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살림의
여왕’마사 스튜어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서정희가 있었다. 많은 주부들이 아름다운 그녀가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마다 지지를
보냈다. 심지어 가족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는 동안에도 관심은 이어졌다. 사랑받아서, 관심을 끌어서 아팠던 여자 서정희.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김현주(studio lamp), 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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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서세원의 아내로, 한국의‘마사 스튜어트’로 유명한 서정희가 지난 6월 말 범상치 않은 제목의 책 한 권을 냈다.
『서정희의 주님』, 이로써‘서정희의’로 시작하는 책이 네권째가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냈던 책들이 살림법, 내조 등인데 반해 이번 책은 그간의
신앙 생활을 담은 묵상집이다. 묵상이란 보통 성경을 읽고 그것을 마음에 새기는 것을 뜻한다. 때로는 마음에 와닿은 부분을 적기도 한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 서정희는 깨알 같은 글씨로 그날그날 느낀 바를 적어 내려갔다.
이 책은 그렇게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날마다 기록한 것 중 특별히 나누고 싶은 부분만 따로 모은 것이다.『 서정희의 주님』저자 서정희는 이제 방송인보다는 신앙인이란 타이틀 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힘들었던 시기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묵상의 힘.
“자기전 기도해 주는 남편이 좋아요”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서정희는 남편이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2002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잃은 7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남편이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을 당시 홍콩과 중국 등지로 본의 아닌 도피를 하게 되면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이어졌단 다. 당시 남편은 영화 계약 건으로 검찰의 양 해를 얻어 홍콩에 출국, 사흘간 머물 예정이었는데 출국 다음 날 바로 도피 중이란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결국 겁을 먹은 남편은 중국의 아는 장로 집으로 급히 옮겼다.
이때부터 의도하지 않은 도피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건 하루가 다르게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무서운 소문이었다.
“‘마카오에서 도박을 했다’‘곧 이혼할 것이다’등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모를 시나리오들로 우리 가족을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천이는 세인트 폴즈 스쿨 학생들에게 교복을 맞춰 주고, 동주는 MIT 공대 수학과에 기부금을 내고 들어갔다는 소문도 떠돌았어요.”
2004년 서세원이 복귀를 노리며 제작한 영화‘안중근’은 흥행에 실패했고 그 바람에 빚이 35억원에 이르게 됐다. 지금도 집과 재산이 압류되어 있는 상태.
“예전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도 많았어요. 그런데 마음을 달리 먹으니까 괜찮아 지더라고요. 고난이 저나 가족 모두를 성숙하게 만들었어요. 또 바깥의 압력으로부터 가족이 뭉칠 수 있게 해줬고요. 지금은 오히려 위기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이번 책은 그간 여러 사건들로 인해 받았던 고통을 밖으로 표현함으로써 스스로를 치료하 는 작업 중 하나였다. 그녀는 모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를 했다. 그녀의 모습을 본 서세원도 서서히 변화를 보였다. 요즘 그는 어디서든지 기도를 한다. 예전에는 기도만 시키면 화를 내던 사람이 지금은 잠들기 전에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해 준다.
“아시다시피 저희 가족은 정말 힘든 시기를 많이 겪었잖아요. 세상의 비난도 많이 받았고 요. 그럴 때마다 묵상을 통해 화내기보다 감사 하는 법을 배웠어요.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저희 가족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도전할 수 있었는지 저의 경험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책은 그녀가 글을 쓰고 모든 사진을 딸 동주(26)가 찍었다. 또 엄마와 딸이 함께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하며 디자인까지 꼼꼼히 챙겼다. 남편 서세원은 사진 찍는 모녀를 뒤에서 보조하는 어시스턴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번 책은 온 가족에게 의미가 깊다.
딸 동주 | |
서정희식의 교육법은‘솔선수범’으로 요약된다. 아이가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하면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곡을 다 외운 뒤 아이가 하교후 피아노를 칠 때, 그 앞에서 춤을 추어 흥미를 끌어내려는 식이다. 아이의 책을 먼저 읽고 독후감을 쓰기도 하고 늘 무엇이든 엄마가 먼저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가르치기보 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따라 하게끔 만든 것이 주효했다. 동주는 그런 엄마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특히 아직 완전히 종양이 제거되지 않은 엄마를 두고 떠나는게 마음에 걸린다.
