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없이는 참여 없다"라는 격언이 있는 것처럼, 정보공개는 주민참여를 위한 기본전제조건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1998년부터 정보공개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수준은 형편없다. 특히 '주민참여'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정책결정과정"과 "예산집행"에 대한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시민운동도 정보공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폐쇄성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모든 정책결정과정과 행정과정이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가 적시에 공개될 때에만,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하고,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2. 시민참여의 기회 보장
지금의 시민들은 '정치의 소비자', '행정의 객체'일 뿐이다. 따라서 시민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더 많은 기회(More opportunities for citizens to have a voice)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정책결정사항이나 행정사항들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시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각종 위원회가 관료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위원회 운영 자체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형식화되어 있는 시민의견수렴절차(입법예고나 공청회 등)를 실질화해야 한다.
3. 공공시설의 위탁과정과 운영과정에 주민들의 참여 보장
보육시설, 복지시설, 청소년 시설, 문화시설 등 지역 내에 존재하는 각종 공공시설들은 대부분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탁과정은 공무원들과 관련분야 종사자(이들은 엄밀하게 보면 이해관계인들이다)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고, 관리ㆍ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공공시설들을 이용하는 것은 주민들이므로, 공공시설의 위탁과정과 운영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위탁 및 재위탁 문제를 심사하는 위원회에 주민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공모를 하게 하고 주민들의 참여 하에 평가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별로 존재하는 각종 공공시설의 위탁에 관한 조례들을 검토하여 구체적인 주민참여방안을 정책과제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직접민주주의제도 및 사례
지방자치법 제13조의 2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폐치, 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주민투표의 대상과 발의자 및 발의요건, 기타 투표절차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주민투표의 추진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조례제정을 통해서 실시하는 주민투표이다. 이 방법은 투표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과 인력을 이용할 수 있고 투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결과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상당한 압력 수단이 된다. 199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둘째로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들 수 있다. 이는 법률이나 조례상의 근거가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표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과 인력을 이용하기 어렵고, 투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획득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특히 상당한 자체의 조직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홍보와 투표율에서 어려움이 있다. 당연히 주민투표결과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2000년에 있었던 대규모 주상복합건물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고양시 백석동의 주민투표가 이에 해당된다. 셋째로 법률상의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주민투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실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적 구속력이 부여되는 주민투표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 사례 1 :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55층 주상복합 찬반 주민투표
대표적인 자주관리 주민투표로써, 지난 2000년 8월 말, 백석동 전체 주민 4만1천여명 가운데 만19세 이상 2만5천명을 대상으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911명(43.3%)이 투표해 찬성 1114명(11.24%), 반대 8730명(88.08), 기권 63명(0.63)으로 나타나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정치적 압력수단으로 작용했다. 이 선거 이후, 주상복합건물 신축 계획을 보류시키는 성과를 남겼다.
■ 사례 2 : 일본 마키원자력발전소 주민투표 사례
지난 1996년, 일본 주민운동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름아니라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투표가 니이가타현 마키정과 오키나와현에서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키정에서의 주민투표 과정은 주민운동을 통해 주민참정권을 총동원하여(조례제정청구, 해산·해직청구,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 핵발전소 건설을 저지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민운동의 가능성이 한층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아래 도표는 이 과정의 핵심 내용들을 요약한 것이다.
