말하면 나는 새도 정지된 모습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 鏃矢之疾(촉시지질) 而有不行不止之時(이유불행부지지시) : 살촉이 붙은 화살이 빨리 날아가더라도 날아가지도 머물지도 않을 때가 있다.
촉시(鏃矢)는 날카롭고 가벼운 화살, 살촉이 붙은 화살이다.
한 순간 한 순간은 간다[行]고 할 수도 멈춘다[止]고 할 수도 없다. 빠르다고 해도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가는 것은 분명하다.
촉시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할하면 동(動)이라고도 정(靜)이라고도 할 수 없는 때가 있다(金谷治, 池田知久). 열자(列子) 중니(仲尼) 편에서 공손룡(公孫龍)이 설명하고 있는 궁(弓)의 명인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일 것이다(福永光司).
열자(列子)에 나오는 공손룡(公孫龍)이 공천(孔穿)을 속인 이야기는 "활의 명인(善射者)은 뒤에 쏜 화살촉을 앞에 쏜 화살의 오늬에 명중시켜 차례로 쏘아서 앞뒤의 화살이 한 줄로 연달아 이어지게 하며, 앞의 화살이 표적에 이르러 적중해서 아직 떨어지지 않았을 때 뒤의 화살이 차례로 이어져 맨 마지막 화살의 오늬는 아직 활시위에 매겨져 있어 마치 일직선처럼 보인다(善射者 能令後鏃中前括 發發相及 矢矢相屬 前矢造準 而無絶落 後矢之括猶銜弦 視之若一焉)"이라고 했다.
○ 狗非犬(구비견) : 강아지는 개가 아니다.
견(犬)은 성견(成犬)이다. 이 명제는 아마도 묵자학파(墨子學派)에서 "구(狗)는 견(犬)이다"라고 한 정의에 반박을 가한 것일 것이다(福永光司).
묵자학파는 구(狗)와 견(犬)을 '실(實)', 즉 실질적인 면에서 보면 같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구(狗)와 견(犬)은 이름이 다른 이상 동일한 것일 수 없다. 이 명제는 명(名)과 실(實)을 분리하는 궤변으로 아주 적합한 예라 할 수 있다.
○ 黃馬驪牛三(황마려우삼) : 황색 말과 검은 소는 합해서 셋이다.
'려우(驪牛'는 '소요유(逍遙遊)' 편의 '리우(斄牛)'와 같은 '검은 소'를 말한다.
이 명제는 '계삼족(鷄三足)'과 같은 명제이다. 동이(同異)를 합(合)하는 궤변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황마(黃馬)와 여마(驪牛)는 우마(牛馬)라는 동물로서 일체(一體)를 이루고, 그런 의미에서 동물, 또는 우마(牛馬)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개념이고 하나의 단위, 황마(黃馬)가 하나의 단위, 여마(驪牛)가 하나의 단위, 모두 합해서 셋이 된다는 주장이다.
○ 白狗黑(백구흑) : 흰 개는 검다. 백구(白狗)와 흑구(黑狗)는 구(狗)로서는 같다.
또 흑(黑)이나 백(白)은 색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따라서 같다는 점에서 말하면 백구(白狗)는 곧 흑구(黑狗)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백구(白狗)는 검다"고 할 수 있다. 대동이(大同異)만 취하고 소동이(小同異)는 무시한 궤변 중의 하나이다.
○ 孤駒未嘗有母(고구미상유모) : 어미 없는 망아지는 본시 어미가 없다.
고구(孤駒)란 말은 어미가 없어야만 가능한 개념이다. 따라서 어미가 있다고 말하면 '고(孤)'라는 규정과 모순된다. 따라서 어미가 없다고 해야 맞다는 궤변이다.
금곡치(金谷治)는 어미가 없으므로 고(孤)가 되었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이다. 안동림(安東林)은 고구(孤駒)가 된 순간 그 전의 구(駒)였던 상태와는 절단된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 비슷한 견해이다.
