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몇 권을 막내 아우가 보냈다
건강하시라는 내 처지를 염려하는 아우의 마음과 정성이
간단한 손편지에 그대로 담겨 한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질 뻔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그래서 평생 주눅이 들기도 했었는데
고맙기는 하지만
책과 멀어진 시간이 워낙 오래되어
이제 책 읽는 일이 낯설기도 하고
그렇게 흥미 있는 일도 아닌 일상이 되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내준 책 중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함께 건너는 환자와 의료진의 이야기라는 내용이 눈길을 끌어 대략 훑어 보았는데
삶방 님들께 소개해도 괜찮을 것 같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제목 - 사람을 살린다는 것 (엘렌드 비세르 著)
책의 서평은,
의료진에게는 특수한 유형의 공감 능력이 요구된다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되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심리적 장벽을 세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그들은 학생 시절부터 훈련받는다
하지만 간혹 단단한 그 장벽을 뚫고 들어와 의료진의 마음과 정신에 결정적 흔적을 남기고
끝내 인생관과 삶의 방향까지 돌려놓는 환자들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희귀한 역작이다, 라고 평했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과학담당 저널리스트로
네덜란드 일간지의 의사들 이야기 코너에 연재된 글을 묶어 펴낸 책으로 유럽 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이 책속 80여명의 의료진들이 들려주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함께 건너는 환자와 의료진의 이야기중 한편을 소개한다
(성급한 결론, 기막힌 오해)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의식불명 상태에다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부서지지 않은 뼈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컸다
김급구조 요원들은 자살 기도였다고 했다
남편도 아내가 갑자기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를 보탰다.
그녀는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고 병원 내 모든 의료침이 그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외과의들은 쉬지 않고 수술을 계속했다
일반의와 심혈관계 전문의 성형외과 전문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신경외과 전문의
치과 전문의들까지 전부 달려들어서
그렇게 많은 의사들이 한꺼번에 들락날락하는 걸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술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 불현듯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 했던 젊은 여성은 저렇게 누워있고
우리는 또 여기서 그녀의 목숨을 되살리려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걸까?
다음날 오전 동료가 교대하러 오면서 내 근무는 끝났다
내 당직 근무가 다시 시작되어 다음날 저녁에 들어가서 보니
그들은 아직도 수술실에 남아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녀가 병원에 실려 온 지 24시간만에 수술이 종료 되었다
그녀는 곧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나는 이후 며칠간 그녀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녀는 아직은 인공 호흡기가 필요하지만 마취에서 완잔히 회복되어 있었다
그 다음부터 나는 그녀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24개월 후
중환자실 임시근무를 맡아 입원 환지들의 의무기록을 살피다가 내 마취 기록을 발견한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그녀가 여태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심각한 합병증을 앓고 몇몇 중대 감염증을 겪어냈으며
아직도 의식이 없는 채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새상에나, 이 얼마나 막대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시 그로부터 몇 달 후, 그녀가 조금씩 호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대단한 뉴스라고 했지만
희소식을 환자의 남편에게 전하고부터 그의 방문 빈도가 뚝 떨어졌다
마침내 목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 하던 날
그녀의 의식이 돌아왔다
근 반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내뱉은 첫마디에 우리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
'남편이 나를 발코니에서 밀어버렸어요'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우리 모두 그녀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믿고 있었으니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나는 그녀에 대해 품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가 병원으로 실려 와 첫 수술을 받았던 그 밤부터 마침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녀를 치료하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를 수없이 자문했다
얼마나 기막힌 오해를 했던가
이 일은 풋내기 의사였던 슬라펜델의 인생관과 직업관을 180도 바꿔놓았다
그날 이후 그는 자기 앞에 실려 온 환자가 누구이든
설령 그가 범죄자이든 자살 기도자이든
모든 환자는 보살핌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깨달음이었다
이 여성 사례의 예기치 않은 반전은
나의 직업관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생관까지 바꾸어 놓았다
나는 이제 사람들의 이면을 파고들어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깊게 따져본다 ---P25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읽어볼 그럴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하는데
환자의 특이한 사례를 겪고
편견과 치우친 시각으로 사람들을 대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사의 고백이지만,
세상 어디에서건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부인을 직접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새삼 인간이 잔인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삶방 여러분
소름 돋지 않습니까?
첫댓글 군재직 시절
군 구치소에서 한밤중 에라도 환자가 발생하면
백차에 싣고서 군통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던 생각이
납니다.