선거에 의해 공직에 취임한 자에 대하여 그 파면을 요구하는 일정수의 유권자가 서명하여 청구하면, 이것을 수리한 후 주민투표에 부쳐서 그 과반수의 찬성으로 그 직을 잃게 하는 것이다. 주민소환(리콜(recall), 법률상으로는 '해직청구'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은 선거에 의해 공직에 취임한 자에 대해 그 해직을 요구하는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가 서명하여 청구하면, 해직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쳐서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직을 시킬 수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일본 지방자치법상 해직청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부지방자치단체장, 재정책임자(출납장 또는 수입역이라고 한다), 선거관리위원, 감사위원, 공안위원회 위원이다. 해직청구제도는 주민의사의 직접적인 발동에 의해 공무원의 직위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불법에 관련되었다든지 하는 특별한 파면사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사례 1 : (마키원자력발전소 참조)
■ 사례 2 : 성남시장 소환운동
최근 분당 백궁역 일대 용도변경을 두고 성남시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 이 사안은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미 여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장소환운동이 전개되고 있던 터라, 언론의 집중 보도는 뒤늦은 감이 있다. 어쨌든 시민단체은 시장소환을 위해 시민들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방자치법 제13조4에는 "지방자치단체의 20세 이상의 주민은 20세 이상의 주민 총수의 5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20세 이상의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시·도에 있어서는 주무부장관에게, 시·군 및 자치구에 있어서는 市·도지사에게 당해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주민에 의한 감사 청구를 가능하게 했다. 이 제도는 지방공공단체의 직원에 의한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로 인하여 주민이 손실을 입은 경우에 이에 대하여 주민이 예방·교정을 청구하는 권리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주민감사청구는 주민 1인이라도 청구할 수 있다. 주민감사청구를 통하여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은 (1)당해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2)당해 행위를 사후에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3)잘못된 부작위를 고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4)당해 지방자치단체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등이다.
■ 사례 : 송파구 주민감사청구
위례시민연대를 비롯한 송파구 시민단체들은 송파구청장 등 관계공무원들이 뉴질래드로 외유한 사례가 있었다. 이 외유에서 구청장 일행이 관광을 목적으로 한 행사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시민단체들의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고 주장, 결국 800여명의 청구인명부를 작성, 서울시에 제출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9월 20일, 감사결과를 공표하였지만,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감사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밀실행정이라는 비난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번 감사로 부분적인 외유의 사실이 드러나 주민감사청구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감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장된 주민발의(조례 제·개·폐 청구권)제도
지난 91년 부천시에서 벌어진 담배자판기 조례제정운동은 시민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민의 힘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던 첫 사례로 뽑힌다. 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치입법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15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권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지방자치법 제13조의 3에는 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에 대한 규정을 넣음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20세 이상의 주민(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의 규정에 의한 선거권이 없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3조의4에서 "20세 이상의 주민"이라 한다)은 20세 이상의 주민 총수의2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20세 이상의 주민 수 이상의 연서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도입되면서 주민들의 의사에 의해 조례의 제·개·폐 청구권이 보장되었다. 단순히 주민은 청원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는 지방행정의 주체로서 힘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현재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례 개정, 또는 제정 운동이 어떠한 성과를 남기느냐에 따라 운동적인 차원에서 시민발의 제도의 활용에 대한 모범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 시민운동으로서의 조례 제·개정운동의 의미
(1) 감시와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지금까지 지역에서의 시민운동은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지역내의 중요현안들(소각장 반대, 송전탑 반대, 러브호텔 반대)에 대한 대응에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 시민적 대안이 필요하듯이, 지역에서도 시민운동이 지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국가차원에서 시민적 대안을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할 때에, 지역에서부터 시민들이 '우리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운동은 '참여형 시민운동'으로 발전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시민운동이 대안적 세력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안'의 상당수는 주민의 생활 속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따라서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도시형 사회에서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육아, 교통, 환경, 문화에 대한 불만과 요구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역사회가 지역시민운동이 지향하는 지향점이라면, 이러한 참가형 사회의 모양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시민참가'라는 관점에서 하나의 대안적 모델로 제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 현안을 실제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역전체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에 현안의 해결은 예산상의 문제나 전체 지역의 정책결정문제로 귀결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브호텔의 예를 들더라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러브호텔이나 소각장에 근접한 주민들과는 달리 입지적으로 떨어져 있는 주민들에게 이러한 문제는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현안 해결을 위한 틀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시민운동이 감시와 반대를 뛰어넘어 대안을 제시하려고 할 때에, 그러한 대안은 바로 조례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즉, 이러한 경우 조례는 '대안이 입법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례를 제정 또는 개정시키기 위한 조례 제·.개정운동은 결국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운동인 것이다.