또 어미 없는 새끼는 생각할 수 없으나 고아가 된 어린 망아지는 결코 모구(母駒)가 없다는 견해(池田知久)도 있다.
이 명제는 열자(列子) 중니(仲尼) 편에도 '백마비마(白馬非馬)'와 함께 공손룡(公孫龍)의 궤변으로 실려 있다. 백마가 말이 아니듯이 고구(孤駒)도 구(駒)가 아니므로 구(駒)면 어미가 있으나 고구(孤駒)는 구(駒)가 아니므로 결코 어미를 갖지 않는다고 하는 주장이다.
○ 一尺之捶(일척지추) 日取其半(일취기반) 萬世不竭(만세불갈) : 한 자 길이의 채찍을 매일 절반씩 자르면 영원토록 다 자를 수 없다.
이 대목은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추월하지 못한다고 한 희랍의 철학자 제논의 궤변을 상기시킨다. 제논의 궤변이 공간의 무한 분할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이 명제도 공간의 무한 분할을 전제로 하고 있다.
▶️ 窮(다할 궁/궁할 궁)은 ❶형성문자로 穷(궁)은 통자(通字), 竆(궁)은 본자(本字), 穷(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구멍 혈(穴; 구멍)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躬(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窮자는 '극에 달하다', '가난하다', '궁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窮자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이를 종합해 보면 '매우 가난하다'이다. 窮자에는 그 가난한 정도가 잘 묘사되어 있다. 우선 窮자의 갑골문을 보면 宀(집 면)자에 人(사람 인)자, 呂(등뼈 려)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이것은 집에 뼈가 앙상한 사람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금문과 소전을 거치면서 人자는 身(몸 신)자로 바뀌었고 宀자도 穴(구멍 혈)자로 바뀌면서 '궁하다'라는 뜻의 竆(궁할 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본래 '궁하다'라는 뜻은 竆자가 쓰였었지만, 지금은 이체자(異體字)였던 窮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窮(궁)은 ①다하다 ②극에 달하다 ③마치다, 중단하다 ④궁하다(가난하고 어렵다), 궁(窮)하게 하다 ⑤가난하다 ⑥이치에 닿지 아니하다 ⑦외지다, 궁벽(窮僻)하다 ⑧작다, 좁다, 얕다 ⑨궁구(窮究)하다(파고들어 깊게 연구하다) ⑩연구하다 ⑪드러나다 ⑫궁(窮)한 사람 ⑬의지(依支)할 데 없는 사람 ⑭궁려(窮廬: 허술하게 지은 집, 가난한 집) ⑮나라의 이름 ⑯크게, 매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진(盡), 다할 갈(竭),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일이나 물건을 처리하거나 밝히기 위하여 따져 헤아리며 이치를 깊이 연구함을 궁리(窮理), 어려움이나 난처함에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상태나 처지를 궁지(窮地), 곤궁하고 궁색함을 궁색(窮塞), 궁경에 빠진 적군을 궁구(窮寇), 생활이 곤궁한 지경을 궁경(窮境), 몹시 가난하고 궁함을 궁핍(窮乏), 한 해의 마지막 때를 궁랍(窮臘), 딱하고 곤란함을 궁곤(窮困), 속속들이 깊이 연구함을 궁구(窮究), 극도에 달하여 어찌 할 수 없음을 궁극(窮極), 북극 지방의 초목이 없는 땅을 궁발(窮髮), 외따로 떨어져 구석지고 몹시 으슥함을 궁벽(窮僻), 곤궁하게 살아가는 상태를 궁상(窮狀), 생활이 어렵고 궁한 백성을 궁민(窮民), 아주 어렵고 곤란하게 된 사람을 궁객(窮客), 더 할 수 없이 괴로움을 궁고(窮苦), 산 속의 깊은 골짜기를 궁곡(窮谷), 가난하여 살림이 구차함을 곤궁(困窮), 어디까지나 캐어 따짐을 추궁(追窮), 가난하여 궁함을 빈궁(貧窮), 공간이나 시간 따위의 끝이 없음을 무궁(無窮), 몹시 궁함을 극궁(極窮), 더할 나위 없이 곤궁함을 지궁(至窮), 곤궁한 것을 잘 겪어냄을 고궁(固窮), 외롭고 가난하여 궁핍함을 고궁(孤窮), 가난한 사람을 구하여 도와줌을 진궁(振窮), 가난이나 궁핍을 벗어남을 면궁(免窮), 가난한 친구와 친척을 일컫는 말을 궁교빈족(窮交貧族), 궁지에 몰린 쥐가 기를 쓰고 고양이를 물어 뜯는다는 뜻으로 사지에 몰린 약자가 강적에게 필사적으로 반항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서설묘(窮鼠齧猫), 피할 곳 없는 도적을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구막추(窮寇莫追), 피할 곳 없는 쥐를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서막추(窮鼠莫追), 곤궁해질수록 그 지조는 더욱 굳어짐을 이르는 말을 궁당익견(窮當益堅), 가난으로 겪는 슬픔을 