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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장신대 신학부 유일의 여교수인 배현주 교수님이 이사회에서 재임용 탈락 이라는 통고를 구두로
받았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여교수가 부족한 이때 혼신을 다해 교수직을 감당하고 있는 배현주 교수에게
일어난 일이 같은 여성으로서, 여교역자의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회로서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아
'경위서'를 올립니다. 관심가져주시고 기도부탁드립니다.
저를 염려해주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 자매된 분들께 드립니다.
지난 한 주 저는 극심한 충격 속에서 지냈습니다. 가족과 친지는 물론 제 소식에 놀라서 전화를 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일일이 상황을 다 설명할 수가 없기에 간단하게 사건의 경위를 기록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내일이 봄학기 시작이라 첫 수업을 하러 학교에 나가야 하는데 임용 만료일은 2월 28일이라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 주만 수업을 하고 정든 일터와 사랑하는 학생들을 이렇게 떠나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2월 16일 월요일 정오 무렵 저는 서울에서 김해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2년 동안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준비한 신대원 필수과목 “생명목회 생명선교” 출범감사예배가 2월 25일로 다가왔기 때문에 총회 사무총장이신 조성기 목사님을 뵙고 그 동안 준비과정에 대한 설명과 설교 부탁을 하러 서울에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부산장신대학교가 작은 신학교지만 총회 신학교들 중 최초로 “생명목회 생명선교”를 필수과목으로 시행하는 일은 큰 의의가 있는 일이기에 지난 2년간 “생명목회 생명선교” 위원장으로서 기쁨을 지니고 일해오고 있었습니다. 이 일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신학교와 교회에서 일하는 신학교수와 목사 친구들로부터 한국의 지방 신학교가 미국 신학교에서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느냐는 감탄을 자아내는 것을 보면서 21세기 하나님이 한국 교회에서 원하시는 사명을 부산 경남지역에서부터 열어나간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일해 왔습니다. 지난 한 해 학교 이사회와 교수들 사이가 많이 어려웠지만, 이번 “생명목회 생명선교”를 발족시키게 되면 총회에서 활동 중이신 정종성 전이사장님이나 현이사장님을 비롯한 모든 이사회가 학교를 자랑스러워하시고 총회적으로도 학교 대표들로서 칭찬과 격려를 받으심으로써 교수들에 대한 오해도 불식되리라 믿고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묵묵히 일해왔습니다. 드디어 우리 학교를 화해와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으로 진입하게 해주는 상징이 될 출범감사예배를 앞두고 저는 감격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많은 사태들 속에서도 35인의 강사를 모시고 4회의 워크샵을 성공적으로 치루어낸 작년이 기적 같았고 부산장신대학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믿고 감사를 드리며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총장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사회의 인사위원회가 모여 있는데 저에게 물어볼 것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기획위원회로부터 아무런 통보와 언질을 받지 못한 상태라 어리둥절했으나 어쨌건 부랴부랴 학교로 직행하였습니다. 1시 20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총장실로 들어가자 여섯 분의 이사님들께서 앉아 계셨는데 한 이사님께서 손에 드신 어떤 문서를 읽어가시며 질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저의 연구실적에 관한 것이었는데 첫 질문이 2004년 임용될 때 쓴 연구 논문에 관한 것이어서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이번 재임용의 심사는 2006년-2008년에 해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네 가지 정도의 질문을 하셨는데 듣고 있던 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비학술지와 학술지, 영어 논문과 한글 논문, 학회 강연 팜플렛과 전문학술지 등의 구분도 하지 않으신 채 읽어 내려가시길래 속으로는 왜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으면서도 인내를 가지고 설명을 드리려고 하니까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더욱이 특정논문들을 언급하시고 그 논문들과 관련되어 학교에서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부산논총 연구비와 학술지 개재료를 “받아갔지요?”라고 강조해서 질문하실 때에는 더더욱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나중에는 설명을 포기하고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자 다른 이사님께서 “교수에게는 연구가 생명인데 표절 같은 것을 하면 장관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법이다. 배교수는 교수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요지의 말씀을 엄중한 표정으로 하셨습니다. 