(2) 투표이외의 정치적 교육/경험의 계기
선거 때 투표하는 것 정도로는 시민들이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질 수도 없고, 정치적으로 교육되거나 경험을 쌓을 수도 없다. 또한 어떤 주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생활환경운동, 생협활동, 공동육아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보다는 시민으로서의 의식이 높겠지만, 그러한 의식은 자기경험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지역사회 전반이나 지방행정, 정치에 대한 관심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가 정말 "민주주의의 학교"가 되려면 주민들의 의식을 발전시키고, 정치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조례 제·개정운동(주민발의운동)이 될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필요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의 의사를 모아 조례를 만들고, 그것을 발의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상의 조례 제·개정청구를 이용하여 서명을 받고, 조례가 의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이후에 조례의 통과를 위한 운동을 벌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각성되면서 지방행정이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깨고 참여의 욕구와 의지를 높이게 될 것이다.
(3) 지역시민운동-지방의원이 어울러지는 협동작업
조례 제·개정운동은 주민-지역시민운동-지방의원이 협동하여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작업이다. 기존에는 지역 시민운동이 지방의원을 진출시킨 경우에도, 지방의원과 같이 일을 해서 지역을 바꾸어내는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것은 지역시민운동이 지방의원에게 기대한 것이 정보제공과 지역운동 출신 지방의원을 통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뢰성 확보 정도였고, 조례제정이나 예·결산심사 등에 있어서 지방의원과 협력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조례 제·개정운동은 반드시 지역시민운동과 지방의원이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시민운동과 지방의원의 관계를 실질화시킬 수 있다. 지역시민운동의 입장에서는 조례 제·개정청구를 해서 조례를 주민들의 힘으로 발의하더라도, 지방의원을 통해 지방의회 내에서 조례에 대한 찬성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례 제·개정청구를 하기 위해 서명을 받을 때부터 지방의원이 함께 하면 주민들에게 조례의 통과전망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례 제·개정청구운동을 함에 있어서는 지방의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믿을만한 지방의원이 없는 지역이라면, 조례 제·개정청구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에게 지방의회에 대리인을 진출시킬 필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다.
(4) 시민참가의 제도화를 모색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거의 중앙정부의 법령이나 지침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조례를 통해 지역 level에서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민소송, 주민소환처럼 국가level에서의 주민참여제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창의적이고 다양한 주민참여의 사례는 지역level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도 조례를 통해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의원의 낭비성 해외연수가 계속 문제가 되자, 전남 순천의 지역운동단체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가 청원하여 순천시의회에서 "지방의원 공무 국외연수 평가위원회 조례"가 통과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조례에서는 시민단체의 참여 하에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방의원의 해외연수에 대해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조례를 통해 주민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앞으로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00년부터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조례 제·개정청구제도'가 지방자치법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조례를 통한 주민참여의 시도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2 조례 제·개·폐 청구권의 절차 및 문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있는 [조례 제·개정 청구권]의 절차를 보자. 이 제도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행정기관의 장, 즉 단체장의 발의나 시의원들의 발의가 있을 시,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었다. 물론 시민들의 청원을 통해 시의원 발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절차를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조례 제·개정 청구권] 시민들의 서명만으로 의회의 안건으로 상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절차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지간한 조직 동원력과 홍보력이 없이는 이 제도를 활용하기엔 참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이 제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20/1 범위의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아야 한다(표). <표>조례의 제·개폐 청구에 필요한 연서주민수
규모가 작은 지방자치단체는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지만, 서울시와 같은 광역단체에서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또한 이 운동에 동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가 서명을 받겠습니다"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청구권에는 [수임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임인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서명운동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임인 개인이 서명 받을 수 있는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조례 제·개·폐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시민에게 넘긴 이상, 청구인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까다롭게 물을 수 있지만, 어차피 수임인과 청구인의 물리적, 심리적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다면 굳이 '수임인'이라는 중복의 절차를 넣을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순한 흑심을 품은 외지의 사람들에 의해 청구의 성패를 가늠할 사회적 조건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쨌든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수임인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 관건임에 틀림없다. 