이르는 말을 궁도지곡(窮途之哭), 막다른 골목에서 그 국면을 타개하려고 생각다 못해 짜낸 꾀를 일컫는 말을 궁여지책(窮餘之策), 막다른 처지에서 짜내는 한 가지 계책을 일컫는 말을 궁여일책(窮餘一策),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궁년은 자기의 한 평생을 누세는 자손 대대를 뜻으로 본인의 한 평생과 자손 대대를 이르는 말을 궁년누세(窮年累世), 온갖 힘을 기울여 겨우 찾아냄을 이르는 말을 궁심멱득(窮心覓得), 가난한 마을과 궁벽한 땅을 일컫는 말을 궁촌벽지(窮村僻地), 가난하여 스스로 살아 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궁부자존(窮不自存),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종일 일함을 일컫는 말을 궁일지력(窮日之力), 운수가 궁한 사람이 꾸미는 일은 모두 실패한다는 뜻으로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궁인모사(窮人謀事), 성정이 음침하고 매우 흉악함을 일컫는 말을 궁흉극악(窮凶極惡), 궁하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기 어려우면 예의나 염치를 가리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궁무소불위(窮無所不爲), 하늘과 땅과 같이 끝간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궁천극지(窮天極地),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궁변통구(窮變通久),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거듭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궁리궁리(窮理窮理), 울림을 미워하여 입을 다물게 하려고 소리쳐 꾸짖으면 점점 더 울림이 커진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을 다스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향이성(窮響以聲) 등에 쓰인다.
▶️ 響(울릴 향)은 형성문자로 响(향)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소리 음(音; 소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向(향)하다의 뜻을 가지는 鄕(향)으로 이루어졌다. 사방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뜻한다. 그래서 響(향)은 ①울리다, 메아리치다 ②(소리가)마주치다 ③(소리가)진동하다 ④향하다, 쏠리다 ⑤울림, 음향(音響) ⑥메아리 ⑦명성(名聲) ⑧소리, 가락 ⑨악기(樂器) ⑩대답(對答), 응답(應答) ⑪여파(餘波) ⑫소식(消息), 전갈(傳喝)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소리에 따라서 마주쳐 그 소리와 같이 울림을 향응(響應), 같은 세기나 높이나 길이로 내는 각각의 소리의 잘 들리는 정도를 향도(響度), 기타나 바이올린 등에 있어서 공기를 진동시키어 소리를 크게 하는 부분을 향동(響胴), 물건의 울림으로 길흉을 점치는 일을 향복(響卜), 마음이 늘 어느 한 사람이나 고장으로 쏠림을 향왕(響往), 어떤 사물의 작용이 다른 사물에 미쳐 반응이나 변화를 주는 일 또는 그 현상을 영향(影響), 소리의 울림으로 공기의 진동으로 나는 소리의 총칭을 음향(音響), 소리가 어떤 장애물에 부딪쳐서 되울리는 현상을 반향(反響), 서로 울림을 교향(交響), 소리의 울림을 성향(聲響),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짐을 명향(鳴響), 아직 남아 있는 영향 또는 소리가 사라지거나 거의 사라진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음향을 여향(餘響), 실내에 놓여 있는 발음체에서 나는 소리가 그친 뒤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를 잔향(殘響),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열향(咽響), 물건이 서로 부딪치어 나는 소리를 알향(戛響), 무거운 것이 떨어지거나 통과할 때 지면이 울리어 소리 나는 일을 지향(地響), 목에서 가래가 끓는 소리를 담향(痰響),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다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그림자만 보아도 놀라고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떤다는 뜻으로 잘 놀람을 이르는 말을 영해향진(影駭響震), 울림을 미워하여 입을 다물게 하려고 소리쳐 꾸짖으면 점점 더 울림이 커진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을 다스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향이성(窮響以聲), 어떤 주창에 응하여 모든 사람이 함께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사방향응(四方響應) 등에 쓰인다.
