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전 정말 이거 들으려고 가면 죽여버린다는 엄마 무시하고 제주도에서 배 타고 올라왔거든요.”
“뭐야. 저 년 누구야?”
“제주도에서 배 타고 올라왔대. 미친, 어쩌라고~”
데뷔 이래 처음해보는 팬미팅이라 도대체 뭐가 뭔지 팬미팅이 막 끝난 지금까지도 머리가 복잡한데다가, 이른 아침부터 팬미팅 준비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한아는 피곤함과 짜증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팬미팅을 진행하는 MC가 그녀의 묘하게 일그러진 기분을 눈치채고 질질 끄는 것 없이 얼른 팬미팅을 마치려던 그 순간. 무대와 아주 가까운 두번째 팬석에 앉아있던 한 소녀가 과감하게 한아가 있는 무대로 뛰어들어왔다. 어리둥절하기는 무대 위의 한아와 MC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녀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배를 타고 올라온 이유가 무엇일까, 엄마의 협박까지 무시해가면서 꼭 듣고싶었던게 뭘까.
“언니.”
“네.”
“피부관리 비결이 뭐에요?”
“아, 뭐야!”
꽤나 비장한 소녀의 표정에 은근히 긴장을 했던 팬들이 기대와 다르게 싱거운 질문에 저마다 짜증을 부렸다. 한아도 당황해서 약간 굳어진 표정을 풀고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되찾았다. 그러자 입꼬리를 올려 씨익- 하고 웃는 당돌한 소녀.
“농담이에요. 이건 그냥 긴장 풀라고 안 궁금한데 물어본거구요.”
“…그래요? 하하. 궁금한게 뭐에요?”
“언니 데뷔 초부터 인터넷에서 존나게 떠들어대던 소문 있잖아요.”
“…네?”
“모른 척 말구요. 벌써 데뷔한지 2년 반이나 지났는데, 언니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도 입을 연적이 없구요.”
“야. 저 기집애 지금 뭐 물어보려는 거야?”
“몰라. 한아언니 표정 굳은 것 좀 봐. 심각한 건가 본데.”
말 그대로 아주 잠깐이었다. 23살 답지 않게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재치에 말빨, 몸매에 미모까지 겸비한 만능 엔터테이너 박한아 특유의 여유로운 생글생글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머물었던 것은. 죽어도 꼭 들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소녀의 표정은 한아를 더욱 더 당황시키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아주 약간의 웃음기마저 그녀의 얼굴에서 싹 사라지게 한 소녀의 질문은,
“언니 학창시절은…,”
“…….”
“특별했어요?”
“…….”
“특별 능력 고등학교가 뭐하는 학교에요…?”
“학생.”
보다못한 한아의 매니저가 무대 뒤에서 튀어나왔다. 한아 못지않게 뛰어난 외모를 가진 그녀의 매니저. 다만 그녀와 다른 게 있다면 남자라는 것. 무엇을 하려는지 손바닥을 펴려는 매니저를 한아가 오른손을 살짝 들어 저지했다. 당찬 소녀의 말대로 데뷔 이래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본인 입에서는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한아가 졸업한 ‘특별 능력 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약간은 과하다싶은 민감한 한아와 그녀의 매니저의 태도에 팬들도 하나둘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석호야, 하지 마.”
“안 지우면 어떻게 할 건데.”
“궁금하대잖아.”
“박한아.”
“알고 싶대. 말 해주고, 알려주고 지우면 되잖아.”
“…….”
“말… 하고싶어?”
남자의 질문에 말 없이 웃어보이는 그녀, 박한아. 도대체 안 지우면 뭘 어떻게 한다는 거고, 알려주고 나서 뭘 지운다는 건지. 아직도 뻘쭘하게 무대에 서 있는 상태인 당돌한 소녀는 엄청난 속도로 뛰어대는 심장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꿈뻑이며 침만 꿀꺽 삼킬 뿐이었다. 마치 뭔가 대단한 걸 알게 될 것 같다는 느낌에…
첫댓글 담편이 기대되요
언제쯤이면 보여주실 건가요??
담편을 써 주실 때까지 댓글 쓸거예요
담편이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