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의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3층집, 푸른 초원이 보이는 전망 좋은 거실에서 성경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도란 도란 속삭이는 나눔 소리가 들리고 간간히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지난 3월 11일 우연히 주님의 초대를 받아 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의 한 가정집의 성경 모임 풍경이다.
2주에 한번, 화요일에 회원의 가정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열리는 이 성경 모임은 복음 나누기 7단계 방법을 사용하며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된다. 이 날은 총 12명의 인원 중 9명이 참석하였다.
성경 말씀을 통해 묵상한 각자의 진솔한 나눔에 “잘 들었습니다.”라고 응답하는 그들. 줄곧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된 성경 모임에서 그들은 함께 있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였다. 특히 서로 간의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주일 미사를 제외하고는 만날 기회가 없는 환경이기에 더욱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하였다.
특히 이번에는 부활대축일을 맞이해 ‘고해 성사’가 화두가 되었다. "어느 순간에 죽을지 모르는 특수한 남아공 사회의 상황”과 주일 미사를 자주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인지 그들은 유난히 '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속 시원하게 고해 성사를 했으면 좋겠다", "고해성사를 해도 죄를 용서받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고민했다.
성경 모임을 안내한 고현주(아그네스)씨는 10년째 남아공에 거주하고 있는데, 공동 고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 말은 들었는데 어쩔 수가 없다”며 “신자수가 적고 선교지가 아닌 이곳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위해, 혹은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오실만한 신부님이 계시길 바라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모두 미사와 성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개인의 어려움과 소망을 자유기도로 하느님께 정성껏 봉헌한 그들은 한국에서 기자가 가져간 ‘자비를 구하는 기도문'으로 마침기도를 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성경모임 후에는 맛있는 비빔밥으로 정겨운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성당의 여러 가지 일들을 의논하기도 하고 머나먼 타국 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며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의 소공동체 모임과 흡사한 이 성경 모임은 10여 년 전 누군가에 의해 씨가 뿌려졌고, 이름 모를 봉사자들에 의해 싹이 트였고 그 뿌리가 깊숙이 내려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 날 요하네스버그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여우비가 유난히 변덕스럽게 내렸다. 그렇지만 타국 땅에서 “한국의 천주교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그들의 중심에는 “변함없이 성실하고”, “한결 같이 지켜주시는”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께서 함께 계셨다.
서전복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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