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내일이 벌써 개학입니다. 2014년 청마 해가 시작하는 때에 맑은샘은 두 번의 이사를 했네요. 1월 짐을 빼서 2월에 배치하는 시설의
날에 온 식구들이 쏟은 땀과 정성은 고스란히 아이들 삶을 가꾸는 힘임을 알기에 고마울 뿐입니다. 가평 들살이와 모두모임도 생각납니다. 비인가
대안학교가 겪는 어려운 재정 이야기를 서로 슬기를 모아 헤쳐나가려는 토론과 서로 힘을 내려는 기운이 있어 2014년 한 해 살아낼 힘을
얻었지요.
2월부터 갈현동 한때 터전(임시터전)으로 출근해 줄곧 살다보니 잠깐이지만 예상되는 불편함과 낮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 비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교육환경에서
살아갈 잠깐의 시간이 미리 떠올라서 챙길 게 많기도 하지만 나중에 들어갈 더 좋은 공간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엊그제 시설의 날에 부모님들이 땀을 흘리신 덕에 교실의 형태가
갖춰지고 선생들이 챙겨야 될 게 하나 둘 확인되고 있어서 개학 준비가 하나 둘 되어갑니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곳도 내일 아이들이 오면 한바탕
떠들석하겠지요. 어느 곳이나 아이들이 있는 곳은 활기가 넘치고 둘레를 사람사는 동네로 바꿔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양지마을도, 안골도 모두
그러했듯 갈현동도 그럴 것입니다.
개학을 앞둔 날 선생들은 글모음 연수를 마치고 개학 준비를 하나씩 합니다. 내일 새참도 미리 사놓고 15일 졸업잔치에 필요한 물품도 챙깁니다. 무엇보다 시설 점검을
줄곧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곳이다보니 쉬운게 없습니다. 건물 주인이 화장실은 모두 고쳤고, 2층 보일러도 돌아가게 손봤습니다. 그런데
1층 식당 교실에 물이 아직 나오지 않아 가스 넣고 보일러 돌리는 것이 남아있긴 합니다. 건물로 들어오는 곳은 깔끔하게 치워지지는 않았네요.
선생들이 교실마다 정리를 하니 내일 아이들을 맞을 준비는 얼추 된 것 같은데 물 문제 때문에 설치하지 못한 정수기가 보입니다. 2월달은 살면서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도록 챙길 게 많네요.
개학 전까지 입학 상담과 교사회 출근을 과천시의회 북카페로도 하고 최명희 선생집에서도 일을 했더랬지요. 이제 임시터전이지만 우리 학교가
이곳입니다. 부지런히 쓸고 닦고 아이들과 할 게 많습니다. 그런데 2월에는 여러 사정으로 전학을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종민이와 동엽이는 벌써
멀리 이사를 갔어요. 그런데 헤어지는 때마다 하던 잘가잔치를 크게 벌이기에는 남아있는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서 알맞게 해야지 싶습니다.
헤어짐이 아쉽지만 어느 곳에서든 서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늘 가득한 잘가잔치이지만 소박하게 뜻있는 자리로 방향를 잡습니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는 사람이 채우는 법이지요. 신입생들 기운을 벌써부터 기다립니다. 다음 주에는 편입학을 위해 학교 생활을 겪어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족한 한때 터전(임시터전)이지만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가꿔야겠어요.
졸업잔치 때는 졸업생부모님들도 오신다지요. 졸업생들도 온다고 하고요. 사람이 참 많이 그리운 때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지요. 졸업하는
아이들을 보내는 아쉬움도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기쁨에 묻힐 것이기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2월부터 대표교사 일을 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들려오는 고마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모두 학교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인 줄 잘 알기에
고맙고 행복했지요. 예전 대표교사 노릇을 할 때와 다른 것도 많아 보입니다. 익숙해서 그런지 많은 회의와 일처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교육의 세 주체들이 늘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가꾸는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자꾸 들여다봅니다. 익숙함에 갖혀서도 안되고 편안함에 길들여져서도 안되겠지요. 부모님들이 애써 만든 훌륭한 교육 공간을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채울 내용과 힘을 쌓기 위해 나부터 무엇을 할까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삶이 첫 째이겠지요.
선생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살아나기에 내일 개학날을 참 기다리면서 맑은샘 식구들이 살아갈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떠올립니다.
첫댓글 이제 자주 선생님 글 읽으면서 정신수양(?)을 해야겠네요
종민이네도 이사를 하고 아직까지 정리중입니다. 졸업잔치때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