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zul.im/0OHGKg
나는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우울증이 심각했음
그땐 그냥 고등학교 다니는게 힘들어서 우울한줄 알고
버텼는데 나중에 졸업해도 나는 계속 우울하더라구
기껏 들어간 대학은 사람들이 불편해서 관두고
등록금만 날렸음 알바 짬짬이 하다 말다 하며
겨우 나 연명할 돈만 벌고 숨만 쉬며 살았음
집에서는 계속 누워만 있었음
나는 내가 몸이 아픈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파서 몸도 아픈거더라구
그러다가 어느날 수족관앞을 지나가는데
왠지 들어가보고 싶은거임
물고기들 구경하다가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작은 진주린이 너무 귀엽길래 두마리 샀음
채집통에 대강 바닥재 쬐끔 깔고 스펀지여과기 하나 넣고
얘네들 키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너무 귀찮았음
금붕어가 먹는걸 엄청 밝히고 환수도 자주 해야 하더라고
귀찮아도 내가 좋아 데려온거니 물 받아놨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환수도 해주고 먹이도 이것저것
사줘보면서 키우니 얘네들이
나만 보면 쪼로로 달려와 반기는거임
나는 일평생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주고 반겨주고
그런 경험을 처음 해봤어
그래서 얘네들이 너무 이쁘더라구
띄엄띄엄 하던 알바도 더 열심히 하고 집에오면
얘네들한테 인사도 하고 채집통 앞에서 얘네들 보며
시간 때우는 시간이 많았음
나 없으면 못사는 애들이 생기니까
더 성실하게 살게 되더라구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책임감과 충만함을 느끼며 살았어
그러다 더 좋은 집으로 옮겨주려고
어항 큰걸 사서 바닥재도 좋은거 깔고 유목도 넣고
수초도 넣고 이쁘게 꾸며서 이사를 시켜줌
근데 내가 뭔가 잘못했는지 얘네들이 퇴근하고 와보니
둘다 용궁갔음 나중에 울면서 찾아보니 실리콘독을
안뺐거나 물이 깨졌거나 둘중 하나가 원인같음
한참을 울면서 후회하다가 느꼈음
이렇게 작고 여린 생명을
나같은 둔탱이가 잘 키울수 없다는거
나는 최소한 중형견은 키워야 한다는거
건강하고 활발하고 오래 내곁에서 내 가족이 되어줄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또 울면서 다짐함
그날부터 나는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일을 시작했어
오전엔 편의점 밤엔 대리운전 주말엔 주차장
죽자고 일해도 돈은 참 안모이더라구
기술이 없으니 무슨 돈이 모이겠어
버는게 적으니 몸만 상하지
안되겠어서 일단 대형면허를 땄음
그리고 중장비면허도 땄음
현장일이란게 남보기엔 힘들어보여도
막상 해보니 매력있었음
누구 눈치볼것도 없고 자유롭더라구
밖에서 바람맞으며 일하니
우울증도 좋아져서 이제 약도 끊음
술도 안먹고 옷도 안사고 화장도 안하고
거지같이 버티며 돈만 죽자고 모았음
이십대의 어리던 나는 이제 서른아홉이 되었고
드디어 마당 딸린 집을 살수있게됨
여기는 지방이라 마당있는 집이어도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내 이삼십대를 갈아넣었음
집사고 제일 먼저 한건 포인핸드 깔기
나 드디어 원하던 강아지를 입양할수 있게 됐음
이 집에서 강아지랑 매일 산책하고 품에서
재우고 퇴근하면 나 보면서
꼬리치는 강아지랑 웃으면서 살거임
예방주사도 맞히고 보험도 들어주고
낮에는 유치원도 보낼수 있는 능력도 갖춤
그때 날 떠난 진주린 두마리로 인한 죄책감에
다시는 책임감없는 입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나와의 약속을 이제부터 열심히 지키려고함
이사하면 입양부터 진행하려고 준비중
후회하고 반성하고 책임감 키우려 노력한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는중
나중에 우리 강아지 입양하면 사진 올리겠음^^
카페 게시글
악플달면 쩌리쩌려버려
흥미돋
판) 금붕어 두마리 때문에 내집 장만했음
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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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048
24.01.28 09:29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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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 눈물나 ㅠㅠ 향복하시기를
ㅜㅜㅜ
하나하나에 소중함과감사함을느끼는사람인거같다 멋있다진짜
대단한 의지와 실천력이 있는 분이시다. 앞으로는 강쥐와 더 행복하세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네
나도 우리 고양이땜에 여기까지 왔는데ㅜㅜ 눈물난다
포인핸드까지 완벽하다.. 행복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2 ㅜ ㅜ 그때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해 떠나보낸 죄책감으로...새로운 생명은 준비가 다 될때까지 기다리며 진주린들을 생각했다는게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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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눈물나 ㅠㅠㅠㅠ멋있는인생이야
너무 멋지고 감동적..책임감만큼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게 없지 강아지랑 행복하셨음 좋겠다 나도 우리 강쥐땜에 갓생 살아 우울할 틈도 없어
눈물나 ㅠㅠㅠ 앞으로 행복만하세요ㅠㅠ
행복하세요
스스로 행복하기 성장한 훈훈한 결말이다!! 포인핸드까지 완벽
멋지다 ㅠㅠ 진짜 책임감있는 사람이네
진짜.... 위인이다 다 이겨내셨네 강아지랑 행복하게 사시길
와 여자분이 현장일하기쉽지않았을텐데 대단하다
평생 처음으로 나를 반겨주는 기쁨을 느꼈는데도ㅜㅜ 진주린들한테 미안해서 준비 다 될 때까지 십몇년 혼자 지냈단게ㅜㅜㅜ 진주린들의 용궁은 저 분 가슴속 이었구나
ㅠㅠㅠㅠㅠㅠㅠ눈물 ㅠㅠ
댓글 너무 감동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외날욿려요....
멋지다 .. 행복만하시길
진짜 멋있는 사람이다... 본받고 싶다 행복하시길 ㅜㅜ
오랜만에 존경심 드는 사람을 찾았네,,,, 진심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길 응원함
어른이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너무멋진사람이다ㅠㅠ
나 왜 눈물나ㅜ
멋있고 단단한 사람
진짜 멋진사람이다ㅜㅜ
잔잔하지만 여운은 깊은 글이다... 그 마음이 아름답고 실천은 대단해 이런 사람이 나도 되고싶어
저분 근성이랑 책임감이 너무 대단하심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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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진짜 너무멋진듯 말로표현이안돼..
눈물나..
진주린 아끼고 키운 것부터도 좋은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진짜... 너무 멋진 분ㅠㅠ
금붕어도 잘 키우려고 되게 노력했을텐데 집 꾸며준게 잘못돼서 상실감 엄청 컸겠다ㅜㅜ
근데 반려동물 키우다보면 집 매매하고 싶어지는거 ㄹㅇ…
월세 전세에선 집주인 눈치 볼수 밖에 없고 특히 냥이들은 이사 넘 스트레스 받아하니까 걍 매매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