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광주에서 친구들과 점심약속이 있다하여 병원에 들르려 같이 간다.
풍암동에 들러 난 택시를 타고 메디필로 간다.
사람도 얼마 없는데 그냥 처방전만 달라해 약을 탄다.
도시의 찬바람을 맞으며 농성역으로 걸어간다.
호남학을 읽어보다가 차를 놓치니 10분을 기다린다.
문화전당 역에 내려 충장로 1가쪽으로 나오니 옛도청 앞이다.
도청 복원을 주장하며 자릴 지키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며
사진 하나를 몰래 찍고 신호등을 건넌다.
충장로는 화려하지만 임대 글씨도 많다.
충장로 우체국은 빨간 표지만 있지 상품의 로고가 더 크게 붙어 있다.
하긴 백운로타리의 남구청도 가구매장인지 난 헷갈린다.
광주극장 1시 영화를 보려면 그래도 시간 여유가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가 동양학과 인문학 코너에서 서성댄다.
'영웅의 역사' 8-10권과 상상력과 리더 이야기 등 5권을 고른다.
비닐 봉지를 들고 건너편의 김밥집에 들어가 이것저것 망설이다.
김치김밥을 3,500에 주문한다.
더러 가져가거나 혼자 웅크리고 먹는 사람들이다.
신발가게들이 늘어선 충장로를 지나 광주극장에 가 표를 산다.
영화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찍은 이충렬 감독의 첫 극영화란다.
그의 오래 지켜보기가 생각 나 이 영화도 궁금하다.
영화는 예전에 한 소녀가 아버지의 부정으로 엄마가 음독한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22년이 흘러 파리한 여자가 딸 하나를 데리고
아버지에게 나타난다.
아버지는 진도 다시래기 전수자이자 인간문화재가 되려하고
딸은 자식을 맡겨두고 자기 일을 해야 한다.
몇년 전 남도버스투어에서 본 적 있는 진도산림조함 추모관의 공연모습도 보인다.
여자는 딸을 맡겨두고 소위 노래방의 오브리 가수가 되기도 하고 장례식장에서
노랠 불러주기도 한다. 그러며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려 한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친하게 되는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다.
아파 노래 못하는 주인공을 대신해 송가인이 나와 그의 옛이력을 말해준다.
영화는 부고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아버지의 말이 암시하듯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무덤을 파 두고 딸이 사 온 양복을 입고
바다에서 경운기를 움직이지 못하고 춤을 추며 죽는 것으로 끝난다.
다시래기가 한 생명이 죽어가며 또 한생명을 탄생시킨다는 의미라나.
두 시간이 넘는 영화가 그리 지루하지 않다.
다시래기 공연도 실감나고 인물들의 행동도 억지스럽지 않다.
갈등의 화해가 죽음으로 정리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주인공은 이제
딸과 함께 새로운 의지로 살아갈 것을 빈다.
마루 앞 바다가 보이는 집 옆의 항상 꽃피어 있는 배롱나무 꽃이 억지스럽지만
영화적 장치로 이해하기로 한다.
한국영화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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