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박 완 서
“참 혼자된 마나님이 안 보이네. 슬픔에 겨워서 기함이라도 했남?”
“기함은, 그 마나님이 그래 봬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던데 제 살 궁리하기에 바쁘겠지 뭐.”
“쯧쯧 삼우제나 치르고 제 살 꿍꿍이속 차려도 늦지는 않으련만 누가 당장 내칠 것 아니고…….”
“뉘 아니래. 삼우까지도 안 바라고 내일 장례 때까지만이라도 의젓하게 마나님 노릇 해주면 이 집 체면이 서련만…….”
“아 보통 사람 수준은 돼야 그런 사람 노릇을 바라지. 내 보기엔 처음부터 그럴 위인이 못 되더구먼. 진태 엄마가 암만 약은 척해도 헛약았다니까 그냥 잠깐 눈에 뭐가 씌었던지. 그 거렁뱅이 할멈을 어쩌자고 집에다 끌어들여가지고…….”
“거렁뱅이는 아니었대요. 성남 모란시장 근방에서 광주리장수를 했다던데…….”
“성남이 아니라 잠실 굴다리 밑에서 채소장사를 했다니까…….”
“아냐 잠실은 맞는데 굴다리 밑이 아니라, 새마을시장에서 고무줄이랑 덧버선이랑 그런 걸 조금씩 보자기에 싸갖고 다니면서 팔다가 진태 엄마 눈에 띄었나보던데…….”
“암튼 그 마나님이 집에 들어올 땐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거렁뱅이나 다름없었다구. 봉두난발에 땟국에 전 등거리에선 쉰내, 썩은 내가 코를 찌르구, 손톱 발톱, 갈라진 발뒤꿈치에 낀 새까만 때만 긁어모아도 아마 연탄 한 뎅이는 실컷 만들고도 남을 만했으니까.”
“설마?”
여자들이 깔깔댔다. 영감님이 숨을 거두자 일 거든답시고 겪음내기로 드나드는 이 집 맏며느리인 진태 엄마의 동창 계 친구 꽃꽂이 친구 동네 친구들은 말이 많고 웃기들을 잘했다. 어젠 그래도 말소리들이 나직나직하고 웃음소리도 조심스럽더니 오늘은 벌써 상가라는 걸 깜박깜박 잊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도 되는 거니?”
“어떠니? 호상인데.”
“진태 엄마도 그새를 못 참고.”
“뭘 말야?”
“마나님 끌어들인 지 삼 년도 채 안 됐잖아. 그 동안만 어떡하든지 혼자서 시아버지 시중들었더라면 지금 얼마나 개운할 거냐 말야. 그야말로 호상이구.” “남의 일이니까 삼 년이 잠깐이지 중풍 들린 홀시아버지 시중 삼 년이 수월해? 그리고 제아무리 효자 효부도 악처만 못하단 소리도 못 들었어? 마나님 얻어드린 게 진태 엄마로선 큰 효도한 거지.”
“하긴 진태 엄마만한 효부도 드물 거야. 어젠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그리고 여직껏 곡기를 끊고 저렇게 누워 있으니. 딸들이 셋이나 있으면 뭘 해. 모다 입 꼭 다물고울음을 삼키고 있는 시늉들을 하더구만. 그 말똥말똥헌 눈 보면 몰라? 딸도 소용없고 아들도 소용없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모신 며느리가 제일이라니까.”
“참 진태 엄마 우유라도 좀 뎁혀다 먹여야지. 효부도 좋지만 여직껏 곡기를 끊고 저렇게 기진해 있으니.”
“그래 말야. 국하고 우유하고 가지고 들여다보자. 동서고금을 털어도 시아버지 따라 죽는 효부는 없다던데, 맹추 같으니라구.”
여자들이 우르르 진태 엄마가 몸져누워 있는 안방으로 몰려가자 부엌이 비었다. 부엌에 딸린 작은 골방에서 꼼짝도 못 하고 웅숭그리고 있던 성남댁 할머니가 문을 빠끔히 열고 부엌 눈치를 살폈다.
“저 여편네들은 다녀도 꼭 작당을 해서 다닌다니까.” 성남댁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뭔 일을 나누어 할 줄도, 찾아서 할 줄도 모르고 그저 한데 어울려서 손보다 입으로 더 많이 법석들을 떨던 여자들이 일제히 사라진 부엌은 난장판이었다.
가스레인지는 넷이나 되는 구멍마다 푸른 불을 넘실대며 뭔가를 맹렬히 끓이고 있었고, 부엌 바닥엔 다듬다 만 파단과 긁다 만 무 토막이 슬리퍼짝과 함께 나동그라져 있었고, 부엌문을 가로 막은 큰 교자상은 보다 만 상인지 물려온 상인지 분간을 못 하게 어수선했다.
성남댁은 어제 받은 수모를 생각하면 못 본 척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살금살금 나와서 국이 끓어 넘치는 쪽 가스불을 알맞게 줄이고, 물이 다 졸은 제육은 젓갈로 찔러보니 다 익은 것 같아 불을 꼈다. 동태찌개는 잘 끓고 있었다. 간을 보니 슴슴했지만 시원했다. 간을 보느라 입맛을 다시기가 잘못이었다. 느닷없이 아귀같이 맹렬한 식욕이 치밀었다. 뱃속에서 창자가 용틀임을 하면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려는 것 같았다. 어제 새벽 영감님 임종 후 성남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요기가 될 만한 걸 먹어보질 못했다. 며느리가 곡기를 끊고 애통해하는데 명색이 마누라가 무얼 꾸역꾸역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진태 엄마가 애통 끝에 몸져누운 방엔 우유네 잣죽이네 요구르트네 박카스네 인삼차네 안 들어가는 게 없었지만 성남댁의 허기에 대해선 아무도 헤아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부엌에 나오지도 못하게 했지만, 끼니때 부르지도 않았고 누구 하나 밥상을 차려 들여보내주지도 않았다.
부엌엔 맨 먹을 것 천지였다. 설거지를 기다리는 교자상 위의 음식찌끼만 해도 제육, 전유어, 나물, 찌개국물, 국에 말아 남긴 밥 등 주린 배엔 다 진순성찬이었다. 깨끗한 척하기 좋아하는 여편네들이 그런 것들을 휘뚜루 쓰레기통에 처넣을 생각을 하면 성남댁은 가슴이 아렸다. 후딱 제육을 김치에 싸서 꿀떡 삼키려다가 체면이란 말이 생각나면서 반사적으로 손이 오므라들었다. 성남댁이 영감님 시중을 들고 나서 삼 년 동안 진태 엄마한테 가장 자주 들은 잔소리가 바로 “저희 집 체면을 생각해주셔야죠.” 였던 것이다.
