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의미와 이름!!
길이란 단어가 참으로 사유적이다.
길은 토종 우리말이고 길을 칭하는
이름에는 지름길보다 돌아가거나
험한 길에 붙은 이름이 많다.
에움길이란 지름길이 아닌,
돌아서 가는 길이고
좁은 골목의 고삿길,
논두렁으로 난 논틀 길.
잡초 무성한 풋서리 길,
산비탈의 자트락 길,
돌 많은 돌 너덧 길,
좁고 호젓한 오솔길,
휘어진 후밋길,
강가나 산비탈의 벼룻길.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숫눈길도 있다.
소복히 내린 눈 위에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나의 첫 발자국을 찍는 길,
서울 목동 천왕산 본각사 뒤의
공원길은,
흰 눈이 쌓인 겨울 날 새벽 4시,
예불(禮佛)에 갈 때나 공원에 오를 때
소복소복 발목에 감기는 눈을 밟으면
내가 무슨 개척자(開拓者)가 된 기분이다.
일 열로 늘어 선 김포 가도의 가로등이
빛을 발하는 모습도 장관이다.
그 황홀한 모습을 혼자 보는 그 기분,
그것은 새벽을 여는 사람만의
행복이고 환희다.
같은 공간에 산다고 해서 다 느낄수없는 신비(神秘)
나는 그 숫눈길을 걸을 수 있는 새벽의
전사(專使)
도로나 거리가 주는 어감과는 다른,
밟고 지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
숫눈길과 에움길은 내 정서와
건강의 길이다.
젊었을 때는 시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이 좋았지만
노년에는 에움길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요즘 즐겨 다니는 둘레길 순례도
지름길 보다 에움길로 간다.
천천히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사색하는 즐거움.
그 속에 내 건강도 함께 있다.
작가 : 정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