▶️ 以(써 이)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연장을 사용하여 밭을 갈 수 있다는 데서 ~로써, 까닭을 뜻한다. 상형문자일 경우는 쟁기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以자는 '~로써'나 '~에 따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以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以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수저와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밭을 가는 도구이거나 또는 탯줄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의 유래와는 관계없이 '~로써'나 '~에 따라', '~부터'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以(이)는 ①~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②~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③~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④~부터 ⑤~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⑥~을 ~로 하다 ⑦~에게 ~을 주다 ⑧~라 여기다 ⑨말다 ⑩거느리다 ⑪닮다 ⑫이유(理由), 까닭 ⑬시간, 장소, 방향, 수량의 한계(限界)를 나타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위치나 차례로 보아 어느 기준보다 위를 이상(以上),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어떤 범위 밖을 이외(以外), 일정한 범위의 안을 이내(以內), 어떤 한계로부터의 남쪽을 이남(以南), 어떤 한계로부터 동쪽을 이동(以東), ~이어야 또는 ~이야를 이사(以沙), 그 동안이나 이전을 이왕(以往), 까닭으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소이(所以), ~으로 또는 ~으로써를 을이(乙以), 어떠한 목적으로나 어찌할 소용으로를 조이(條以), ~할 양으로나 ~모양으로를 양이(樣以), 석가와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심오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됨을 이르는 말을 이심전심(以心傳心),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을 이란투석(以卵投石),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을 이관규천(以管窺天), 귀중한 구슬로 새를 쏜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주탄작(以珠彈雀), 독으로써 독을 친다는 뜻으로 악을 누르는 데 다른 악을 이용함을 이르는 말을 이독공독(以毒攻毒),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을 들여 큰 이익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하조리(以蝦釣鯉),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잰다는 뜻으로 양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이지측해(以指測海),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댄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기만하고 권세를 휘두름을 이르는 말을 이록위마(以鹿爲馬), 하나로써 백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경계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이일경백(以一警百),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이르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불로써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폐해를 구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폐해를 조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화구화(以火救火) 등에 쓰인다.
