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걸은 코스 : 벌교역 앞 ▷ 중도방죽 ▷ 진석 마을 ▷ 벌교갯벌어촌 안내센타 ▷ 호동 마을 ▷ 호산 마을 ▷ 구룡사 ▷ 용두 마을 ▷ 별량(첨산) ▷ 장기 마을 ▷ 별량초등학교 ▷반곡 ▷상림 마을 ▷내동 마을 ▷ 월평 마을 ▷수동 마을 ▷ 안지(안풍) 마을) ▷ 순천만 ▷ 순천만 정원(해룡)
· 걸린 시간 : 7:00 / 2016.11.17(목)
벌교역에서 중도방죽 방향으로 나아간다. 왼쪽으로는 녹차가 오른쪽으로는 측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녹차꽃이 그 은은한 꽃을 피워 벌과 나비가 윙윙거린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벌과 나비라니, 여하튼 이곳이 따듯한 곳인가 보다. 황토로 길을 닦아 놓아 걷기에 참 좋다. 오른 쪽으로는 갈대가, 왼쪽으로는 멀리 순천으로 가는 2번 국도가 보인다. 어쨌든 나는 국도를 피해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다 보니 이렇게 좋은 길을 만나게 된 것이다. 혼자 걷기에는 아까운 길이다. 이런 때면 늘 나만의 방식이 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와야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꼭 다시 한번 와야지!, 하고 마음 속에 갈무리해 두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점심, 단감과 찐밤 몇 알>
중도 방죽길 2.4Km가 끝날 무렵 명상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단감과 찐밤 몇 알로 점심을 떼우기로 한다. 다시 걷는다. 오늘은 순천까지 이 바닷길을 택해 빙 돌아 가려고 한다. 중도 방죽길이 끝나고도 약간의 방죽길이 이어진다. 낙싯꾼도 보인다. 이내 아스팔트길이 나오고 진석 마을이다. 벌교갯벌어촌체험센타가 나온다. 잔등을 넘어가니 오른 쪽으로 넓은 들이 펼쳐진다. 간척지이다. 왼쪽으로는 자연 부락들이 연이어 나온다.
<석류밭>
호동 마을과 호산 마을 앞을 지난다. 수로가 앞을 막아 빙 에돌아 다시 바닷길로 들어선다. 이번에는 오른 쪽으로 양식장들이 설치되어 있다. 저 앞에 해안 절벽이 길을 막고 있다. 왼쪽으로 구룡사를 지나 용두마을로 들어선다. 이제 왼쪽으로 철길을 끼고 걷는다. 저 앞에 첨산이 보인다. 그 산자락에 별량이 자리하고 있다. 저 산은 해발 295.2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순천만 갈대밭에서 보면 멋진 배경을 이루는 산으로 그 실루엣이 매우 장관을 연출한다. 해질 무렵 순천만에서 첨산 쪽을 향하여 사진 촬영을 해 보면 이 산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산인지 실감할 수 있다. 산이 어디 꼭 높아야 제일인가? 높이로야 히말라야가 제일이라 뽐낼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무등산이 더 정겹고, 이곳에선 저 첨산이 얼마나 웅장하고도 포근하며 위용이 있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그네 되어 걷노라니 지쳐서 그리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 앞에 바닷가 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장기마을을 지나 별량초등학교를 왼쪽으로 두고 걷는다. 반곡을 지나 상림마을을 통과한다. 내동 마을이 나온다. 내가 태어난 마을 이름과 같은 곳이다. 월평 마을을 지나고 수동 마을과 안지(안풍) 마을을 지나니 순천만 갈대 습지가 나온다. 자주 와봤던 곳이라 그냥 지나친다. 여기도 언젠가 정다운 사람들과 같이 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지! 그렇게 마음에 갈무리하고 질을 재촉한다. 뒤돌아보니 별량의 명산 첨산 위에 해가 기울어가는 오후를 아쉬워하고 있다. 이제 둑길을 걸어 해룡으로 향한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첨산, 그리고 별량>
<나는 저 첨산 너머에서 왔다.>
다리가 아프다. 순천만 습지에서 정원박람회장으로 가는 길은 낭만적이면서도 꽤 멀다. 해는 서산 너머로 지고 있는데, 가끔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정겹다. 홀로 걷는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나는 지금 왜 걷고 있는가? 걸어서 젊은 시절 연인과 함께 걷던 추억속으로 내닫는다. 모노레일 위로 큐브가 지나간다. 나도 <당신>과 젊은 연인이 되어 저 큐브레일을 타고 갈대밭에서 정원박람회장까지 오가며 추억을 여행해야지! 가로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사천을 건너 컴컴한 둑길을 걷는다. 순천만 유스호스텔이 나오고 해룡에 도착,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한다. 7시간, 28Km, 너무 강행군을 한 셈이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구례 쪽으로 걷고 싶다.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으로 가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