남의 글을 표절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고, 5년간 부산장신대학교에 대한 사랑으로 열심히 일해온 사람으로서 교수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말씀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뭐가 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였지만 교계 어른들이시라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부주의가 있었다면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학교를 위해서 수고하셨고 이사님들과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시는 사무처장께서 바로 문 밖에 앉아 있으셨고 눈이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자 저는 멍한 기분을 떨치며 유머 감각을 발휘한답시고 “이사님들이 저를 매우 비인격적이고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아시네요. 사무처장님 저 그런가요?”라고 웃으며 여쭈어보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시며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이사회가 저의 “재임용 탈락”이라는 결정을 내리셨다는 것은 당일 저녁 무렵에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2008년 11월에 조교수 재임용 심사를 위한 서류를 기획위원회에 제출하였고 결과를 이미 통보받은 상태였습니다. 부산장신대학교 교수업적평가규정 제2조에 의하면 “교수의 업적평가는 기획연구위원회가 담당하며 평가위원장은 기획연구처장”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교수 스스로가 일단 평가원칙에 의해 먼저 평점을 매기되,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것은 일단 제출해서 위원회가 정확하게 평가하도록 하고 통보받은 평가결과에 이의가 있는 교수는 통보 후 2주 이내에 위원장에게 서면으로 이의를 신청하도록 되어 있고 재심사를 거쳐 다시 통보 받는 과정으로 되어있습니다(제7조 이의 신청). 기획위원회의 평가 이후에 저는 교육, 연구, 봉사 등 세 영역에서 기본점수를 훨씬 상회하는 점수로 판정을 받았다는 기록과 함께 총장 사인을 담은 서면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1월에 기획위원회가 이사회에 제출한 여러 교수의 재임용과 승진 심사 서류가 다시 일괄하여 기획위원회에 반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공식적으로 들은 바가 없기에 혹시 부주의한 문제가 있으면 각 교수들에게 기획위원회가 알려주겠거니 했습니다. 기획위원회에서는 저의 업적을 재평가를 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판정해서 다시 이사회에 올렸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 업무 차 서울 출장을 다녀오다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자리에 갑자기 불려나가서 모욕적 언사를 듣고 그날 저녁에 “재임용 탈락”이라는 결과를 알게 된 것은 저에게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부산노회 소속 기관목사이자 이 학교 조교수인 저에게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인권침해적 대우를 하는 이사회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연구실적에서 문제를 삼으시는 부분을 빼도 재임용 점수가 상회할 뿐만 아니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영어 논문 한 편은 기재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더우기 사립학교법 53조에 의하면 재임용 탈락의 경우 임용 만료 2개월 전까지 본인에게 통보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학기 시작 7일전에 급작스럽게 결정을 내리는 무리를 왜 하시는지, 하나님과 양심 앞에 학교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사람에게 왜 이런 극심한 충격을 주셔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지난 일년간 부산장신대학교는 큰 아픔과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학교를 위해서 일했던 두 교수님이 오히려 ‘경고’라는 징계를 받아야 하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사회와 교수진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가 이사회에 계속 전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통스러웠던 지난 1년을 보낸 후에도 여전히 이사회가 학교 규정대로 실행한 기획연구위원회의 보고를 전적으로 무시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몇 년 전 대학종합평가 때에 교수연구 분야 100점 만점이 나온 것을 보고 평가위원들께서 지방신학교에 어떻게 이런 교수들이 모여 있느냐는 극찬을 하였는데 이런 결과에 대해서 교수들이 격려와 포상을 받기는 커녕 이사회에는 이 일이 보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는 신학대학교입니다. 사랑과 정의라는 기독교적 정신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 우리 학교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하여 참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사회를 구성하시는 교계 지도자들이신 어른들께서 하나님께서 주신 힘을 잘못 사용하시면 그 힘으로 쓰러진 사람이 크나큰 충격과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사람이 자기가 사랑하는 일터를 하루 아침에 빼앗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계시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일일이 설명드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엉성하게나마 상황설명을 드렸습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제 가족들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을 염두에 두고 기록하다 보니까 어떤 분들에게는 부적절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도 기록된 것 같은데 양해를 바랍니다.