성남댁은 허리띠를 질끈 동여맨 몽당치마를 입어야만 몸이 편했고, 엄동설한 아니면 버선이고 양말이고 갑갑해서 못 신었고, 우거지찌개하고 신 김치만 있으면 밥이 마냥 꿀맛 같은 대식가였고, 목에 왕방울을 단 것처럼 목소리가 컸고, 머리에 무거운 임을 이고 다니던 버릇으로 걸을 땐 엉덩이를 몹시 흔들었고, 골목을 드나드는 리어카나 광주리장수가 외치는 소리만 나면 겅정겅정 뛰어나가 사지로 않을 물건을 살 듯이 만수받이하고 싶어 했고, 말끝마다 걸찍한 욕지거리를 덧붙이지 않으면 맨밥 먹은 것처럼 속이 메슥메슥해하는 고약한 버릇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성남댁이 지금처럼 안존한 보통 마나님으로 닦달질이 된 것은 진태 엄마의 자기네 체면에 대한 줄기차고 차디찬 경고 때문이기도 했지만 성남댁 자신이 주리 참듯 참은 결과이기도 했다. 성남댁은 자신의 참을성이 흔들리려 할 적마다 열세 평짜리 아파트를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었다. 가르친 게 없어서 막벌이 밖에 할 게 없는 아들이 일생을 벌어도 살까 말까 한 아파트를 단 몇 년 동안의 참을성만 가지고 얻어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신바람이 나서 절로 엉덩이가 휘둘러졌다. 그러나 아들 며느리에 손자까지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성남댁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팔자가 이렇게 바뀔 줄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건만, 아들 가진 늙은이가 너무 고생하는 건 아들 욕 먹이는 일밖에 더 되나 싶어 혼자 사는 박복한 늙은이로 행세해왔었다. 진태 엄마 역시 체면에 관계되는 상스러운 거동에 대해선 매우 까다
롭게 굴었지만 과거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성남댁같이 막돼먹은 여자의 과거에 대해선 본능적인 혐오감마저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자기네 체면을 생각해달라고 애걸할 때마다 매번 덧붙이는 말을 들어도 알 만했다.
“성남댁 할머니, 제발 그 광주리 이고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길 때 티 좀 작작 낼 수 없어요? 창피하지도 않아요? 난 아무한테도 할머니가 그런 출신이란 걸 얘기 안 했단 말예요. 아이들한테도, 우리 애 아빠한테까지도 숨긴 할머니 본색을 그렇게 아무 때나 드러낼 때마다 난 아찔아질하다니까요. 할머니만 그 티를 안 내면 감쪽같이 점잖은 집 안방마님 노릇 할수 있다는 걸 왜 몰라요.”
그런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건만 진태 엄마 친구들은 벌써 어제부터 수군수군 속닥속닥 좀을 집듯이 성남댁 과거를 들추어내더니 오늘은 숫제 성남댁도 들으라는 듯이 서로 목청을 돋우어 그 소문을 풍기고 있었다. 그 얌전하고 새침한 진태 엄마가 시아버지 숨 끊어지기가 무섭게 그 소문부터 냈단 말인가? 진작부터 다 풍겨놓고 성남댁한테만 간특을 떨었단 말인가? 성남댁의 아둔한 소견으론 도무지 종잡을 재간이 없었다. 실상 성남댁은 자신의 본색이 드러난 게 그닥 무안하거나 억울한 건 아니었다. 비록 광주리를 이고 온종일 쫓겨다닌 적이 편히 퍼더버리고 앉아 장사를 한 적보다 더 많은 고달픈 신세였지만 뭘 잘못해서 쫓겨다닌 건 아니란 생각 하나는 제법 확고했다. 그래서 이 다음에 저승에 가서 벌을 받아도 행상들을 못살게 구는 데 이골이 난 시장 경비들이 받을 것이지 쫓겨다닌 행상이 받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진태 엄마가 쉬쉬 숨기려 드는 것만큼 성남댁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희들끼리 실컷 찧고 까불라구.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카지만 난 잘못한 거 하나 없으니까.”
이런 배짱이기 때문에 진태 엄마 친구들이 그녀의 근본을 드러내서 웃음거리로 삼는 걸 탓할 마음은 없었다. 모란시장이나 굴다리 밑, 새마을시장에서 장사한 게 그렇게 신기한 거라면 내 모가지가 마늘 열 접을 이고도 끄떡없었다는 걸 알면 저 여편네들이 아마 다 진태 엄마 곁에 나란히 기함을 해 자빠질걸. 이런 익살스러운 마음까지 동했다.
성남댁이 이렇게 진태 엄마 친구들한테 너그러울 수 있는 건 진태 엄마에 대해 새롭게 품게 된 석연치 않은 마음 때문인지도 몰랐다. 성남댁이 부탁한 것도 아닌데 말끝마다 본색을 숨겨주는 걸 그렇게 생색을 내고 나서 제가 먼저 풍긴 것도 성남댁으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요망한 짓거리였지만 그녀의 표변한 태도는 더욱 괘씸했다.
어제 새벽 영감님이 운명하시자 며느리의 애통은 거의 난동에 가까웠다. 상주는 물론 진태 진숙이까지 그녀의 애통을 달래고 돌보느라 정작 시체는 본 체 만 체였다. 정말 숨이 끊어졌나를 확인하고 팔다리를 곧게 뻗게 해서 손은 배 위에 모아놓고, 발도 모아놓고, 목을 바르게 하고 홑이불을 덮어주는 일을 성남댁 혼자서 정성스럽게 했다. 그리고 장 속에서 망인이 평소에 입던 저고리를 꺼내놓으면서 초혼(招魂)을 부를 때 쓰라고 일렀다. 그건 성남댁이 알고 있는 장례 절차였고 그 이상은 잘 알지도 못했지만 진태 엄마가 애곡을 그치고 차차 알아서 할 일이지 자기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분수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영감님 시중에 전적으로 매달려 있다가 갑자기 놓여나니까 허전하기도 심심하기도 해서 뒤늦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성남댁은 소리 죽여 흐느끼면서 할 일을 찾는다는 게 사잣밥을 짓는 일이었다. 성남댁이 막 쌀을 씻어 안치고 가스불을 당기는데 애곡을 그친 진태 엄마가 뿌르르 부엌으로 나왔다. 진태 엄마는 애통한 사람답지 않게 살기등등해서 묻는 것이었다.
