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roll for the soul with Fr. Sonamoo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3년7월26일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마태오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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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 그러니까 9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주임으로 있던 성당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 심어진 복음의 씨가 열매를 맺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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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날까지 몸이 불편하여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고해성사와 봉성체를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사제관이 있는 시부까와(澁川)에서 3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누마따(沼田)라는 성당이 있는데
이곳 역시 본당 관할이다.
그 성당에서 또 20킬로 정도 떨어진 외진 곳에 '베르지오제'라는 사설 복지시설이 하나 있다.
사설 양로원과 비슷한 형태이나 그렇게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고, 연령에 상관없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다.
그곳에 우리 신자가 세 사람이 있고, 성공회 신자가 한 사람이 있다.
워낙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겨울철에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미사를 드리러 가곤 했는데, 요즘은 미사를 위해 사용하던 방의 주인이던 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와 방을 구할 수 없어 봉성체만을 다니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여간, 성탄이 오기 전에 이들에게 고해성사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차를 몰아
도착했다.
그 세 분들 중에 한 분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성명: 다께이찌 히로꼬 (武市 博子)
연령: 63세
뇌성마비로 신체를 거의 움직일 수 없고, 오른 손의 두 손가락만을 어렵게 사용할 수 있음.
발음이 극히 불분명하여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움.
두뇌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
시설에 함께 생활하시는 비교적 건강하신 92세의 신자가 아닌 어머니가 돌보고 있음.
이상이 내가 알고 있는 그녀에 대한 전부이다. 다만 짧지 않은 시간을 이 시설에서 보내고 있고,
늘 신부인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두 분의 고행성사와 봉성체를 마치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섰다.
어머니와 함께 낮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신부입니다." 하는 소리에 두 양반이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잠시 준비할 시간을 주면서 문 바깥에서 기다린다.
이내 방이 열리고 어머니가 환하게 맞이해주신다.
"너무 오래 동안 오지를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딸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고 고해성사를 집전한다.
고해성사를 끝내고 어머니를 불러 함께 봉성체 예식을 진행한다.
너무 기뻐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잘 왔다는 안도의 마음을 갖게 된다.
전례를 다 마치고 어머니가 내놓는 차 한 잔을 마시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바라본 벽에 걸려있는 한 장의 종이를 보게 된다.
글의 내용을 읽어 내려간다.
“私は お世話になりました.
今、私は幸せです.
すべてに感謝の心です.”
武市 博子
“저는 신세를 졌습니다.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다께이찌 히로꼬"
"히로꼬쨩이 쓴거에요?" 놀라며 묻는다.
그녀는 무척 수줍은 모습으로 수긍을 한다.
그의 어머니가 한 마디 거둔다.
"글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몇 일간 워드프로세스를 배우더니 저렇게
써놓았다니까요.
너무 대견합니다."
감동이었다. 전율을 느낄 정도의 감동이었다.
그녀가 불편한 몸으로 워드프로세스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동이었다.
태생 몸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여인,
63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온갖 장애와 어려움 속에서 보내야 했던 여인,
그런 그녀의 입에서 나온 고백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였다.
어쩌면 인간이란 가진 것이 많을 수록 감사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온갖 감정의 세계에서 시작해 자신을 꾸미고 있는 숱한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참된 감사의 마음을 그분께 전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유심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나이에 가려진 그녀의 젊음은 사라졌지만, 그녀는 천사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리도 찾던 감사의 마음을 그녀를 통해서 배울 수가 있었다니......
기쁜 마음으로 방을 나선다.
아스팔트가 하얀 눈으로 덮여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달려오면서도 주변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녀의 어머니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던진 말 한마디가 떠오르며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神様って本当に不思議な方ですよね"
"하느님이라는 분, 정말 신비한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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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꼬씨의 마음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열매를 맺고 그녀를 지켜주었으리라 믿는다.
오랜 시간 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였다.
히로꼬씨도 70중반이 된 상태일 것이고, 그의 어머니가 아직 건재하시다면 백 살을 넘었을 것이다.
너무 쉽게 잊고 있었다.
시간을 내서 한 번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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