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의 소설 속 주인공
작가 조정래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약한 자를 대변하는 바른 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늘 그의 소설이 그렇듯이
강자들의 역사 속에서 힘없는 약자를 이야기한다.
그 약자는 만일 역사가 반복된다면 우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 <오 하느님>을 통해 나를 비롯한 독자들은 또 다른 우리를 만나게 된다.
강대국의 휘둘리는 약소국, 그 약소국 안에서도 어느 한 약자.
그는 그저 하느님을 부르며 자신의 운명을 원망을 해야 한다.
그가 지은 전작 <인간연습>이라는 소설에서 이야기 했듯이
<오 하느님>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인간연습>의 연습용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연습용은 단 한 번의 삶을 살았고, 단 하나의 생명뿐이었다.
우리 역사의 가까운 과거.
이 소설의 주인공 신길만을 통해 우리 역사 중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국가 위주의 굵직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숨겨진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약자인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우리 조상들과 함께...
1. 모티브
이 책의 모티브는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몇 년 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그린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인상적으로 봤기 때문에,
그 영화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스필버그 감독과 탐 행크스가 손잡고 만든 드라마라고 해서
나도 보았다.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렸고,
재미보다는 역사적인 상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던 그런 드라마이다.
그 드라마의 원작자가 스티븐 앰브로스라는 작가라고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 스티븐 앰브로스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다가
그의 책 <디데이(D-day)>에 삽입된 사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사진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한 이후,
미국에 의해 잡힌 독일 포로의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 독일 포로는 낯선 동양계였다.
영어도 못하고, 독일어도 못하고, 소련어도 못하고, 일본어도 못하고...
그는 조선인이었다.
<디데이(D-day)>란 책에서 그 사진이 발견된 이후,
네티즌들은 진실여부를 놓고 한 때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그는 함경도 사람이며, 포로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전쟁이 끝나고
미국에서 살다가 1992년에 죽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SBS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은이 조정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디데이(D-day)>란 책과 다큐멘터리가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 우연히 찍힌 노르망디 코리언.
그가 어떻게 그곳까지 가게 되었을까?
그는 결국 살아서 거기까지 가게 되었지만,
그 사이에 죽은 코리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나는 이 노르망디 코리언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돌았다고 하는 이 사진도 처음 보게 되었다.
그의 기구한 인생에 눈물이 핑 돌았다.
2. 일본군 -> 소련군 -> 독일군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 단체들의 행태만 보면 짜증이 절로 난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가끔 열 받고 싶을 때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 단체들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으면 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때린 자의 오만은
언젠가는 업보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도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냥 참는다.
...
주인공 신길만은 일제치하말기의 다른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일본군으로 징병된다.
국내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처음의 약속과 달리
그는 만주에 있는 일본관동군으로 배치를 받고,
몽골과 국경지점의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그곳은 몽골과 만주의 접경뿐만 아니라 소련도 접한 지역이라서,
소련은 몽골은 도와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된다.
몽골접경에서 싸운 일본군은 보급로와 통신이 완전히 단절되어,
소련군의 탱크 공격을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남아있는 일본군들은 모두 자결을 선택하게 되지만,
조선인 신길만은 일본을 위해 자결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소련군에게 항복을 하여 소련군의 포로가 되었다.
신길만처럼 소련군에게 항복을 한 조선인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들은 외지에서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련군의 통역병 중에 조선인들이 있음에 더욱 반가워한다.
소련군의 통역으로 있는 조선인들이 소련군에 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일본의 총칼을 피해
무작정 연해주로 건너간 조선인들이 터를 잡고 잘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동되고, 일부는 총살을 당했다.
왜? 이유는 모른다. 그저 이유는 우리가 약소민족이라는 것뿐이었다.
허허벌판 소금땅인 중앙아시아에 온 조선인들은 그곳에 밭을 일구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련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도
소련의 군인으로 징병되어야 한다는 방침으로
소련군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들 또한 그런 기구한 운명으로 소련군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어디를 가나 당시 조선인들은 기구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
그런 통역병의 도움을 받아 신길만 일행은 소련군으로 편입된다.
일본이 망하고, 전쟁이 끝나면 조선에 돌려준다는 약속을 받고 말이다...
이제 소련군으로 훈련을 받은 신길만 일행은 독일과의 전투에 투입된다.
전투가 밀고 밀리는 가운데 적들에 고립된 신길만 일행은 독일군에 잡히게 된다.
이번에는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어딘지도 모를 독일 포로 수용소에 수용된다.
이미 소련군의 포로가 되었을 때의 조선인 일행들과는 죽음으로 많이 헤어져 있는 상태이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전쟁 뿐만 아니라 추위와 굶주림도 그들의 수를 줄였다.
...
독일의 포로생활의 끝은 독일군으로 전향이다.
신길만은 이제 어느 나라의 군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조선의 군인이 아닌 것은 모두 똑같다.
신길만의 오직 한가지 목적은 생존이다.
꼭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길만 일행은 독일군의 공병으로 배치 받아 참호 및 각종 군사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투입된 것은 어느 해변가이다.
그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될 뿐이었다.
그들은 해변가에 바리케이트 설치 작업을 하였다.
그 불가능할 것 같은 해변으로 적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해변을 지키고 있던 독일은 패배하였다.
새로 공격해온 미군들에게 신길만과 조선인들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들이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미군들의 포로가 된 조선인들이었다.
3. 미군의 포로가 되어 희망을 꿈꾸며, 하지만...
신길만 일행은 이제 미군의 포로가 되어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미국땅에서 일본과 독일의 항복 소식을 들었다.
전쟁이 끝나고 조선이 독립한 것이다.
그런데, 신길만 일행은 포로구분에 있어 국적이 소련으로 되어 있었다.
신길만 일행은 소련 국적으로 되어 있으면 조선으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고,
소련군을 배신하고 독일군이 되어버린 자신들이 소련으로 돌아가면
어떤 벌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국적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말 통하는 이 없는 미국땅에서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혈서를 써서 자신의 할 말이 있다는 것을 표현했고,
다행히 소련말을 할 줄 아는 미군이 있어서,
소련말을 할 줄 하는 신길만 일행 중 한 명이 그들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국제적인 규약을 핑계로 거절되었다.
하지만 그건 핑계였고 소련에 있는 미군의 포로와 맞교환을 하기 위해서는
소련 국적의 포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미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신길만 일행은 소련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신길만 일행은 다시 소련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도 전에 처음 소련군이 되었을 때의 약속을 생각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일본이 망하면 조선으로 보내주겠다고 하는 그들의 약속.
소련에 도착하여 트럭으로 이동 중에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그 휴식은 빗발치는 총소리와 함께 영원한 휴식이 된다.
책제목 : 오 하느님
지은이 : 조정래
펴낸곳 : 문학동네
펴낸날 : 2007년 3월 26일
독서기간: 2007.4.2 - 20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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