“아니, 거기서 뭘 하는 거예요?”
“사잣밥을 지으려고…… 참, 기별할 데는 빨리빨리 기별을 해요. 부엌 걱정은 말고. 초혼은 시신을 안 본 사람이 부른다지 아마. 요샌 장의사 사람이 그것도 불러주겠지 뭐.”
“성남댁, 빨리 들어가 있지 못해요! 여기가 어디라고 성남댁이 감히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거예요?”
진태 엄마가 표독하게 말하면서 성남댁을 노려보았다. 성남댁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영감님이 살아 계실 때는 그래도 꼬박꼬박 ‘성남댁 할머니’라고 불렀었다. ‘성남댁 할머니’ 는 진태 엄마뿐 아니라 진태 아빠, 진태, 진숙이 등 이 집 식구는 물론 고모들, 파출부나 드나드는 손님에게까지 휘뚜루 통용되는 성남댁의 호칭이었다. 실은 그 호칭도 성남댁에게 그렇게 흡족한 건 아니었다. 우선 약속이 틀렸다.
진태 엄마가 성남댁을 맞아들일 때는 단순한 시아버지의 시중꾼으로서가 아니라 계모(繼母)로서였다. 깍듯이 시어머니로 모시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아직도 시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 열세 평짜리 아파트를 주겠다는 조건을 무수히 되풀이했었다. 그 열세 평짜리 아파트에서 영감님하고 단둘이 살 때는 그래도 행복했었다. 영감님은 중풍으로 한쪽이 불편했지만 부축만 해주면 곧잘 걸었고, 식성도 좋았고 마음씨도 너그러웠다. 돈 아껴 쓰라는 잔소리가 처음엔 좀 듣기 싫었지만 다달이 며느리가 갖다주는 빠듯한 생활비에서 얼마간이라도 남겨서 성남댁에게 주고 싶어서 그런다는 걸 곧 알게 됐다. 이 년 남짓 그렇게 살다가 다시 한번 중풍이 도진 영감님은 몸져누워서 의식이 오락가락했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그렇게 되자 진태 엄마는 자식 된 도리를 내세워 합치자고 했고 성남댁은 알뜰히 정들인 열세 평 짜리 아파트를 내놓고 영감님을 따라 진태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따로 살 때도 어머님 소리를 들어본 것 같진 않았지만, 합치고 나서 휘뚜루 부르는 ‘성남댁 할머니’ 도 처음에만 좀 섭섭하다가 곧 예사로워졌다. 가끔 ‘댁’ 은 뻬고 성남 할머니라고만 해도 듣기에 한결 붙임성 있으련만 하는 정도의 욕심이 날 적도 있었지만 그걸 입 밖에 낸 적은 없었다. 그 정도가 성남댁의 욕심의 한계였다. 그녀 역시 진태 엄마처럼 귀부인 티가 철철 흐르는 여자를 감히 며느리 뻘이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런지 할머니를 뺀 성남댁이란 하대를 당하고도 분하고 괘씸한 생각이 오래가지 않았다. 다만 영감님 장사나 지내고, 셈이나 끝내고 나서 남 돼도 늦지는 않으련만, 하고 진태 엄마의 조급한 성미를 딱하게 여기는 게 고작이었다. 셈이란 물론 열세 평짜리 아파트의 인수인계를 의미했다.
진태 엄마 친구들이 우르르 부엌 쪽으로 몰려나올 기미에 성남댁은 얼른 방으로 숨었다. 먹을 거라고 가지고 들어온 게 겨우 무 꽁지토막이었다. 성남댁은 손톱으로 대강 껍질을 까고 아귀아귀 무를 먹기 시작했다. 꽁지토막이라 지린 맛밖에 안 났지만 뱃속으로 들어 가선 제법 독하고 쓰리게 창자를 무두질했다.
뭐니뭐니 해도 베고픈 설움이 제일인데, 성남댁은 영감님 생각이 나서 꽁지토막이나마 무를 끝까지 다 먹지 못했다. ‘정작 살 대고 자식 낳고 산 서방이 죽었을 때는 젊으나 젊은 나인데도 그저 자식새끼들하고 앞으로 먹고살 걱정만 태산 같아 눈물이고 콧물이고 한 방울 안 흘려서 독종 소리도 들었건만 이게 무슨 꼴이람. 아무리 배지가 부른 탓이라지만 죽은 서방이 알면 섭하겠다.’ 속으로 이러면서 성남댁은 치맛자락으로 눈시울을 눌렀다.
아파트에서 영감님하고 둘이서만 살 때는 끼니때마다 요것조것 챙서 영감님 공경을 극진히 했었다. 영감님은 워낙 식성이 좋은데다가 할 일 없는 늙은이의 식탐까지 겹쳐 잘 잡수면서도 가끔 식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잔소리를 했었다. 영감님은 자기가 죽은 후에 그 아파트를 주기로 며느리가 성남댁에게 약조한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달이 며느리로부터 받는 생활비에서 한푼이라도 더 여퉈서 성남댁에게 주고 싶어서 하는 잔소리기 때문에 듣기 싫지가 않았었다. 이차 중풍이 들어 아들네로 들어오고 나서도 영감님의 식욕은 줄지 않았다. 그러나 진태 엄마는 밥은 반공기, 라면이면 반개 이상은 주지 않았다. 점심때면 부엌에 나와 칼로 라면을 탁 반으로 내리쳐서 반은 봉지에 도로 넣어 서랍 속에 챙겨넣고, 반만 남겨놓으면서 “아버님 점심 준비하세요” 할 때의 진태 엄마의 목소리는 어찌 그리 정 없이 야멸차던지. 영감님은 말도 못 하고 늘 눈으로 걸근걸근했다. 누운 채 꼬불꼬불한 라면 줄기를 쪽쪽 빨아들이다가 그릇이 비어갈 무렵엔 빈 그릇과 성남댁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슬픈 빛이
가득하던 영감님 눈을 생각하면 성남댁은 지금도 하늘이 무섭다. 앞으로는 벼락 치는 밤에 제대로 잠을 잘 것 같지 않다. 낸들 무슨 수가 있었어야 말이지. 성남댁은 하늘에겐지 자신에겐지 어설프게 변명을 한다.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진태 엄마는 라면 반개 끓일 때 외엔 성남댁에게 부엌 출입을 안 시켰고 냉장고까지 꼭꼭 잠가놓고 살았다. 성남댁이야 실컷 먹을 수 있었지만 파출부하고 따로 식당 바닥에 앉아서 하는 식사니 무얼 남겨 빼돌릴 엄두를 못 냈었다.