▶️ 聲(소리 성)은 ❶회의문자로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인 악기(樂器: 声)를 손으로 쳐서 귀(耳)로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소리'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聲자는 '소리'나 '노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聲자는 声(소리 성)자와, 殳(몽둥이 수)자, 耳(귀 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声자는 '석경(石磬)'을 그린 것이다. 석경이란 고대 아악기의 일종으로 돌로 만든 경쇠를 말한다. 두들겼을 때 맑은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전에는 악기의 일종으로 사용했었다. 이렇게 석경을 그린 声자에 몽둥이를 든 모습의 殳자가 결합한 것은 석경을 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귀를 더한 聲자는 악기 소리를 듣는 모습으로 '소리'나 '노래'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갑골문에서는 口(입 구)자까지 있었지만, 후에 생략되었다. 그래서 聲(성)은 ①소리 ②풍류(風流) ③노래 ④이름 ⑤명예(名譽) ⑥사성 ⑦소리를 내다 ⑧말하다 ⑨선언하다 ⑩펴다 ⑪밝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소리 음(音), 운 운(韻)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실이나 문제에서 취하는 입장과 태도 등을 여러 사람에게 밝혀서 말함을 성명(聲明), 옆에서 소리를 질러 응원함을 성원(聲援), 국가나 사회 또는 어떤 조직의 잘못을 여러 사람이 모여 폭로 또는 비판하며 규탄함을 성토(聲討), 목소리의 가락을 성조(聲調), 사람의 목소리에 의한 또는 목소리를 중심한 음악을 성악(聲樂),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의 크기나 또는 강한 정도의 양을 성량(聲量), 세상의 좋은 소문이나 평판을 성가(聲價), 우는 소리와 흐르는 눈물을 성루(聲淚), 모습은 나타내지 않으며 목소리만으로 출연하는 배우를 성우(聲優), 소리의 울림을 성향(聲響), 음악에 관한 재주를 성기(聲技), 말소리와 얼굴 모습을 성모(聲貌), 노래 부를 수 있는 음성의 구역을 성역(聲域),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르는 고함 소리를 함성(喊聲), 세상에 떨친 이름을 명성(名聲), 소리를 냄을 발성(發聲), 목소리를 음성(音聲), 탄식하거나 감탄하는 소리를 탄성(歎聲), 높은 소리를 고성(高聲), 하나의 소리를 일성(一聲), 슬피 우는 소리를 곡성(哭聲), 원망하는 소리를 원성(怨聲), 칭찬하는 소리를 예성(譽聲), 천둥 소리를 뇌성(雷聲), 노래에서 특수한 발성 수법으로 되는 가장 높은 남자 소리를 가성(假聲), 같은 소리나 함께 내는 소리를 동성(同聲), 기뻐서 외치는 소리를 환성(歡聲), 부르짖는 소리나 외치는 소리를 규성(叫聲),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동쪽을 치는 듯이 하면서 실제로는 서쪽을 치는 병법의 하나로 상대를 기만하여 공격함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성동격서(聲東擊西), 소식이 서로 통함 또는 마음과 뜻이 서로 통함을 일컫는 말을 성기상통(聲氣相通), 크게 외쳐 꾸짖는 한마디의 소리를 일컫는 말을 대갈일성(大喝一聲),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죄를 일제히 꾸짖음을 일컫는 말을 제성토죄(齊聲討罪), 헛되이 목소리의 기세만 높인다는 뜻으로 실력이 없으면서도 허세로만 떠벌림을 일컫는 말을 허장성세(虛張聲勢), 입은 다르지만 하는 말은 같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이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이구동성(異口同聲), 같은 소리는 서로 응대한다는 뜻으로 의견을 같이하면 자연히 서로 통하여 친해짐을 일컫는 말을 동성상응(同聲相應), 책상을 치며 큰 소리를 지름을 이르는 말을 박안대성(拍案大聲), 두려워서 움츠리고 아무 소리도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감출성(不敢出聲), 큰 소리로 목을 놓아 슬피 욺을 일컫는 말을 대성통곡(大聲痛哭), 울림을 미워하여 입을 다물게 하려고 소리쳐 꾸짖으면 점점 더 울림이 커진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을 다스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향이성(窮響以聲), 소문을 미리 퍼뜨려 남의 기세를 꺾음 또는 먼저 큰소리를 질러 남의 기세를 꺾음을 일컫는 말을 선성탈인(先聲奪人), 멸망한 나라의 음악이란 뜻으로 곧 음탕하고 슬픈 음악을 일컫는 말을 망국지성(亡國之聲)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