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경륜 아래서
창조와 신앙, 윤리에 대한 새로운 묵상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그것을 계속 새롭게 하시며, 마침내 그것을 완성하신다면, 이 세상은 희망이 있다. 그리고 모든 피조물도 희망이 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계속 변화될 수 있고 하나님의 경륜 가운데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나 자신도 계속 새롭게 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주님의 은혜와 자비, 그리고 섭리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는가! 모든 사람은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그렇게 하나님의 창조에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이 창조 신앙의 진수(眞髓, 본질적으로 중요한 부분)다.
창조신앙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는 사실 그 자체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모든 것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 신앙은 거기서 더 발전해야 한다. 즉, 하나님이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그것을 보존하시고 마침내 완성하신다는 신앙고백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WCC 10차 총회의 선교선언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선언이다:
1. We believe in the Triune God who is the creator, redeemer and sustainer of all life. God created the whole oikoumene in God’s image and constantly works in the world to affirm and safeguard life…
1. 우리는 모든 생명의 창조자, 구속자, 양육자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온 세상(oikoumene)을 당신의 형상 안에서 창조하셨고, 세상에서 계속 일하면서 생명을 유지시키신다…
이 선언문의 20번에서는 새 창조의 완성에 대해서도 전망한다:
20. … We do not believe that the earth is to be discarded and only souls saved; both the earth and our bodies have to be transformed through the Spirit’s grace. As the vision of Isaiah and John’s revelation testify, heaven and earth will be made new (Isaiah 11:1-9; 25:6-10; 66:22; Revelation 21:1-4).
20. … 우리는 피조물은 버림받고 오직 영혼만 구원을 받는다고 믿지 않는다. 피조세계와 우리의 몸은 둘 다 성령의 은혜로 변화될 것이 틀림없다. 이사야의 비전과 요한 계시록이 증언하는 것처럼 하늘과 땅은 새로워질 것이다(사 11:1-9; 25:6-10; 66:22; 계 21:1-4).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를 믿듯이, 우리와 모든 피조세계가 새롭게 되는 중이며, 장차 만물이 새롭게 될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현재의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면 크게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잊어버린 행동이며, 하나님이 앞으로 새롭게 하실 것을 기대하지 않는 오만함의 결과다. 현재의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자기가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으로 인하여 모든 갈등과 비극이 일어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무시, 조롱과 혐오, 비난과 경멸이 바로 이것이다. 예수께서 비판하지 말라(마 7:1~5)고 하신 말씀도 이런 취지일 것이다. 예수께서 많은 사람을 용서하신 까닭도 하나님의 이런 역사와 경륜 아래서 이루어진 것 아닐까? 하나님의 은혜 아래서 그는 장차 변화될 것이기에 그렇게 되라고 격려하는 것 아닐까? 그것이 용서의 본질이 아닐까?
하나님이 새롭게 하실 것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정말 고된 노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무한히 노력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시지프스(Sisyphus)의 비극적인 노동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신 것을 믿듯이, 그것을 지금도 회복하고 새롭게 하시며 돌보시며 장차 완전히 새롭게 하실 것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을 초청하여 하나님의 경륜에 동참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창조의 제육일에 지음 받은 아담과 하와에게 피조물을 관리하고 돌보는 임무가 주어졌듯이, 다시 혼돈과 공허로 어지럽게 된 세상을 새롭게 하는 일에 동참하라고 노아와 아브라함, 이스라엘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이 이르시기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Behold, I am making all things new! 계 21:5)라고 선언하시는 날, 우리는 그 새롭게 된 세상에 참여할 것이다.
창조신앙은 과거로 우리를 인도하여 우리 인류를 공통의 조상을 가진 한 혈통임을 깨닫게 하며, 미래로 우리를 인도하여 만물이 새롭게 창조될 것을 전망하게 한다. 그리고 그 동질감과 희망 어린 기대를 가지고 현실이라는 에덴동산을 돌보게 한다.
창조의 아침에 본 세상의 첫인상은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광명과 질서와 충만이 자리잡았다.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였다. 때때로 우리는 이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혼돈과 공허와 흑암을 발견한다. 그런 이유로 하나님의 창조는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역사에 동참하도록 지음 받은 아담처럼 우리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지음 받았다(엡 2:10).
창조와 회복과 보존과 완성의 위대한 경륜이 언제나 빛나는 은하수처럼 나의 상상의 밤하늘을 수놓아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현재를 감사와 격려, 화목과 연대로 살아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성경으로부터 울려나는 이 아름답고 우렁찬 복음이 나의 영혼의 성전에 메아리치며 그것을 받치는 이성과 감성의 기둥을 흔들어 영광의 구름으로 충만하게 하기를 오늘도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끝>.
참고.
WCC 10차 총회 선교선언문
https://cafe.daum.net/Wellspring/Sa44/95
해설판:
https://cafe.daum.net/Wellspring/Sa4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