“다 성남댁 할머닐 위해서 그런 거예요. 자시고 싸시는 게 일인 양반 양껏 드려보세요. 그 똥을 이루 다 어떻게 치고 그 빨래는 이루 다 어떻게 빨려고 그러세요?”
영감님 진지를 조금씩만 더 드리자고 성남댁이 애걸할 때마다 진태 엄마는 이렇게 성남댁을 생각해주는 척했다. 그러나 영감님은 아무리 진지를 조금밖에 안 드려도 똥은 많이도 쌌다. 그동안 성남댁은 밤낮없이 똥오줌에 파묻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저귀고 바지고 호청이고 이루 빨아댈 수가 없이 금방금방 싸놓고는 낑낑댔다. 탈수기란 게 있었게 망정이지 어쩔 뻔했을까. 성남댁은 하루에도 몇 번씩 탈수기란 신기한 기계를 고마워했었다. 조금 먹고 많이 싸는 것만큼 영감님은 하루하루 여위어갔다. 그 신수 좋던 영감님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무릎뼈는 고목의 옹이처럼 불그러지고 장딴지는 말라붙었다. 성남댁은 지금 영감님이 죽은 게 아니라 사그라진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영감님이 살아 있을 땐 진태 엄마가 성남댁에게 부엌 출입을 잘 안 시키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진태 아빠가 또 성남댁을 빈소에서 내몰았다. 빈소는 영감님이 운명하신 방에 차렸기 때문에 성남댁은 으레 거기 있어야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진태 아빠는 몹시 데면데면한 말투로 조객들 보기에 뭣하니 남의 눈에 안 띄는 데 가 있으라고 말했다. 뭣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 진태 엄마만 같아도 따지고 넘어갔으련만 친태 아빠는 어려워서 하라는 대로 빈소가 있는 방을 쫓겨났다. 허구한 날 똥 치고 씻기느라 공깃돌 다루듯 하던 영감님이건만 염습하는 것도 입관하는 것도 못 보게 했다. 입관 후 남들의 어깨 너머로 얼핏 본 관은 칠이 얼굴이 비치게 번들대고 자개로 된 무늬까지 박혀 있었고 엄청나게 컸다. 관의 호사스러움과 크기는 더더욱 영감님은 죽은 게 아니라 사그라졌다는 느낌을 더했다. 영감님은 점점 부피와 무게가 줄다가 어느 날 마침내 사그라졌기 때문에 저 관은 비어 있으리라고 성남댁은 생각했다.
부엌으로 돌아온 여자들이 시아버지의 죽음을 애통해하다 지친 진태 엄마의 효성을 한바탕 칭송도 하고 못마땅해하기도 하다가 어째 화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얘, 너 이런 거 생각해본 적 없니?”
여자는 낄낄대기부터 했다.
“뭘?”
“난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니까.”
“뭔데 무엇 본 벙어리처럼 웃기부터 하고 지랄이야.”
“있잖아, 이 집 후취 마나님인지 성남댁인지 그 여자하고 돌아가신 영감님하고 자봤을까?”
“자보다니? 으응 잡것, 생각하는 것하고·…….”
“나도 그건 궁금하더라 뭐. 아파트에 사실 때야 영감님 신수가 좀 훤했어? 살집 좋고 정정하기가 매일 밤이라도 자겠더라.”
“정정한 거 좋아하네. 그때 벌써 중풍 들어서 한쪽 팔다리는 건덩건덩 맥을 못 추었잖아?”
“그렇다고 가운뎃다리까지 맥을 못 추는 걸 네가 봤냐, 봤어?”
“아유 잡것, 재만 끼면 나까지 입이 걸어진다니까. 상종을 말아야지.”
“말렴, 네가 아무리 얌전한 척해도 네 남편은 지금 이층 와이당 판에서 가오 잡고 있더라.”
“건 또 어떻게 알았어?”
“음식 나르면서 귓결에 그것도 못 들을까?”
“상갓집에서 와이당 한판 못 벌여도 바보다. 네 남편은 정견발표라도 하고 있다던?”
“우리 남편은 노름 쪽이야. 입 꾹 다물고 눈에 불을 켜고.”
“잘해보시라지. 선거자금 톡톡히 보탤 수 있을걸.”
“재네들은 어디서고 만났다 하면 싸움이라니까. 그만 해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을래?”
“본론이 뭐였지?”
“마나님하고 영감님이 잤을까 안 잤을까 말야.”
“잤을까 못 잤을까지.”
“못 잤으면 마나님이 여직꼇 붙어 있었을라구.”
“마나님이 나이 몇인데 설마 그런 거 바라고 재가를 해왔을까?”
“확실한 나이는 모르지만 워낙 건강하고 상스럽잖아?”
“건강은 몰라도 상스러운 게 그런 욕망하고 무슨 상관이니?”
“상관이잖구. 상스럽다는 건 고상하다는 것보다는 딘순하단 뜻이고 단순한 사람일수록 그런 재미밖에 바칠 게 뭐가 있겠어.”
“네 말도 일리는 있다. 우리 남편 말야, 회사 그만두고 뒤늦게 석사 박사해서 겨우 지방대학 교수 자리 하나 얻고부턴 머리만 센 게 아니라 그것도 못 하는 거 있지. 나 역시 자원봉사니 뭐니 이것저것 신경 쓰는 데가 많다보니 통 그 방면에 뜻이 없어지더라.”
“얘 좀 봐. 느이나 우리나 나이 생각을 해라. 그럴 때가 돼서 그런 거지 느이가 특별히 고상해서 그런 줄 아니?”
“그러니까 우리 나이가 다 이미 그 방면의 사양길이다 이거지?”
“그렇다. 왜 아쉽냐? 이 시대가 워낙 조숙하고 조로하는 시대 아니냐?”
“거창하게 나오네. 시대까지 들먹이고. 저희들은 그따위로 조로하는 주제에 사실 만큼 사시고 돌아간 영감님하고 마나님을 가지곤 그 무슨 불결한 상상들이니?”
“다 그럴 만해서 하는 소리야. 너 아직 그 망측한 얘기 못 들었구나, 진태 엄마한테.”
“무슨 얘긴데?”
“글쎄 말야…….”
여자가 말끝을 흐리며 웃기부터 했다. 음란한 상상력을 유발하기에 알맞은 육감적인 웃음이었다.
“재는, 누굴 약올리고 있어, 빨리 말해봐.”