그렇지요
군대시절 훈련중 총기사고가 나기도 하고
갑자기 여름에 댕기열 응급환자가 발생하기도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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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부인이 남편을 ~ 후편 함 써보세요 ㅎ
함만 그래도 순애보가 낫지 싶어요
세상 살아보니
육체적 살인도 잇듯이
정신적 살인도 잇더라요.......
아침부터 무시 무시 합니다...
주위에 좋으신 분들이 많은거 같군요.
모든게 다 본인 심덕이지요만...
아고
여긴 저녁입니다
아침부터 죄송허구먼요
세상에는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어 신의 영역으로 . . . .
어찌 남편이 부인에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런데, 남편 말도 들어 봐야하는 세상
주여 심해를 용서 하지 마소서 . .
주여 카페지기 심해님을 용서 말아 주소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고 그런 일이
미안합니다, 나쁜 기억 떨치세요
그 남편의 병원 방문은
그녀가 일어나지 않기를
확인하는 방문이었네요
부부의 세계
인간세상속 얽힘
그안에는 그만큼 많은
사연도 있겠죠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동생분의 마음
이 나이되니 동생들 챙겨주는
전화 한통도 마음이 아릿하더군요
함 읽어 보세요
막내 손편지, 괜히 그렇네요
보이는것이다가 아니라는 생각이듭니다..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네, 편견과 아집, 치우친 생각, 관계를 어렵게 하는 커다란 요인이지요
성경을 보면
마지막 때가 되면
나라가 나라를 치고
자식이 어비를~..
어비가 자식을 죽인다는~~.....
가장 무서운건!
사람의 마음인것 같아요~..
마음은 사람들이 볼수 없기 때문이지요
맞아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책 이야기는 즐겁지 않은거라 생략하고
단풍들것네님 대상 타신것 축하 드립니다.
거기다 거금을 다시 내 놓으셨다니
새삼 단풍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글 계속 써주시길.....
그러게요
이 댓글 보고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막내랑 9년 차이 납니다,
제가 장남인데 형보다 나은 동생입니다
네덜란드 사람이 쓴 책이라니 저는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ㅎ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기반으로 쓴 글이니 흥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마라는 의료진의 불문률로 그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지만 의료진도 사람이니 힘들기는 하겠지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건강하세요.
그렇군요 한스님 나라 사람입니다. 네델란드 일간지 연재물이라고 소개를 하네요
좋은 글은
다시 대해도 감동입니다.
전 오늘 20년지기 울동료랑 충남 천안에 있는 각원사에 다녀 오는 길입니다.
우리나라 에서 유일한 6m 길이의 청동 불상이 있는 각원사의 청동 불상입니다. ^^~
각원사에 있는 수양버들 벚꽃도 매우 인상적이더라구요. ^^~
@순수수피아 흐드러집니다
수양버들도 꽃이 핀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단풍들것네
수양버들이 꽃 핀 게 아닙니다.
벚꽃 나무의 일종으로 마치 수양버들 처럼 축축 멋드러지게 늘어지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수양버들 벚꽃입니다. ^^~
@순수수피아 하아, 무식한 소지입니다 ㅎㅎ
섬뜩합니다.
전 추리물을 좋아하다보니
첫머리 책 내용을 보고
자살시도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그런 나만의 무서운 생각을 했는데
정말이네요 ㅜㅜ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군요.
근디 책 보내주는 동생이 없어서 ㅎㅎ
막내면 사랑 많이 받았겠습니다
책도 이제는 읽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전 평생 과부로 살았답니다 믿을 수없는게 남자의 마음이라서 ㅎㅎ
어쨋든 기막힌 반전 오해 였군요
사람이 젤 무서워요 전 경험으로 쓴 책 좋아합니다 단풍님 옆집에 계셨다면 빌려 달라 했을텐데
오잉!
여자는 더하지 않나요
사람이 젤 무섭지요, 공감합니다
여자가 죽었음 남편이 편히 살까요.?..^^
ㅎ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요
아우님과 향제분의 우애가
좋아서..보기 좋습니다..
의사의 사명과 내면의 마음까지도
기술한 책의..가치는 충분이
권장할만 합니다..
고운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워낙 나이 차이 많이나는 동생입니다
결혼을 많이 반대했는데, 그래서 제수씨가 저한테는 꽁하지요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고, 쑥스럽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