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KJ438 원문보기 글쓴이: 그럴듯 해
04
새벽 4시에 일어난 엄마는 시장으로 나갔다
막상 시장에 나가니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냥 그렇게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장 안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경매가 끝난 물건들을 장사를 하기 위해 이리저리 운반되고 있었다
사람들에 치인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한 달이 넘게 시장에 나왔지만 또 다른 눈으로 보였다
엄마는 장사를 하기 전에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고 다녔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물건들을 어디에 놔야 하는지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준비가 되어야 했다
엄마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열심히 보고 다녔다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이동용 도구도 필요했다
엄마는 한숨이 나왔다
장사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는지 몰랐다
엄마는 사람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자리로 왔다
작은 공간이 비어있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그 자리에 무엇을 담아서 팔아야 할까...
엄마의 한숨은 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
엄마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장사 밑천도 되지 않았다
물건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 엄마는 돈이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수첩을 꺼내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살던 곳을 떠나온 지금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돈 얘기를 해야할지 ....
엄마는 버스를 타고 예전에 살던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마는 돈을 융통하려고 했다
이미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난 엄마에게 돈을 빌려주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동네 살 때는 그렇게 다들 웃는 얼굴이었는데....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오는 엄마를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서영 엄마"
"이게 누구야. 가연이 엄마 아냐"
"응 그런데 지금 어디가?"
"집에 가려고..."
"서영 엄마 섭섭하다"
"뭐가?"
"뭐야. 왜 우리 집엔 들리지도 않고 가려고 그러는거야.
섭섭하게 그러지 말고 잠시 우리집에 가자.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
"아니 다음에 마실게..."
"안돼. 지금 가서 마셔"
가연이 엄마는 엄마를 강제로 집으로 데리고 갔다
엄마는 가연이 엄마에게 이끌려 가연이 집으로 갔다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애써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가연이 엄마는 차를 내오더니 빙그레 웃었다
"서영 엄마 나한테 할 말 없어?"
"무슨 말?... 아 그동안 잘 지냈어?"
"서영 엄마도... 하하하"
말을 잇지 못하는 엄마 앞으로 가연이 엄마가 흰 봉투를 내밀었다
놀란 엄마가 가연이 엄마를 쳐다보자 그저 웃고만 있었다
"가연 엄마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오늘 자기가 이 동네 온 진짜 이유의 답이지"
"뭐?"
"장사하려고 한다면서 자리는 있어?"
"어떻게 알았어?"
"이 동네 여자들 입이 가만히들 있어. 슈퍼갔다 오면서 들었지"
"그랬구나"
"이거 얼마 안되지만 장사하는데 보태"
"가연아..."
"자기가 나 많이 도와 줬잖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얼마 안되니까 넣어둬"
엄마 손에 흰 봉투를 쥐어주는 가연 엄마의 행동에 엄마는 눈물이 났다
"왜 이래? 신랑 먼저 보내고 아이들하고 살려면 엄마가 강해야지"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내 손이 부끄럽다. 그만해. 저녁 먹고 갈래? 서영이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되잖아"
"아니야. 오늘은 그냥 갈래. 가서 장사 준비해야지..."
"그래 그럼 어서 가. 나중에 한번 놀러 갈게"
"가연 엄마 고마워..."
"고맙긴 너무 작아서 내가 더 미안하구만..."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가연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장사를 위해 필요한 목록들을 적었다
그리고 시장으로 나가 준비를 했다
누구에게 시킬 것 없이 엄마는 혼자 열심히 움직였다
장사를 할 수 있게 조금 만들어지자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다음날 새벽 엄마는 시장으로 향했다
경매가 끝난 물건들을 사야했다
조심스러웠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엄마는 고추로 품목을 정했다
고추를 많이 살수가 없었다
돈이 없어서 일단 작게 시작하기로 했다
초록이 짙은 고추가 계절의 흐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판에 고추들을 놓고 앉았다
엄마는 그냥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있어도 사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전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아니 그러고 있으면 누가 고추를 사나 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장사 경험 없죠?"