“진태 엄마한톄 들은 얘긴데, 마나님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더라. 대소변을 받아내게 되고부터 저 아니면 누가 그 노릇 하랴 싶었던지 제법 세도가 당당했대. 또, 한번 싸고 나면 방으로 물을 몇 대야씩 가져오게 했는데, 아무리 깨끗하게 거두는 것도 좋지만 어떤 때는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살그머니 들여다보면, 글쎄 영감님 아랫도리를 마냥 주무르고 있더라지 뭐니?”
“어머머 망측해라.”
“아이 징그러워.”
여자들이 계집애처럼 생경한 교성을 지르면서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저, 저런 해괴망칙한 것들이 있나. 저희들도 자식 길러보았으면 똥 싼 머슴애 아랫도리 씻기기가 얼마큼 더 손이 간다는 것쯤은 모르지 않으련만 늙은이들을 가지고 어떻게 그런 흉측한 생각들을 할 수가 있을까? 성남댁은 분해서 부들부들 치가 떨렸다. 영감님이 똥 싸 뭉갠 걸 치고 씻기는 일은 정말 못 할 노릇이었지만, 특히 늙어서 겹겹의 주름만 남은 아랫도리에 늘어붙은 걸 말끔히 씻겨주는 일은 여간한 비위와 참을성 가지곤 어림없는 일이었다. 자꾸자꾸 싸는 거 대강대강 해둘까 하다가도 내가 이 일을 소홀히 하고 아파트를 바란다면 그건 도둑놈의 배짱이니 죄받지 싶어 욕지기를 주리 참듯 참으면서 정성을 다했었다.
성남댁은 부엌에서 찧고 까부는 여편네들보다 그 일을 그렇게 고약하게 풍긴 진태 엄마한테 만정이 떨어지고 오장육부가 다 떨려서 구정물 맞은 개처럼 연방 온몸으로 진저리를 쳤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뭘?”
“마나님 걸음걸이 보면 모르냐? 이렇게 엉덩이를 맹렬히 돌리면서 걷는 걸음걸이 말야. 이렇게.”
여자는 몸소 흉내까지 내는 듯 다시 숨이 끊길 듯 자지러진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방 안의 성남댁에게 그 웃음은 모닥불을 끼얹는 듯이 사정없이 화끈거렸다.
“난 흉내도 못 내겠어.”
“암튼 너희들도 봤으니까 짐작하지? 그런 걸음걸이는 아직도 그 방면에 왕성하단 표시야.”
성남댁이 영감님을 모시기로 작정한 것은 진태 엄마가 제시한 아파트에의 유혹도 유혹이지만 첫 대면한 영감님이 한눈에 남자로서의 기능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리 아파트에 욕심이 나도 다 늙게 그 짓까지 하고 싶진 않았었다. 한창 나이에 과부가 됐지만, 먹고살 걱정이 태산 같아 몸으로 남자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성남댁은 그 방면의 결벽증이 남달랐다. 만일 영감님이 성남댁의 짐작대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파트가 아니라 빌딩이 한 채 생긴대도 어마 뜨거라, 뿌리치고 달아났을 것이다. 고맙게도 영감님은 성남댁을 믿음직한 친구처럼 대해줬다.
그래서 성남댁은 나중에 저승에 가서 먼저 죽은 서방을 만날 일이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서방만은 그녀가 일부종사했다는 걸 알아주겠거니 싶어서였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마나님이 안됐다.”
“그래도 처음엔 좀 즐겼겠지.”
“즐겨봤댔자지. 그 정력적인 엉덩이짓에 중풍 들린 영감님이 아랑곳이니?”
“그러고 보니 영감님도 안됐다.”
“너무 쎈 마나님 얻어서 명 재촉한 거 아냐? 몇 년은 더 사실 걸.”
“그 노인도 살 만큼 사셨어. 말년에 한번 화끈하게 살아보셨겠다, 아까울 거 하나도 없어. 진태 엄마도 홀가분하게 좀 살아봐야지 않니. 저것들은 시집살이들을 안 해봐서 남의 사정을 저렇게 모른다니까.”
“하긴 그래. 네 말이 맞다. 혹시 성남댁이 시어머니 행세하고 늘어붙는 일은 없겠지?”
“안 그럴 거야. 영감님 돌아가시자마자 빈소고 부엌일이고, 모른 척 꼴도 안 비치는 걸 보면 알잖니?”
“호적엔 올렸을까?”
“누굴, 성남댁을? 재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진태 엄마가 누군데 그런 후환올 남길 짓을 하겠어?”
“돈이나 얼마간 주어서 내보내면 되겠군, 그럼.”
“돈 문제는 성남댁이 진태 엄마보다 훨씬 더 영악했다나봐. 아무튼 두 분이 그 쬐끄만 아파트에 살면서 생활비는 진태네 이 큰살림 하는 것하고 똑같이 타갔는데도 다달이 한푼도 안 남는 것처럼 우는 소리를 했다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사는 꼴을 가보면 그렇게 안 해먹고 살 수가 없었다니 그 돈이 다 어디로 갔겠어? 이 년을 넘어 그렇게 살았으니 성남댁은 그 동안 한 재산 챙겼을 거야. 그래도 늙어서도 부부간이라는 게 뭔지 영감님은 한푼이라도 마나님을 더 주고 싶어 그렇게 못 얻어먹으면서도 뒤론 또 며느리한테 손을 내밀었나보더라. 그럴 때마다 속상해하는 소리를 나도 여러 번 들었느니라.”
“그래도 왕년엔 한가닥 하던 양반이 늘그막엔 돈줄이 설마 아들 며느리밖에 없었을까?”
“당신 재산 있던 건 아마 다 아들 명의로 넘겨줬을걸. 아주 다 주긴 섭섭했던지 쬐끄만 아파트 하나 당신 명의로 갖고 있던 거가 그래도 말년엔 꽤 쓸모가 있었지. 거기서 새 마나님하고 꿀 같은 신접살림을 했으니까. 어떻든 생전에 다 자식 줄 건 아니더라구.”
“그 아파트가 그럼 영감님의 유일한 유산이겠네.”