또한 절차의 순서를 보더라도 보통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조례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보통인데, 청구서의 절차에 의하면 우선 조례(안)를 먼저 제출하고, 이를 두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조례의 제·개·폐에 대한 취지나 간단한 내용 정도를 먼저 제출하고 서명을 진행하는 과정에 조례(안)를 마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 절차로 청구서를 제출하게 되면 7일간의 청구인명부의 열람이 있고,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례의 제정 또는 개폐안을 작성하여 지방의회에 부의하도록 되어 있다. 의회에 상정되기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다는 염려도 있지만, 혹시라도 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리고 시행령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견서를 곁들여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의회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여지도 남긴다. [조례 제·개정 청구권]을 면밀히 훑어보면 직접민주주의 제도치고는 치명적인 오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시민들의 동의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정치적 영향력은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을 지닐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파괴력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표3> 조례 제·개정 청구의 과정
3. 조례 제ㆍ개정운동의 사례
■사례 1 : 부천시 담배자판기조례 제정운동
부천시 담배자판기 조례 제정운동은 한국에서 조례 제ㆍ개정운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91년 3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부천 YMCA의 회원조직, 특히 주부조직을 중심으로 약 1년여 동안 이루어졌던 주민운동이다. 이 운동은 청소년 청소년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해 담배자판기 설치 금지를 위한 조례의 제정을 목표로 해서 전개되었고, 실제로 조례가 제정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례2 : 부천시 놀이터 어린이용 놀이시설설치 및 관리 조례 제정운동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에는 "어린이는 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부천 YMCA에서는 1996년경부터 위험하고 유해한 생활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어린이들의 안전과 건강한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회원으로 구성된 "부천 지킴이"를 결성하고, 어린이 놀이터 및 횡단보도 등에 대한 안전조사 및 조례제정운동 등을 전개하였다. 조례제정운동의 전개방식에 있어서 직접적인 수익자인 어린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례 3 :서울특별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조례 제정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여러 시민단체가 보행권의 확보를 강조하면서 보행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보행권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된 계기는 자동차 사고 증가로 인한 생명 경시화, 수송수단의 에너지 반형평성, 자동차 위주의 도로 정책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대 등이었다. 1988년 유럽의회가 제정한 '유럽 보행자 권리 헌장'에는 "보행자는 보행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넓은 보행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고, 도시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서로 안전하게 연결되어 있는 길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자동차로부터 빼앗겼던 사람의 길을 되찾자는 의미가 있으며, 보다 쉽게 표현하면 인간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공간 속에서 보행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행권의 헌법적 근거로는 행복추구권, 기본적 인권의 불가침성, 법 앞의 평등, 거주·이전의 자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환경권 등에 관한 헌법 조항을 원용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시민교통환경센터'('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의 전신)와 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의회 등의 노력들이 결집되어 1997년 초, '서울특별시 보행권 및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기본조례'(약칭 서울시 보행조례)가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정된 서울시 보행조례는 시민의 보행권과 보행환경의 개선 의지를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공무원들이 참여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조례로써 명문화한 것은 지방자치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그 영향으로, 서울시 보행조례 제정 이후 풀뿌리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전국적으로 보행조례 제정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또한 보행권 확보 운동을 통해 보행권 의미의 정립, 어린이,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산, 도시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보행권이 인간에게 보장된 기본적 권리중에 하나라는 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사례4 :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군포시폐기물관리조례"
군포시폐기물관리조례는 시민들의 힘에 의해 최초로 개정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례 개정운동이 단순히 개별적인 운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10여년에 가까운 소각장 건설 반대운동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군포시가 처음으로 조례 개정 운동을 벌이면서 운동의 열기는 경기도로 확산되었다. "경기도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이하 '경기도 쓰시협')"가 99년도 중점사업으로 "폐기물관리조례 재·개정운동"을 선정하면서 경기 지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각도의 조례 제·개정 운동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밑에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각 지역의 폐기물관리조례의 내용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하였다. 