"네..."
"거기 종이 좀 줘봐요"
옆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엄마에게 종이를 달라고 하시더니
매직으로 가격들을 적어서 고추 앞에 놓았다
"이렇게 해 놔야 사람들이 가격을 알고 사지"
"그렇군요"
"처음엔 다 그래요. 나도 그랬으니까"
"고맙습니다"
"신랑은 뭐하는 사람인데 여자를 시장 바닥에 내 보냈담"
"먼저 갔어요....."
"아이고 미안해요. 난 그런줄도 모르고"
"괜찮아요. 알고 물어 본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어떻게 되요?"
"남매에요"
"아직 학생이겠네"
"네 고등학교 다니는 딸아이하고 중학교 다니는 아들이요"
"아직 한참 일해야 하는데 ... 애기 엄마가 고생이 많겠네"
옆에 앉아서 버섯을 파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장사가 시작되었다
물건이 작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가격을 물어 왔다
간혹 물건이 나쁘다며 트집을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 옆에 앉은 버섯 장사 여자가 뭐가 나쁘냐며 고추를 들어 보여줬다
누가 파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도움을 받아 하루 장사를 마감했다
겁나고 초초했던 하루가 갔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맥이 다 풀렸다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운을 차려야 했다
저녁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기다리니 수철이 먼저 들어 왔다
어리지만 아들의 모습을 보자 엄마는 마음이 든든했다
수철과 저녁을 먹고 엄마는 서영일 기다렸다
밤이 늦어서야 서영이 들어 왔다
이사를 해서 서영은 차를 두 번 타야 집으로 올수 있었다
늦은 귀가에 서영도 지쳐있었지만 엄마를 본 순간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변했다
두 번씩 버스를 타고 다니니 차비도 무시 못할 일이였다
곧 여름 방학이었다
서영은 여름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다
엄마가 알면 하지 못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서영은 엄마에게는 비밀이었다
새벽에 시장으로 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서영은 속으로 조금만 기달려 달라고 말했다
조금만 참아 달라고...
05
여름방학을 맞은 서영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간당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엄마의 힘을 덜어 주고 싶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오후 늦게 집으로 들어갔지만 서영은 힘들지 않았다
새벽부터 나가서 장사를 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아침에 나가서 청소를 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하루 종일 서 있다보니 다리가 많이 아팠다
그러나 서영은 그만 둘 수 없었다
자신의 용돈이 문제가 아니라 등록금이 문제였다
서영만이 등록금이 필요 한 건 아니었다
동생도 등록금을 내야 했지만 엄마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도 너무도 작은 돈이었지만 서영은 열심히 했다
작은 돈이지만 서영에게는 너무도 소중했으니까...
무더운 여름방학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내고 있었다
"서영아"
"승진아 어떻게 왔어?"
"어떻게 오기는 걸어서 왔지"
"나 끝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는데"
"그럼 잠시 기다리지 뭐. 콜라 한잔 "
돈을 내고 콜라를 받아든 승진이는 창가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일을 마치고 서영이 승진이 앞에 앉았다
"서영아 너 언제 쉬는 날이니?"
"그건 왜?"
"여름방학이라고 이게 뭐야. 넌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고 난 학교에서 공부나 해야 하고...
정말 너무 싫다. 우리 어디 하루만 놀러 갔다 오자"
"놀러는 무슨..."
"왜. 잠시 바람이나 쏘이고 오면 되는 거지. 가자. 응 서영아..."
"승진아 나 어디 갈 상황이 아닌걸 알면서 왜 그래"
"야 누가 멀리 가자고 했어. 가까운 인천 앞 바다라도 보고 오자는 거지"
"인천?"
"그래 인천은 가깝잖아. 그리고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오는데 뭐 어때. 가자 "
"한번 생각해 볼게"
"생각은 무슨 생각 너 언제 쉬는 날이냐니까?"