“유산이 되기 전에 벌써 팔아치웠다더라. 중풍이 도져 이 집으로 합칠 때, 다시 그 집으로 들어가시게 될 것 같지도 않고, 놔둔다고 큰 재산 될 것도 아니어서 후딱 팔아치웠나봐. 잘했지 뭐. 대단찮은 것도 유산이랍시고, 세금이니 분배 문제니 구질구질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아니 우리 아파트를 팔다니, 내 집을 누가 팔아, 누구 맘대로 내 집을 팔아먹어? 대명천지 밝은 날에 이런 법 이 어디가 있어? 성남댁은 벌떡 일어났다. 당장 진태 엄마한테로 달려가서 따질 작정이었다. 늘 반짝이는 금줄이 걸린 희고 상큼한 진태 엄마의 멱살을 왁살스럽게 움켜잡고 들입다 흔들면서 따지고 싶어서 근질대는 주먹을 쥐었다 펐다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문 밖에 있는 그 해괴한 소문을 퍼뜨리던 요사스러운 입들을 생각하면 선뜻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문 밖의 소문의 울타리에 성남댁은 진저리를 쳤고 공포감을 느꼈다. 따져야 돼, 암 따져야 하구말구. 제까짓 것들이 무서워서 죽은 듯이 들엎드려만 있을까보냐. 성남댁이 소문의 울타리에 지레 겁을 먹고, 당하기도 전에 허우적대기부터 하는 자신에게 이렇게 용기를 불어넣으려고 할 때였다. 문 밖의 소문은 계속되었다.
“미리 엄마야, 네가 떡집에 갔다 올래? 인절미를 두 말쯤 맞출까?”
“얘는 누가 떡을 그렇게 먹는다고…… 그리고 전화로 해도 될 걸. 얘, 그건 내일 쓸 전유어야. 뒤꼍으로 내놔. 여기 놔뒀다간 또 금방 다 없어지겠다. 상엔 제육이나 놓으렴. 제육도 다 떨어졌다고? 아유, 먹성들도 좋아. 나물도 내일 쓸 걸 다시 무쳐얄까보다.”
“산소도 아니고 화장장인데도 먹을 걸 이렇게 잔뜩 해가야 되는 거니?”
“그럼, 화장장이라고 거기까지 온 손님들을 맨입으로 보낼 수는 없잖니?”
“참, 이만큼 살면서 여직꼇 산소 자리 하나도 못 장만해놨나, 산 사람 체면이 있지, 어떻게 화장을 하니?”
“산소 쓰려면야 미리 장만 안 해놔도 요샌 공원묘지라는 게 얼마나 편한데. 그게 아니라 영감님이 화장을 해달라고 유언을 하셨다나봐. 진태네가 미국 가 있을 동안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지 않니. 그때 영감님은 딸들만 데리고 장사를 치르면서 심정이 착잡했나봐. 이 다음 세상에야 조상의 묘소 알뜰히 돌볼 자손이 어딨겠느냐고 부득부득 마나님을 화장하자고 하셨나봐. 딸들도 못 말리고 영감님 뜻대로 됐는데, 영감님은 그걸 두고두고 마음에 두고, 아무리 죽어서라도 무슨 재미로 혼자 땅에 묻히겠느냐고, 절대로 싫다고 하셨다는군. 마나님이 연기가 됐으니 당신도 연기가 돼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나보지 아마. 자식 된 도리로 화장으로 모시기가 섭섭한 건 당연하지만 유언을 지키는 것은 더 큰 자식 된 도리 아니겠어.”
성남댁은 조용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자신 속에서 앙심과 분노의 결의가 빠져나가는 피익, 소리를 멀리서 나는 소리처럼 아스라이 듣고 있었다. 이윽고 그런 것들이 다 빠져나가자 그녀는 터진 풍선처럼 참담하고 무력해졌다. 영감님이 화장을 원하고 유언까지 남겼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먼저 간 마나님을 영감님이 우겨서 화장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데도 귀국하는 대신 조위금 몇 푼 보냈다는 전화로 때운 아들에 대한 노여움으로 그렇게 했다고 했다. 영감님은 성남댁한테 먼저 마나님과의 유별난 금슬을 숨기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마누라가 불구덩이에 들어갈 때 얼마나 뜨거웠을까 생각만 하면 금창이 미어지는 것 같다는 하소연을 자주 했었다. 나 죽거든 집도 없는 마누라 혼백이라도 내 무덤에 불러들여 지난날의 그 몹쓸 짓을 사과하고 위로하고 잘해줘야지, 하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었다. 가끔 꿈에 뵈는 마누라는 이마가 지글지글 타고 있거나 불붙은 옷을 입고 뜨겁다고 펄펄 뛰더라고 말하는 소리만 들어도 영감님이 마나님을 화장한 걸 얼마나 마음 속 깊이 후회하고 있는지 알 만했다. 그런 영감님이 자신의 화장을 유언으로 부탁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두번째로 중풍이 들고 나선 임종 때까지 유언을 할 만한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었고, 임종이 임박한 걸 가족들에게 알린 것도 성남댁이었다.
그렇지만 성남댁이 이제 와서 그게 아니라고 한들 대체 누가 믿어준단 말인가? 진태 엄마의 친구들 말짝으로 사람됨이 단순한 성남댁이지만 사정은 너무도 뻔했다. 성남댁은 비로소 자기만 빼놓고 모든 사람이 가담해서 진행시키고 있는 교묘한 음모를 감지했다. 그 음모는 불과 이틀 전까지 이 집안을 드높은 기성(奇聲)과 지독한 똥구린내로 가득 채우고 거침 없이 지배하던 영감님을 흔적도 없이 말살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진태 엄마와 둘이서만 맺은 약속쯤 감쪽같이 없던 걸로 하는 건 문제도 아닐 터였다. 자기에게 이롭지 않은 건 가차없이 무화(無化)시키는 간악한 음모의 톱니바퀴에 성남댁은 스스로 곁다리로 말려들면서 누가 흠씬 밟아놓은 것처럼 입체감을 잃고 짜부라졌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체념이 너무 속도가 빨랐던지 아직 얼얼한 배신감이 남아 있었지만, 덤으로 편안했다.
그날 밤 성남댁은 잘 잤다. 다음날 그녀는 흰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 아무의 허락도 받지 않고 영구차에 올라탔다. 아직도 진태 엄마는 곡기를 끊고 애통중이었으므로 조객들의 심심한 위로와 관심을 한몸에 모으고 있었다. 친구들이 앞뒤 좌우에서 다 죽어가는 맏며느리를 삼엄하게 부축을 하며, 병원에 가서 링거라도 꽂고 가야지 쌍초상 나겠다고 방정맞게 설쳤지만 그녀는 점잖게 도리머리를 흔들고 영구차에 올라탔다. 조객들은 여기저기서 요새도 저런 효부가 있다니, 하고 수군대기도 하고 인기배우의 연기를 구경하듯이 얼빠진 얼굴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장례식에서조차 주역은 망인이 아니라 진태 엄마였다. 보다 못한 시누이들이 영구 위에 엎드려 한바탕 통곡을 했지만 그 주역의 자리는 끄덕도 안 했다. 그녀는 백랍처럼 핏기가 바랜 얼굴로 남편의 무릎 위에 하얀 손수건처럼 떨어져서 또 한바탕 소동을 빚었고, 남편도 연기가 좀 지나치다 싶었던지,
“이 사람이 워낙 아버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으니까 그만큼 충격도 컸겠지만 몸살도 날 만해요. 꼬박 열 달을 대소변을 받았으니까요. 성질은 또 지랄같이 깔끔해서 뭘 대강대강 하는 건 모르니까 그 고초가 이만저 만했겠어요?”