지난 한 주 큰 충격 속에 휘청거리면서도 여러 분들의 격려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본인들의 과거의 아픔의 경험들을 이야기하시며 제가 입원하거나 누워있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말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충격 속에서 홀로 있는 저를 심방하시고 함께 있어준 여러분들을 통해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성육신의 신비를 다시금 체험하는 한 주였습니다. 사랑과 격려가 담긴 문자들을 통해서, 뜨거운 기도들을 통해서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을 체험하는 한 주였습니다. 그 힘으로 일어섰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22일
배현주 드림
추신:2월 23일 월요일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도 전화가 많이 오다보니까 주일날 핸드폰이 열을 받아서 고장이 난 상태였습니다. 월요일인 오늘 아침에 전화기를 수리하고 메시지들을 체크하는데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자정까지 기다린 총장님 결정은 강의위촉불가임을 알려드립니다.” 결국 폐강이란 말이더군요. 그러나 이사회 결정의 적법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저로서는 폐강임을 알면서도 시간 맞추어 수업에 오신 대학원 목사님 전도사님들 네 분과 함께 첫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임용 탈락에 대한 서면 통지를 공식적으로 받지도 않았는데 폐강 공지부터 하는 것은 교원인사규정에 의하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명의 기회나 이의 신청의 기회도 한번 주지 않고 이토록 무리한 절차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설사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위원회라는 절차조차 생략하고 재임용탈락과 폐강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는 교수의 징계처분이나 면직 등에 있어서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경우 100% 교수의 승소라는 것은 학계의 상식입니다. 우리 학교 이사회에는 이러한 상식을 지니신 분이 한 분도 없다는 말씀입니까.
학교에 와서 이사회 결과를 보니 “배현주 교수의 재임용에 대해서는 별지와 같이 논문 중복 게재 및 중복논문으로 인한 연구비 수령으로 인하여 재임용하지 않기로 정종성 이사의 동의와 김근호 이사의 재청으로 이사장이 찬반을 물으니 참석이사 전원 찬성으로 결의하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기획위원회에서 영어 논문과 한글 논문이 독자 문화권의 차이와 연구 깊이의 차이로 인해 중복 게재가 아니라고 판정을 해서 보고를 했는데 그 견해를 무시하고 중복 게재라고 판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사회가 조사를 요청해서 별지를 작성한 인물과 만나서 토론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사회가 주장하는 저의 “중복 논문”이 “연구비 수령”을 목적으로 한 부도덕한 행위였다는 인상을 주는 논리가 전개된 것이 놀랍습니다. 혹시 이사회 여러분들이 이러한 행위들에 익숙하시기에 신학교수의 삶도 그럴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하신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 아침까지 신임 총장님으로 선임되신 장현운 목사님으로 인해서 받은 저의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피로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난 월요일 극도의 충격을 받아서 한 주에 2.5킬로가 빠졌고 입술은 바짝바짝 말랐으며 멀쩡하게 힘찬 대화를 하다가도 내게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아 탈진하기도 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한 주를 보냈습니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피곤함도 많았습니다. 전국적으로 제가 진실성과 연구윤리가 결여된 학자라는 소문이 났겠구나 기가 막혔습니다. 학교에 갔을 때 눈이 마주치지 않는 학생을 보면 학생들이 벌써 나를 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피해망상증까지도 생기려고 했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제가 받은 충격이 배우자 사망에 해당하는 충격이라고까지 설명하시며 저를 위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난 한 주 보호와 위로를 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였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과 토요일 총장님에게 전화를 드리라는 연락이 연달아 왔습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을 한 이사회가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한 총장님에게 선뜻 전화를 드릴 수 있는 마음의 상태, 몸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목회자시니까 이 정도의 목회적 배려는 해주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토요일 오전까지 전화를 드려라, 그 다음에는 4시까지 전화를 드려라 하는 등의 문자가 계속 왔습니다. 