군포시폐기물관리조례의 내용에서 주목할 점은 '지원협의체'와 '시민위원회'의 설치를 명문화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확보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상위법인 '폐기물처리시설설치촉진및주변지역지원등에관한법률(=폐촉법)'이 규정하고 있는 300미터 거리 제한과 무관하게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의 참여를 확대한 것은 매우 전향적인 입법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동안 독단적인 행정을 수행했던 자치단체가 이해당사자와 시민단체를 행정의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주민들은 단순히 행정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의 중요한 동반자로서 지역사회의 마인드가 변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책임성을 지닌 주민들의 꾸준한 요구와 시민운동의 뒷받침,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의식변화를 통해 행정기관과 대등한 파트너쉽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사례5 : 안양 YWCA "안양시의회의원 윤리실천조례"제정 운동으로 만들어진 "안양시의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안양 YWCA가 "안양시의회의원 윤리실천조례" 제정 운동을 전개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안양시 의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이 자리잡고 있다. 1998년 10월, 안양시의회가 건축조례 개정을 하면서 3명의 시의원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통합정수장 알선수수와 관련해 두명의 시의원이 실형선고를 받은 사건이 그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양YWCA를 비롯해 13개 시민단체들은 "뇌물수수비리시의원 사퇴촉구를 위한 시민단체연합"을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명운동과 항의시위를 진행하게 된다. 시의원들의 비리 사건을 계기로 지방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질론이 대두되면서 안양YWCA 의정지기단이 1999년 6월경부터 윤리조례 제정운동에 들어갔다. 1996년에 발족한 안양YWCA 의정지기단은 지방자치 시대의 중요한 일꾼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다양한 교육과 토론을 진행시켜 왔다. 지역 현안을 가장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계층은 장시간 지역에서 생활하는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여성이 중심이 된 안양시 윤리조례 제정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주민참여를 위한 정책 제안 및 수단
앞서 여러 원칙들과 사례들은 내년 선거의 정책 만들기를 위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지역의 현황들을 파악/조사하고 주민참여의 현황과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짚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욕구가 반영된 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의제를 생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래 내용은 앞의 글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실현 가능한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각 지역의 의제 만들기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정책과제
▶ 적극적 정보공개제도(정보공표제도)의 도입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이나 예산집행과 관련된 정보의 경우에는,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가 없더라도 먼저 적극적으로 공개를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서울시의 '열린 시정을 위한 정보공개조례' 참조). 본래 정보공개제도에는 '소극적 정보공개제도'(시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정보공개여부를 결정해서 통지하는 제도)와 '적극적 정보공개제도'(시민의 정보공개청구가 없이도 일정한 정보는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에게 제공하는 제도)가 있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있는 제도는 소극적 정보공개제도이다. 이것을 뛰어넘어 '적극적 정보공개' 개념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정보공개의 매체로는 인터넷과 시보 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며, 공청회나 간담회 같은 것을 실질화하고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정책결정과정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각종 검토자료, 용역보고서, 간담회. 공청회 자료, 설계서, 평가서 등의 목록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거나 수시 열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기존 정보공개제도의 보완
정보공개조례를 대폭 개선하여,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열람수수료를 폐지하고, 공익적 성격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복사수수료를 전액 감면하는 등 현행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 시민들이 이용하기 좋은 정보공개제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정보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하는 정보공개심의회의 구성에서 관료의 비중을 1/3수준으로 줄이고,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 정보공개 전담직원을 배치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하고자 하는 시민에게 상담서비스(시민이 알고자 하는 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서로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를 제공하고, 인터넷으로 정보공개청구를 받는 등 one-stop 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2) 실현수단
하나 : '시민참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거나, 기존의 정보공개조례를 대폭 개정한다.
둘 : 정보공개청구권을 활용을 통한 경험 축적 및 정보공개 경로의 파악
1) 정책과제
▶ 위원회 위원 공모제도 도입
지방자치단체내에 존재하는 각종 위원회의 위원을 공모를 통해 선임함으로써, 시민들이 행정의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위원회 회의록 공개제도 도입
위원회의 회의는 모두 녹취하고 회의록을 작성하게 하며, 의사결정이 대외적으로 공표된 이후에는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한다.
▶ 서울시가 시정방침으로 부분 도입한 청렴계약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여, 각종 공사나 입찰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한다.
▶ 건전한 시민활동의 지원
일부 단체에 집중되어 지원되는 사회단체 보조금 제도와 사회단체 기금 제도를 개혁하여, 시민들의 소규모 자원활동 모임과 시민단체에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공익사업 선정 위원회'를 구성하여, 합리적이고 공평한 심의를 거쳐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주민중심의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주민자치위원도 공모를 통해 선정하도록 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한다.
2) 실현수단
- 시민참여를 위한 00시(구) 시민참가기본조례 제정
- 00시 청렴계약옴부즈맨 조례 제정
- 00시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조례 제정
- 주민자치센터설치및운영에관한조례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