"이번 주는 목요일날이야"
"그럼 모레구나.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그러네"
"그럼 우리 그날 인천으로 놀러가자"
"누구랑 갈껀데?"
"그건 걱정하지마. 내가 애들은 모집해 뒀으니까"
"뭐야 이미 다 정해진 거야"
"당연하지. 그럼 내가 계획도 없이 가자고 하는 줄 알았어"
"하여간 승진이 너..."
오랜만에 서영은 환하게 웃었다
승진은 서영의 오랜 친구다
초등학교, 중학교, 지금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
벌써 10년이 넘는 친구였다
초등학교 입학을 했을 때 승진이와 서영인 짝꿍이였다
둘은 유난히 잘 어울려 다녔다
싸워도 금방 화해를 하고 다시 어울려 다녔다
서로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서영이가 갑자기 힘들어져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승진이가 가끔 서영일 위해 공연을 했다
어깨가 늘어져 있는 서영일 보면 승진인 서영을 위해 춤을 추었다
승진이의 춤을 보면서 서영은 즐거워했고 고마워했다
그들은 그렇게 작은 우정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었다
목요일 둘은 만나서 친구들이 기다리는 장소로 갔다
다섯 명의 여고생들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전철을 탔다
인천 역에 도착해서 월미도 행 버스를 탔다
월미도에 도착해서 그들은 영종도 행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선착장에 내려서 그들은 다시 버스를 탔다
도착한 곳은 을왕리 해수욕장이었다
서로 얼굴들을 바라보더니 바다를 향해 뛰었다
중간에 서서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다섯 명의 여고생들이 바다로 달리고 있었다
하루 그렇게 서영과 친구들은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다시 월미도로 돌아와 집으로 향했다
혼자만 즐기고 온 것 같아 서영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오랜만에 서영은 친구들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즐겁게 웃으며 보냈다
승진이 아니었다면 그냥 집에서 책이나 보고 있었을 하루였다
서영은 오늘 하루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엄마가 시장을 나가시고 동생과 함께 아침을 먹고 서영은 나갔다
서영이 나가고 수철은 혼자 집에 있었다
엄마도 누나도 바쁘다
자신만이 너무나 한가한 것 같아서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돈이 없다
누나가 나가기 전에 돈이나 달라고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 방학이라고 어디 가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답답하다
수철인 주머니를 뒤져보니 차비정도는 들어 있었다
수철인 버스를 타고 예전에 살던 동네로 갔다
친구들을 만나고싶어서 ...
친구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놀고 있는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수철인 그냥 무심히 문을 열었다
"너 왜 수철이 안 보내?"
"왜 그래 엄마?"
"빨리 보내란 말야. 아버지 죽고 망한 집 아이랑 왜 어울려?"
"엄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수철인 내 친구야"
"친구 좋아하네. 얼마 전에 수철이 엄마가 이 동네 돈 빌리러 왔다 갔어.
정신 차려 친구는 무슨 친구 어서 보내"
"너무 한다. 엄마 예전에 수철이 엄마가 우리한테 얼마나 잘 했는데 ...."
"잘 하긴 뭘 잘해"
"엄마 이러면 벌받아. 그러지 말고 돈이나 줘"
"돈은 뭐하게?"
"수철이랑 나가서 영화나 보게"
"영화는 무슨 영화. 어서 보내라니까"
"엄마 정말 이럴 꺼야. 수철인 내 둘도 없는 친구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보내"
엄마와 한참을 말다툼하던 병준이가 들어왔다
모든 것을 들은 수철인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병준아 나 그만 가야겠다"
"왜 벌써 가 이따가 저녁 먹고 가"
"아니야 오래 놀았어"
"야 그러지말고 있다가 가라. 우리 아버지도 보고..."
"아니야. 가서 방학 숙제도 해야지. 넌 숙제 많이 했냐?"