저는 집중적으로 기도하면서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생각을 정리해야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한 영혼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장현운 목사님과 첫 대면인 만큼 월요일 학교에 나아가서 직접 뵙고 많은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총장님께 독촉을 받으신 분들의 계속되는 문자와 전화는 저의 휴식을 방해하였고 고통과 피로감을 가중시켰습니다. 학교가 저를 쓰러뜨려 짓밟아 놓고는 때리기까지 한다는 느낌, 간접적인 폭력을 행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쨌건 이렇게 계속 통화를 요청하신다니까 전화를 드려야겠다 싶어서 주일 오후에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학교 교수님들께 여쭈어 보니까 화요일에 나오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밤에 피곤해서 잠자리에 눕는데 갑자기 아파트 인터폰이 울리고 어느 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자정 안에 총장님께 전화를 드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제가 밤늦은 시각에 장목사님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신임 총장님과의 대화는 낮에 맑은 정신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밤에 전화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의 의사를 애초에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말 사흘간 그분으로 인해서 받은 문자와 전화는 10건이 훨씬 넘습니다. 어쨌거나 오늘 아침 저에게 온 메시지는 “자정까지 기다린 총장님 결정은 강의위촉불가임을 알려드립니다”였습니다. 강의를 주실지 마실지를 결정하시기 위해서 저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라는 시간에 전화를 했으면 강의를 주셨을 것인가 봅니다. 합리적이고 인도주의적 원칙이 아니라 권력을 지니신 분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면 일이 되고 안 되고 할 수 있다는 상황을 보면서 이것이 그 수많은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고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인지, 섬김을 위해 이 땅에 오시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의 현실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장현운 목사님은 아직 정식으로 총장취임을 하시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왜 이런 무리한 처리방식을 택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장 목사님은 저의 재임용탈락 결정과 무관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을 수행하시는 방식에 있어서 이사회가 저에게 하신 폭력적 방식,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그대로 공유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목사님은 우리 학교 공동체에 대해서 겸손하게 배우시고 공부하셔야 할 때입니다. 생명목회와 생명선교는 우리 학교에서 2년을 준비한 과목입니다. 그런데 생명선교 외부강사들이 내가 없이는 강의를 오지 않겠다는 견해서를 발표했다고 들으시고는 너무나 쉽게 그 과목을 폐강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토로하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외부강사들께 수업에 와주십사고 머리를 조아려 부탁드린다는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장목사님의 앞으로의 총장직 수행 방식이 부산장신대학교의 진실한 생명력을 북돋아주는 방식이 되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그리고 교무처장이신 박교수님께 개인적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무처장직에서 물러나주시고 몇 년 쉬신 후 다시 맡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본인은 물러나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계속 반려했다면 왜 교수님만을 교무처장에 두려고 하는지 그 뜻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학교 교수소개란에 나와 있는 박교수님의 활짝 웃으시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교수님의 본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교의 불행한 사태들과 과정들 속에서 교수님이 억울한 오해를 받으신 것도 알고 있고 교수님의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사랑도 알고 있기에 저는 제가 겪는 고통을 뛰어 넘어서 교수님과의 개인적 교분을 계속 유지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무처장이라는 교수공동체의 리더십자리에 있는 분이 동료교수를 보호해주시기는커녕 위에서 시키신 일이라고 밤늦게 아파트까지 찾아오셔서 충실하게 교무처장직을 감당하신 점에 대해서는 참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교수님께서는 본인이 받으신 상처와 아픔에 집착하시고 다른 교수들의 고충에 둔감하셔서 그 여파로 인한 고통을 오랜 세월 겪었습니다. 수 주 전에 저는 교수님과 크게 충돌하였고 4장에 걸친 편지를 써보냈는데 교수님은 답장 한 마디 없으셨습니다. 동료교수인 저의 고충에 아랑곳 없이 학생과의 관계 유지에 전념하시는 교수님에게 동료 교수들과의 올바른 관계성도 학생들에게 교육이 되지 않겠느냐고 그 글에 쓴 적이 있습니다. 