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형님이 독산동 우시장을 다녀오자고 하셔서
지은이도 없으니 크게 볼일도 없지만 같이 따라 나서기로 합니다.
그랬더니만 지은모가 이번주 지은이 집에오는날이라고
갈비탕 거리 2근하고 탕안에 함께 넣어줄 사태 한근만 사오라고 하데요.
사장님에게 갈비를 부탁하고 아롱사태도 한근달라니깐
"돼지고기 아롱사태요?" 이러시네......
지은모에게 전화로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아롱사태 한근하고 갈비탕용 갈비 두근 사가면 되남?"
"무슨소리~. 그냥 사태 한근이라니깐"
"돼지사태? 쇠고기 사태?"
"으이구~ 당연 쇠고기 사태지욧!!!!"
사장님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아롱사태하고 그냥 사태하고 뭐가 다르나요?"
"그게 그거예요. 사태안에 아롱사태가 들었거든요"
사태뭉치안에 아롱사태가 이만큼 들어있답니다.
아롱사태.
사태.
그게 그거구만 공연히 한소리 하는 지은모는 알고있을까?
(결국 사태가 아닌 아롱사태로 한근 가져왔습니다.)
오늘도 한가지 배워봅시다요.
우리 민족과 소고기 문화
소고기는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 음식이다. 그래서 문화학자들은 한중일 동양삼국의 문화를 육류의 기호도에 따라 우리나라는 우육(牛肉) 문화권, 중국은 돈육(豚肉) 문화권, 일본은 어육(魚肉) 문화권으로 구분짓기도 한다. 이에 걸맞게 우리말로 된 소고기의 부위별 명칭은 필자가 조사한 것만도 무려 190여 가지나 되는데, 저마다 독특하고 그럴듯한 뜻을 지니면서 소고기의 기막힌 맛을 뽐내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95년에 종전 10개 부위로 구분하여 팔던 소고기를 29개 부위로 소분할하여 통일된 명칭을 정하고 농림부에서 고시하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소고기 상품의 다양화는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육질개선 및 기술개발 등으로 가격의 차별화를 이루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질 뿐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식육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우리말 '사태'학
소고기 부위 중 국거리용으로 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사태'이다. 사태는 소 앞다리와 뒷다리의 오금에 붙은 넓적다리 살덩이 고기인데, 힘줄이 많이 섞여 있어서 질긴 편이지만 고기의 결이 곱고 풍미가 좋으며 오래 익히면 연해져서 먹기가 좋아진다.
소고기의 '사태'라는 말은 산사태· 눈사태의 '사태(沙汰)'나 어떤 일의 형편을 뜻하는 '사태(事態)'가 아니라, 다리 가랑이의 '샅'에서 나온 순수한 우리말이다.
'샅'은 '사이'와 '틈'이 합쳐져서 생긴 말로서[사이+틈=샅], 두 다리 '사이'의 '틈'처럼 좁게 갈라진 틈새를 의미한다. 그래서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가 '고샅'이요, 좁은 골목길이 '고샅길'이며, 씨름 선수들이 넓적다리에 걸어서 손잡이로 쓰는 무명끈이 '샅바'이다. 이밖에 바지 따위의 샅에 대는 좁다란 헝겁이 '샅폭'이며, 옛날에는 기저귀를 '샅갖'이라고 했다. 따라서 '고샅고샅' 누비며 '샅샅이' 뒤지는 것은 「구석구석」모조리 찾아 다니며 「빈틈없이·낱낱이·속속들이」들추어내는 것을 뜻한다.
'샅'은 후에 '사타귀'와 '사태'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아랫배와 두 허벅다리가 이어져 맞닿은 틈새를 가리키는 '사타귀'는 「샅+아귀」로 이루어진 말이며 흔히 '사타구니'라고 한다. 한편 '샅'은「사틈⇒사춤」으로 변하여 벽이나 담이 갈라진 틈을 뜻하는 말로 쓰여지기도 한다. 우리말에서 '틈'이 '춤'으로 바뀌어진 사례로「허리틈⇒허리춤」을 들 수 있다.