"엄마가 4년 전에 자궁 수술을 하셨어요. 당시를 되돌아보면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지도 못하고 엄마한테 참 미안했어요. 요즘은 건강하세요. 아직 가슴에 종양이 있긴 한데 계속 검 사받고 계세요."
아내의 팬 사인회에서 만난 남편 서세원은 “책이 나온 걸 보니까 저희 집사람이 훌륭하 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 다. 자리를 함께한 동주 역시 아빠의 말에 고 개를 끄덕였다. 동주는“이번 기회를 통해 엄마랑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워낙 엄마가 예뻐서 어떻게 찍든 사진이 근사하게 나왔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무엇이든 엄마가 먼저 솔선수범
말없이 보여주는 서정희식 교육법
아들 동천 | |
첫째 딸 동주는 지난 6월 미국 MIT 공대 수학과를 올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곧바 로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특히 이번 박사과정 시험(GRI)에서 1600점 만점에 1590을 받아 유일하게 전액 장학금을 타 현지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주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9월부터 그곳에서 공부를 시 작한다. 아들 동천은 일본에서 유학한 뒤 미로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며 연예인 가족의 대를 이었다. 요즘 동천이는 새 앨범 준비와 함께 다시 공부 성장할수록 엄마를 닮아가는 동주와 동천. 지난해 동천의 미로밴드 쇼케이스에서 두 사람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을 당시 네티즌 사이에서는 '얼짱 가족'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몸매, 어느덧 엄마를 꼭 빼닮은 아가씨로 성장한 동주는 가 족과 떨어져 지낸 게 습관이 돼 혼자 지내는 게 더 익숙하다. 하지만 늘 자신을 위해 최선 을 다한 엄마의 헌신, 가족에게 멋진 모습으로 서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은 언제까지 나 기억하려고 한다. 이번 엄마의 새 책에도 엄마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실어 눈 길을 끌기도 했다.
가족은 나의 힘이지만
그러나 이제 가족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서정희는 아버지를 다섯 살에 잃었다. 4남매를 홀로 키우기가 어려웠던 그녀의 어머니는 이민을 결심했고, 미국으로 오라는 이모의 편지를 받자마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이민을 가기 전 영어 학원을 다니던 그녀는 모델 캐스팅을 받아 지금의 남편 서세원을 처음 만났다. 서세원은 그녀를 만나자마자 결혼을 하자고 했다. 서정희는“삶이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에 결혼해서 공부도 시켜 주고 친정도 돌봐주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남편 말을 믿고 동거부터 시작했단다. 당시 인기 스타였던 서세원이 결혼을 하면 인기가 떨어질까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결국 두 사람은 큰딸 동주를 낳은지 2개월 후에야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2년후 아들 동천을 또 얻었다. 그때부터‘서정희’라는 이름보다‘서세원의 아내’‘동주 엄마’‘동천이 엄마’로 더 자주 불렸다.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이지만 때 로는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녀는 “서정희는 가족이란 단어에 치인 사람”이라고 했다. 내조 잘하는 아내이자 훌륭한 엄마로, 똑 부러지는 주부로 지내는 것도 좋지만‘서정희’라는 이름을 잃어가는게 견디기 힘든 일이었나 보다.
가슴속 응어리들을 모두 녹여내는데 7~8년이 걸렸는데, 새 책을 내고 안정된 마음이 또다시 흔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그저 연약하고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절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어요.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게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격려 끝에 용기를 내본 겁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에게 감동의 대상이 돼서 열심히 사는 모습 을 보여주는게 저의 소원이에요.”
올해 나이 마흔여덟, 절대 동안의 그녀도 이젠 책을 읽으려면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가 됐다. 보름에 한 번 흰머리를 염색하기도 하고 1년에 1kg씩 체중이 는다. 이제는 여유롭게 인생을 즐겨도 되련만 여전히 그녀는 억척스럽게 새벽에 일어나 집안을 돌본다. 조용히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며 그 속에서 일의 원칙과 요령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정희식 마음 치료법이다.
<여성중앙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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