"하긴 뭘 해. 이제 해야지"
"그럼 너도 어서 숙제해라 "
수철인 저녁 먹고 가라는 병준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수철인 버스 안에서 눈물이 자꾸 나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돈이 없다는 게 뭔지 단 한번도 모르고 지냈다
등록금을 내지 못했어도 수철인 당당했다
엄마가 장사해서 돈이 생기면 내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오늘 병준이네 집에서 있었던 일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
돈이 없으면 친구도 못 만나는 것인지 ....
병준이 엄마의 말들이 자꾸 머리에서 맴돌았다
집에 돌아온 수철인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엄마가 장사를 일찍 마치고 들어와 수철이를 보고 무슨 일이냐구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녁도 먹지 않고 수철은 잠을 청했다
엄마는 피곤해서 더 이상 아들이 무슨 일로 그러는지 묻지 않았다
지쳐 잠든 엄마의 얼굴을 어둠 속에서 수철이 보고 있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
엄마 얼굴에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06
무언가 얼굴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 엄마는 잠에서 깨었다
수철이 울고 있는 걸 본 엄마는 당황스러웠다
어둠 속에서 수철은 엄마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영문도 모르면서 엄마는 수철을 품에 안았다
"수철아 왜 그래?"
엄마의 물음에 수철인 대답도 없이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수철이의 울음소리에 서영이 잠에서 깨었다
엄마 품에 안겨 우는 수철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수철아...무슨 일 있었구나. 엄마한테 말해봐"
"엄마...
"무슨 일인데 그러는거야?"
"누나..."
쏟아지는 눈물을 닦으며 수철인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어느새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서영은 말없이 방을 나가 물을 가지고 들어왔다
두 사람 앞에 물을 내밀었다
"엄마도 수철이도 그만해"
서영은 냉정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울긴 왜 울어. 사람들이 우리 떠날 때 못 봤어?
다들 우릴 뒤에서 수근거리는거 말야. 엄마도 수철이 너도 그만하고 그만 자"
"누나?"
"남자가 뭐 그런 일로 울어.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래도...."
"수철아 그 친구는 불쌍한 거야. 그런 엄마 밑에서 자라니까. 그러니 잊어버려.
그리고 엄마도 그만 주무세요. 일찍 또 나가야 하는데 지금 뭐하는 거야"
서영의 말에 엄마도 수철이도 잠자리에 들었다
서영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수철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자는 엄마의 얼굴에 눈물을 흘렸을지 그 마음에 서영은 가슴이 아팠다
자신도 지금 힘들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수철이의 일을 생각하면서 새벽을 맞이했다
새벽에 엄마가 나가시고 서영은 수철이와 마주 앉았다
"수철아 어제 많이 힘들었지?"
"......."
"누나한테 서운하니?"
"응"
"다음에 그런 일이 또 있으면 누나한테 먼저 얘기해"
"왜?"
"그런 얘기 들으면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 생각은 안 하니?"
".........."
"누나도 알아. 지금 네가 얼마나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누나"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자. 이따가 누나한테 와"
"왜?"
"누나가 수철이 좋아하는 햄버거 사줄게"
"정말?"
"그럼 이따 오후에 나와. 누나 그만 나가야겠다"
"누나 그럼 나 이따가 간다"
"그래 "
수철을 두고 나오는 서영의 마음은 아팠다
어제의 일이 마음에 있을텐데 그래도 표현하지 않는 동생의 모습이 의젖해보였다
오후에 수철이 서영이와 마주 앉아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일이 끝난 서영은 수철이를 데리고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갔다
손에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김치 만두를 들고서 남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장 안으로 들어서다가 발을 멈추고 있었다
멀리서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무슨 일인지 어떤 사람 앞에서 계속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무언지 몰라도 엄마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엄마의 모습에 수철이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서영은 수철이 팔을 잡았다
"그만 가자"
"무슨 소리야. 엄마가 저 사람한테 왜 그러는지 알아봐야 하잖아"
"아니야. 그냥 가자"
"누나?"