그걸 들은 사람들은 더욱 크게 감동해서 기를 쓰고 턱들을 주억거리고 있었다. 성남댁은 무안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영구차 속에서 성남댁은 단 하나의 진짜였기 때문에 조마조마하고 무섭고, 당당치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진짜임이 탄로날까봐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작게 웅숭그리고 골똘히 창 밖만 내다보았다. 볼품없는 건물들, 멍청히 서 있는 사람, 똘똘하게 정신 차리고 걷는 사람, 악착같이 버스에 매달리는 사람, 짐을 산더미같이 싣고 차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 고래고래 외치는 행상, 연근토막 같은 다리를 내놓고 구걸하는 거지, 임을 인 여자, 짐을 진 남자…… 이런 사람 사는 모습들은 실로 얼마 만인가? 성남댁은 걸신들린 것처럼 주린 눈으로 이런 것들을 실컷 바라보았다.
화장장은 매점이나 화장실 등 잗다란 부속건물 말고 크게 두 개의 건물로 나누어져 있었다. 굴뚝이 높이 솟은 화장장 내부는 바깥이 화창한 봄날인 것과는 상관없이 음습하고 썰렁한 회색빛이었다. 거기선 영구가 차례를 기다리기도 하고 간단한 종교의식도 치를 수 있다지만, 영구를 밀어넣을 수 있는 아궁이의 쇠문이 나란히 다섯 개 붙어 있는 벽만 아니라면 겨우 지어만 놓고 내부장치를 못 한 건물처럼 황량한 미완의 빈티 같은 게 흐르고 있을 뿐, 화장장이라고 특별한 덴 없었다.
화장장과 평행으로 마주 선 건물은 대기실과 식당으로 돼 있고, 두 건물을 지붕 달린 양회바닥 통로가 이어주고 있고, 통로 양편 황토흙엔 온실에서 꽃 피워서 심어만 놓고 돌보지 않은 서양화초가 시들시들 늘어져 있었다. 대기실에 붙어 있는 식당에선 음식 냄새가 지독했다. 벌써 찬합과 양동이를 그고르고 나물과 지짐질과 두부조림을 은박지 접시에 담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시뻘겋게 취한 얼굴에 건강한 이빨로 소주병을 따는 아저씨도 있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먹어야 한다고, 눈이 부은 어린 상제를 달래는 아주머니는 먼저 식사를 한 듯 번드르르한 입가에 고춧가루가 묻어 있었다.
화장장 굴뚝에서 깃털구름처럼 살짝 나부끼는 건 도무지 사람 타는 연기 같지 않았고, 그곳 역시 화장장 식당 같지 않았다. 화장장에 식당이 있다는 것부터가 어울리지 않았다. 왕성하게 먹는 사람, 뭘 더 가져오라고 악쓰는 소리, 밀치고 뛰고 장난치는 아이들, 서로 부르고 찾는 소리, 김치 냄새·…·영락없이 시간이 많이 늦은 시골 소읍의 결혼 피로연장이었다. 가끔 양복 소매에 헝겊을 감은 젊은 상제가 신랑처럼 피곤하게, 신랑보다는 눈치 보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아직 영구가 불아궁이로 들어가기 전의 가족이 모인 대기실은 시외버스 정류장처럼 붐비고 시끌시끌하고 초조해 보였다. 영구가 차례를 기다리고 늘어선 화장장과 대기실, 식당 사이를 사람들은 자주 오락가락했고, 장소에 따라 사람들은 헤까닥헤까닥 민첩하게 잘도 표정을 바꾸었다. 화장장 쪽에선 울음소리 염불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입 다불고 있는 사람도 비통을 온몸에 예복처럼 걸치고 있었고, 어쩌다 밤샘에 지친 상제가 꾸벅꾸벅 조는 게 약간 민망해 보일 정도였다.
사람들은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진태 엄마를 대기실 나무의자에 눕혔다. 그녀는 화장장과 식당 사이의 완충지대처럼 고요하고 평화롭고 품위 있게 누워 있었다. 식당과 화장장은 극과 극이어서 과연 완충지대가 있을 만했다. 헤까닥헤까닥 표정을 바꾸는 일에 서투른 사람은 애메한 웃음과 애매한 근심으로 얼굴을 애매하게 흐리고, 그 효부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됐다. 진태네와 아무 상관 없는 딴 집의 조객이나 상주도 그 여자 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 심심한 우려와 경의를 표했다. 그들은 자기네의 슬픔이 그녀에게 훨씬 미치지 못함을 마음으로부터 부끄러워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누가 보기에도 그녀의 고요와 평화와 품위는 슬픔이 고도로 정제된 상태로 보였다.
초조하게 화장장 쪽을 다녀온 진태 아버지가 아내의 이마를 짚어보고 나서 “못난 사람 같으니라구, 사람이 이렇게 허해가지고야…….” 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흩어진 머리를 쓸어올려주는 양 허리를 굽히고 날카롭게 속삭였다.
“아직 아직 멀었어, 시체도 나라빌 섰다니까.”
