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나명상과 관련된 스토리 / 일중 스님
붓다, 까시나명상 수행하고 가르쳐
초기경전, 까시나명상 언급 없어
붓다가 실적용한 사례 찾아보니
불 까시나로 깟사빠 형제 교화
색깔 까시나로 비구 가르치기도
언젠가부터 까시나명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그동안 위빠사나 명상에 중심을 두고 살았기에
까시나명상을 익힐 수 있는 기회와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
그저 ‘개인적으로라도 한 번 시도해봐야지’ 하고
마음 안에 담아두고 있을 뿐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황색이나 청색 까시나를 가지고 말이다.
지난번에 얘기했듯이 초기경전에는 까시나명상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색계 초선정에서부터 이선정, 삼선정, 사선정을 성취했다는
문맥은 많이 그리고 자주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종종 궁금증을 느껴왔다.
수행자가 성취했다는 사선정이 과연 호흡명상을 통해서인지,
아니면 까시나명상을 통해서인지 명확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은 호흡명상을 통해서라고 추정해보지만,
때론 까시나명상을 통해서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붓다 자신이 까시나 선정에 들었다거나
제자들에게 가르쳤다는 구체적인 사례들은 없을까 궁금했다.
그러다가 미얀마 밍군 사야도의 책, 마하붓다윈(대불전경)에 기반한
일창 스님 책 ‘부처님을 만나다’에서 두 가지 사례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까시나명상과 관련된 스토리 두 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붓다는 다섯 비구를 교화했고,
이어서 야사 청년과 그의 부모님들이 붓다께 귀의를 했으며
54명의 친구들도 야사를 따라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리고 깟사빠 삼형제와 제자 1000여명도 붓다의 문하로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에서 붓다는 ‘불 까시나(火遍, Tejo-kasina) 선정’에
들어 신통력을 썼다는 내용이 나온다.
붓다가 우루벨라를 방문했을 때 제일 큰 형인
우루웰라 깟사빠의 수행처를 방문하여 하룻밤을 묵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깟사빠는 잘 곳이 없다며 거절했다.
붓다가 주변을 둘러보다 불을 모시는 사당에서라도
묵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사당에는 무서운 독룡이 살고 있어서
당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붓다의 요청에 깟사빠는 하룻밤 묵는 것을 허락했다.
그래서 붓다는 사당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러자 화가 난 독룡이 무섭게 화염을 내뿜었다.
그때 붓다는 불 까시나를 대상으로 선정에 드신 후
더욱 강력한 화염을 내뿜어 독룡을 제압하셨다고 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 스토리에서 우리는
붓다가 불 까시나 선정에 능숙하다는 것,
그리고 불 까시나 선정을 기반으로 신통력을 써서 독룡을 제압했으며
더불어 깟사빠 삼형제도 교화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는 색깔 까시나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한 금세공사의 아들이 출가하여 사리뿟따 존자의 제자가 되었다.
사리뿟따 존자는 그 신참 비구에게 부정관(不淨觀) 수행주제를
가르치고 수행하도록 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록 마음의 안정은 커녕 수행의 진전과
향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리뿟따 존자는 그 제자를 데리고
붓다를 찾아가 왜 수행의 진척이 없는 것인지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붓다는 신참 비구의 근기와 성향, 전생사를 살펴보고는
부정관 명상이 그에게 맞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 비구는 지난 500생 동안 금 세공사로서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아왔기 때문에 부정관 명상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비구에게 딱 맞는 명상주제는 바로 이것이다”라면서
붉은 황금색을 띤 싱싱한 연꽃을 신통으로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그 꽃을 모래에 꽂아 놓고 ‘붉구나, 붉구나’라고 하면서
붉은 연꽃에 마음을 집중하라고 일러주셨다.
그 붉은 연꽃을 대상으로 집중한 그 비구는 마음이 금방 고요해졌으며
집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삼매에 들었다.
그렇다. 붓다가 신통으로 만들어 주신 황금빛 붉은 연꽃은
일종의 ‘색깔 까시나’이다. 그것을 땅에 꽂아두고
마음집중의 대상으로 삼아 삼매를 얻었다는 점에서
까시나명상 방법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2022년 10월 26일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