오늘 교수님은 어떤 개인적인 위로의 말씀도 없이 “자정까지 기다린 총장님 결정은 강의위촉불가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냉정한 문장을 저에게 보내셨습니다. 제가 폐강 속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극한 상황을 겪고 있는 오늘 교수님의 수제자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잔인한 순수”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노한 저를 오히려 이해 못하고 자기 입장 설명만 계속했습니다. 저는 교수님과 비슷한 패턴을 이 제자 속에서 발견하였고 학부 수업을 두 과목씩 맡게 된 그 제자 분의 멘탈리티가 앞으로 우리 학교 학생 교육에 미칠 영향을 깨달으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5년 이상 함께 일해 온 동료인 제가 인간으로서 겪기 어려운 수모와 고통을 겪고 있는 날 학교 권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실 뿐만 아니라 어떤 인간적 위로의 말씀도 없으셨던 분께서 밤에 제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앞부분에 격려의 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부탁할 상황은 아닙니다만 저만 미워하시고 다른 사람은 미워하지 마세요 그 분 교수님 무지하게 존경하는 사람인데”하는 말씀이 쓰여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제가 교수님과 그 제자에게 제기한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밉고 좋고 하는 인간적 감정 차원의 문제로 환원시키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잔인한 불감증의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면 존경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떨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교무처장이신 박교수님은 제4차 생명목회 생명선교 워크샵에 오신 외부강사들에게 인사차 참여하지도 않으셨고 하필이면 그날 본인이 지도하는 동아리(혹은 연구모임) 학생들을 이끌고 엠티를 가셨습니다. 교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은 인정하지만 동료교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간적 예의와 배려 그리고 공동체적이고 관계적인 감수성을 결여하신 모습은 신학교육적으로 참 위험하다고 느낍니다. 교수님을 사랑하고 추종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으로 볼 때 그 학생들에게 상당히 위험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총체적이고 보편적인 지평을 보지 못하고 친분관계를 가장 중요시 하는 생활문화는 교회와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해낼 수 있는 지도력을 키워낼 수 없습니다.
본래 인간미 넘치시는 박교수님께서 동료 교수들의 고충과 아픔에 대한 이토록 놀라운 불감증을 키우시게 된 데에는 학교의 불행한 상황 속에서 교수님께서 너무 오래 교무처장직을 맡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자신의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함께 일하는 교수 공동체를 위해서 교무처장직에서 물러나시고 몇 년 쉬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교수님의 음악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식견을 교수공동체와도 나누어 주시고 권력과 제도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관점과 삶의 자세에 대한 토론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신학적 실존이 법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의 삶보다 훨씬 깊고 높다고 생각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나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43년을 한 교회를 섬기고 은퇴하신 장로님, 권사님이신 저의 부모님들께서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해 오신 맏딸인 제가 교회 지도자들을 키워내는 신학교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듣고 큰 충격을 받으셔서 말씀을 다 드리지도 못합니다. 80년대 독재정권 시절로 퇴행한 것으로 느껴지는 요즈음 제 청춘시절에 즐겨 읽던 성구를 늘 마음에 떠올립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마 10:28). 사랑이 없는 정의는 폭력이고 정의가 없는 사랑은 감상이라고 합니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용납할 수 있는 겸손을 주시고, 그 둘 사이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사 하는 신학자 니버의 기도도 생각이 납니다. 쉽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09년 2월 23일
배현주 드림
첫댓글 배현주교수님 ! 우리 힘을 모아 모아 기도할께요. 김태완
배현주 교수님~~~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하지만 고린도후서 4장 8절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함께 기도해요. "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주님께서 일하실 거예요. / 전남 광주에서 조점화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