“돈을 써요.”: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화살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서로의 의중에 명중했다. 진태 아버지가 슬며시 화장장' 쪽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차례가 됐다는 전갈이 왔다. 사람들은 진태 엄마에게 그대로 거기 누워 있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다 죽어가는 소리로 맏며느리가 어떻게 하직인사를 안 드릴 수가 있냐고 비틀비틀 일어섰다. 사람들이 다투어 그녀를 부축했다. 영구를 보자 그녀의 슬픔은 새로운 기운을 얻어 크게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제 눈물이 말라버린 그녀의 울음은 슬픔이라기보다 히스테리에 가까웠고, 바퀴 달린 판이 영구를 아궁이 쪽으로 싣고 가자 마침내 발작적인 히스테리로 변했다. 그녀는 영구를 따라 곧 불아궁이로 들어갈 듯이 날뛰었다. 사람들이 힘을 합해 그녀를 영구로부터 떼어냈고, 그 동안에 직원들은 재빨리 영구를 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문이 닫히고 문 위에 빨간 신호등이 들어오자 진태 엄마는 사지를 비틀면서 정신을 잃었다. 진태 아버지가 외마디소리를 질렀고, 진태 진숙이가 울었고, 친척 젊은이가 나서서 그녀를 들쳐업었다. 다시 대기실에 눕히고 다리팔을 주무르고 포도주를 입 속에 흘려넣고 한바탕 법석을 떤 후에야 그녀는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예요. 암만 해도 죽을 것 같아요.” 그녀가 이렇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녀의 친구들이 암만 해도 병원에 옮겨서 기운 날 주사를 맞히고, 푹 쉬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떠들었다. 그럼그럼, 진작 그럴 일이지. 모든 사람이 이의가 없자 진태 아버지는 차를 대기시키고 아내를 부축했다. 진태 진숙이도 뒤따랐다. 그 식구들이 떠나자 사람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홀가분해졌다. 점잖은 문상객들은 슬금슬금 자기 차로 꽁무니를 빼고 나머지들은 콜라병 아니면 소주병을 땄다. 뭐 인주 좀 없습니까? 하는 소리에 찬합이 하나 둘 열렸다.
혼자서 화장장 쪽에 남은 성남댁은 영감님 영구가 들어간 철문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 철문은 영락없이 그녀가 살던 아파트의 쓰레기통 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사람 팔자도 쓸모없어지면 버려지긴 쓰레기보다 나을 게 없다는 생각도 했다. 언젠가 과일껍질과 함께 과도를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었다. 영감님은 한사코 쓰레기가 모이는 지하실로 데려다달래더니, 반나절을 쓰레기를 뒤져서 과도를 찾아냈다. 그때 영감님 몸에선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었다. 목욕시키고 빨래하느라 혼났지만, 영감님은 대단한 공을 세운 것처럼 자랑스러워했었다. 지금 성남댁은 몸에다 영감님이 다달이 얼마간씩 여퉈준 목돈을 감고 있었다. 어젯밤에 전대를 만들어 그걸 배에 찼더니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철문 위에 빨갛게 켜졌던 불이 돌연 나갔다. 성남댁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면서도 영감님이 운명하셨을 때처럼 한 번 가슴이 크게 내려앉았다. 철문이 나란히 붙은 벽 옆으로 난 골목에서 진태 아버지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성남댁은 놀라서 그. 안을 휘둘러보았지만 진태네 식구라곤 자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두려워하면서도 부르는 쪽으로 갔다.
벌써 유골이 나와 있었다. 그건 유골이라기보다는 재였다. 바퀴 달린 철판 위에 남아 있는 건 잘 타고 난모닥불 자국처럼 사위어가는 분홍빛 불빛과 희고 포실포실한 재뿐이었다. 색이 바랜 군청색 제복을 입은 직원이 수상쩍은 듯 할머니가 인수하실 거냐고 물었다. 성남댁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통으로 생긴 직원이 보통 빗자루로 그 모닥불 자국 같은 재와 불기가 있는 뜬숯 같은 걸 보통 쓰레받기에 쓱쓱 쓸어담기 시작했다. 보통 비질과 다르지 않은 직원의 이런 행동을 지켜보면서 성남댁은 당초에 두려워한 것과는 다르게 속속들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보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진태 엄마한테 남아 있던 뭔가 청산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 남아서 할 일이 있을 것 같은 치사한 미련 둥이 깨끗이 가시는 걸 느꼈다. 비질해 쓸어담은 걸 가지고 뒤쪽으로 돌아간 직원이 한참 만에 멜빵이 달린 흰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성남댁이 그걸 멜 수는 없다고 미처 손을 내세울 새도 없이 달려온 딸과 사위가 그것을 받았다.
혼자 남겨진 성남댁은 식당 쪽으로 가지 않고 곧장 화장장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여러 사람에게 묻고 물어서 한 번만 갈아타고 성남까지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을 알아냈다. 그 노선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어떤 사람은 택시 기본요금 거리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천오백원 거리는 될 거라고 했다. 육백원거리고 천오맥원 거리고 상관없었다. 그녀는 택시를 타보지 않아서 그 거리를 짐작도 할 수 없었지만 걷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머리에 임도 안 이고 걷는 걸음이라면 그까짓 거 하루 백 리는 못 걸을까 싶었다. 그 동안 너무 오래 편하게 지냈지만 차츰 왕년의 걸음걸이가 살아났다. 임을 일 자신까지 생기면서 어느 틈에 엉덩이를 신나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도 스스로 그걸 느꼈고, 어제 여편네들한테 들은 해괴한 흉이 생각났다. 천하 잡년들! 엉덩이짓이라면 그저 잠자리에서 그 짓 하는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몸 편한 것들이 나의 엉덩이짓이야말로 얼마나 질기고 건강한 생명의 리듬이란 걸 어찌 알까보냐는 비웃음을 그녀는 그렇게밖에 표현 못 했다. 임을 안 이고도 엉덩이짓은 되살아났지만 그 이상의 욕은 생각나지 않았다.
진태네서 혹시 나를 찾을까? 찾아봤댔자 죽은 주인 찾아 집나간 똥개 찾는 것만큼밖에 더 찾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대의 것을 풀어서 아들에게 줄 생각을 하면 즐겁고 신이 났다. 아들에게 아파트 얘기까지 안 하길 참 잘했다. 크게 바랐으면 실망도 크련만 그러지 않았으니 그만한 목돈만 봐도 감지덕지하리라. 다 주진 말고 조금 떼어놨다가 다시 장사를 해야지. 곧 마늘장아찌 철이 될걸. 내 모가지에 마늘 열 접이면 고작인 것을 감히 아파트 한 채를 이고 가려 했으니. 사람이 분수를 모르면 죄를 받는다니까. 그렇지만 아파트 한 채는 지 알고, 내 알고, 하늘까지 아는 일이건만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여넘길 수가 있담. 천벌을 받을 년.
성남댁은 진태 엄마한테만은 더 걸찍한 욕을 해줘야 속이 후련해질 것 같은데, 삼 년 동안 점잖은 집 체면 봐주느라 잊어버린 욕은 쉬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녀는 욕 대신 카악 가래침을 한 번 뱉고 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욕이야 두고두고 풀어먹어도 늦을 건 없지만, 그 동안 주리 참듯 참은 아들, 며느리, 손주새끼보고 싶은 마음은 걸음을 앞질러 애꿎은 엉덩이짓만 한층 요란하게 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