"엄마가 우릴 보시면 더 당황스러우실꺼야. 그냥 가자"
"싫어"
"수철아 엄마도 우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을 꺼야.
지금 저런 모습 말야. 못 본 걸로 하고 어서 집에 가자"
"왜 모두 누나 말이 옳다고 생각해"
"뭐?"
"엄마가 왜 그러는지 알아야 할 것 아냐?"
"알면 어떻게 할건데. 네게 무슨 힘이 있어서 그들을 대항 할 꺼야. 할 수나 있어?"
말을 잇지 못하는 수철일 데리고 시장을 빠져 나왔다
오늘 하루도 엄마에게는 고단한 하루와 치욕적인 날로 기억이 되겠지
서영의 머리 속엔 그 사람의 모습보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머리를 숙이는 엄마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투덜거리는 동생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수철아"
"..........."
"너 오늘 우리가 시장에 갔던거 엄마한테 얘기하지마"
"왜?"
"엄마가 아시면 속상하실 꺼야"
"싫어. 엄마한테 얘기 할 꺼야. 누나는 왜 그렇게 간섭을 하는 거야.
아까도 엄마한테 가서 알아 봐야지 왜 그냥 오는데?"
"너라면 자식한테 그런 모습 보이고 싶겠어? 왜 그렇게 생각이 없어.
우리가 엄마 앞에 나가면 엄마가 얼마나 난처하실지는 생각 못 하는 거야"
화가 난 서영은 수철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서영의 행동에 수철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았으면 놀지만 말고 공부해"
"알았어. 하면 되잖아. 왜 소리는 질러"
"너 어디가?"
"화장실가 왜?"
"얼른 갔다와서 공부해"
서영의 시퍼런 목소리에 수철이 아무 말도 못하고 나갔다
집안에 화장실이 없었기에 수철인 공동 화장실에 갔다
서영이 이곳으로 들어 왔을 때 도저히 살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수도도 없어서 밖에 있는 공동 수도에 호스를 연결에 물을 받아서 써야 했다
아무리 더워도 시원하게 샤워는 꿈도 꾸지 못했다
세대가 많으니 물을 받아쓰는 사람이 많아서 겨우 쓸 물만 받아서 썼다
남들이 다 잠든 시간에나 물을 받아서 씻을 수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했던 지난 집을 생각하면 이곳은 정말 답답했다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은 상황이 더했다
아침이면 사람들이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서 폴짝폴짝 뛰기 일쑤였다
날이 더우니 화장실에서 풍겨져 나오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기저기 풀이 무성하고 거미가 집을 만들어서 화장실 안은 거미줄이 무성했다
그것 만이라면 걷어내면 되지만 안에서 우글거리는 구더기는 역겹기까지 했다
처음에 서영의 가족은 이 화장실에 적응이 안되어서 아침이면 지옥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환경에 맞게 살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런 환경에 적응이 되어갔다
공동 수도에서는 서로 물을 받으려고 가끔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날이 덥다보니 싸움은 더 자주 일어났다
오늘도 서영인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물통에 물을 받았다
엄마가 돌아오시면 시원하게 씻을 수 있게 물을 받았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수철은 누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책을 집어 들었다
여름 방학이라고 놀기만 하다 다시 공부를 하려니 몸이 쑤셨다
놀려고 하면 누나가 지키고 있고 수철은 책장만 넘기고 있었다
서영은 그런 수철이에게 시원한 물을 한잔 가져다 주었다
"수철아 많이 덥지? 절대 오늘 일은 입밖에 내면 안된다. 알았지?"
"알았어. 내가 뭐 어린애야...."
"그래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시장에서 본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서영은 저녁 준비를 했다
집으로 들어 서는 엄마는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엄마의 모습에 서영은 가슴이 아팠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