'사투리'라는 말도 '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투리는 나라 안에 널리 쓰여져서 표준이 되는 말이 아니라 어느 특정한 지방에서만 통용되는 방언(方言), 즉 '샅'과 같은 '자투리'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사다리'라고 하는 '사닥다리'도 '샅'의 갈래말일 것이다. 위로 오를수록 점차 틈이 좁아져서「샅으로 다가서는 다리」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고기)'는 원래 '샅의 (고기)'라고 하던 것이 자연스럽게 '사태고기'로 변하여 나온 말이므로 소 다리의 '샅에' 붙은 고기를 '사태'라고 하는 것이다.
'뭉치사태'와 '아롱사태'
소고기의 사태를 소분할하면 「사태· 뒷사태· 뭉치사태· 아롱사태」의 네 부위로 나누어진다. 이중 '앞사태'는 앞쪽 허벅지에 붙은 살코기인데 '서대[살]'이라고도 한다. '뒷사태'는 뒷쪽 허벅지에 붙은 살이다. 뒷사태에는 근육에서 가장 큰 비복근(장딴지근)으로 이루어진 '뭉치사태'와, 뭉치사태 안쪽의 단일 근육(천지근육)으로서 아킬레스건에 이어진 근육을 따라 뭉치사태의 밑부분에서 윗부분에서 윗부분까지를 갈라서 떼어내는 '아롱사태'가 있다.
'뭉치사태'는 돈뭉치· 솜뭉치의 '뭉치'처럼 고기 모양이 큰 덩어리로 한데 '뭉쳐' 있다. 그리고 뭉치사태의 한 가운데에 알을 밴듯 붙어있는 '아롱사태'는 보기에 '아름'답고 눈에 '아롱아롱' 아른거리는 '한아름'의 고깃덩이이다. 뒷사태에서 뭉치사태와 아롱사태를 떼어낸 나머지 부위와 앞사태를 일반적으로 '사태살'이라고 한다.
사람이나 짐승의 '새끼'도 '샅'과 관련된 말이다. 옛 기록을 보면 새끼를 '삿기'라고 했다.
● 象과 쇼와 廐馬ㅣ 삿기 나ㅎ며 (《월인석보》)
'삿기'의 '삿'은 '사이'[間]의 준말인데, '새끼'는 아비와 어미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생명체이다. 그런데다 새끼가 태어나는 곳이 바로 어미의 사타구니 '사이'의 은밀한 '틈'이다. '사이'의 준말인 '새'[間·新]가 널리 쓰여지고 '삿기'의 '기'는 경음화(硬音化) 현상으로 '끼'가 되어 '삿기'는 점차 '새끼'라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 충남 예산군 '삽교' 마을은 골짜기 사이에 있다는 '삿들'이 '삿달⇒삿다리⇒삽다리[揷橋]'로 변화를 거듭하여 나온 이름이고, 골짜기 사이에 있는 '삿재'는 '삽재'를 거쳐 '삽현'이라는 고개 이름을 만들게 되었다.
'샅샅이' 우려먹는 '샅의 고기'
'샅'에서 갈라져 나온 우리말이 이렇게 사태(沙汰) 나듯' 많은 데에는 우리 몸에서 '샅'과 '샅' 사이에 있는 은밀한 구석(?)에 대한 강한 호기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고기 '사태'는 이것을 국거리로 써서 샅과 샅이 서로 '자지'러지게 불꽃 튀기며 육탕질(!) 하듯 푹 끓여서 '샅샅이' 우려낸 뜨거운 육탕(肉湯)의 진액 맛과, 고깃덩이가 잘 삶아지도록 '고샅고샅' '쑤셔'대면서 익힌 찜을 '씹'어 먹는 쫄깃한 감칠 맛이 일품이다. '샅'이란 글자는 더구나 그 모양새가 '사이'를 뜻하는 '사'가 '틈'을 뜻하는 'ㅌ'을 올라타고 결합하여 한몸을 이루고 있다. 방중술(房中術)로 치면 전형적인 기마(騎馬)자세다. 이렇게 '사이'와 '틈'이라는 우리말이 서로 얼러붙어서 찧고 까불다가, 까부라지고 까무러쳐서 '새끼'치듯 까발리는 사태(事態)로 나온 우리말이 '샅'이며, 「샅의 고기⇒샅에고기⇒사태고기」인 것이다.?
[미트저널, '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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