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클러스트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기는 현재 21개로 영광에 6기, 고리에 5기, 나머지 10기는 울진과 월성에 있다. 절반 가까이가 경북 동해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설 중인 7기도 비슷합니다. 4기가 그곳에 위치하게 됩니다. 2011년말 기준으로 국내 총 발전량은 49만5,986GWt. 그 중 3분의1 가량(31.4%)이 원자력에서 나온다. 화력(41.9%) 다음입니다.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는 이렇게 국내 전력의 15%를 담당하는 경북 동해안 지역을 원자력 복합단지로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원자력 클러스터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히 그럴 듯 해 보입니다. 우선 단기 과제로 국제 원자력 기능인력교육원 설립, 원자력 마이스터고 설립, 미래 원자력 기초 연구단 설립, 원자력 안전문화센터 설립, 스마트(SMART) 실증플랜트 건설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장기 과제로는 제2원자력연구원 설립, 원자력 수소실증단지 조성, 원자력 수출산업단지 조성, 원자력 병원 설립 등이 들어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어느 때보다 원전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습니다. 게다가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정치권과 정부까지 원전산업에 눈치를 보고 있는 마당에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는 반대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전도 싫고, 에너지 아끼기도 싫으면, 지금보다 몇 배의 전기요금을 내거나 원시생활을 각오해야 합니다. 전기 부족한 세상의 고통은 20분간의 민방위훈련만으로도 충분히 실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자력 클러스트를 마냥 옹호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원자력 클러스트의 내용들 중에는 매우 위험한 시설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장기과제 중 제2원자력연구원에는 소듐고속증식로와 파이로 건식 처리시설이 들어있습니다. 연구원이라는 좋은 이름 속에 이렇게 위험한 핵시설들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시설은 핵재처리 시설입니다. 핵재처리란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직접 처분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와 러시아 등에서 하고 있는 재처리입니다. 직접 처분은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을 재처리하지 않고 직접 땅속 깊은 곳에 영구 처리하는 방식이고, 재처리는 이중에서 플루토늄을 뽑아낸 후 나머지를 안전하게 영구 처분하는 방식이입니다. 전문가들은 핵재처리를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재처리를 통해서 플루토늄을 뽑는 이유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부는 재처리된 플루토늄으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우라늄 연료보다 재처리된 핵연료가 5배 정도 비싼 상황에서 전기를 생산할 목적으로 재처리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원자력 관련법에 ‘안전보장’이란 표현을 삽입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의회는 20일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을 통과시키면서 법의 목적을 규정한 1조에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했으며 1955년에 제정된 원자력기본법 2조를 고쳐 원자력 연구와 이용, 개발의 기본방침에 ‘국가의 안전보장’을 추가했습니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는 속셈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보는 해석이 많습니다. 원자력 클러스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이것이 진정 에너지 절약을 위한 최선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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