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학 교수 1500명이 모이는 제51회 전국교수테니스 대회가 10월 13일~1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다. 그동안 팬데믹 코로나로 3년간 개최하지 못하다가 다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대학교를 방문했다. 이번 대회의 대회장을 맡고 있는 체육교육과 박일혁 교수는 그동안 서울대 단체전 대표선수로 활약하며 서울대가 좋은 성적을 내는데 많은 기여를 해 왔다. 또 지난 6월, 물맑은 양평군수배 전국대회 오픈부에서 우승해 탄탄한 실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코로나 이전에 매 년 열린 대학생 동아리대회에서도 대학생들과 함께 뛰면서 혼연일체가 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박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본다.
*전국교수테니스대회는 어떤 대회인가요?
전국교수테니스대회는 1972년도에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51회 대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역사가 50년이 넘은 전통 있는 대회로 초창기에는 국무총리실에서 교수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예산을 보조해 주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었고 이에 대회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으나 서울대, 부산대, 충남대, 전남대 등 국립대학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1991년 “한국교수테니스연맹”을 설립. 그 후 참가자가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대회로 다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한국교수테니스연맹 홈페이지 참조).
참가 인원도 초창기 몇 백명 수준에서 현재는 약 100여개 대학의 1,500여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전국교수테니스대회에서의 입상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에 참가 교수님들은 모두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십니다.
* 경기 운영 방식은 어떤가요?
순수 동호인 위주의 대회로 운영하고 있고 선수 출신 교수님들은 참가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대학 동아리 시절 테니스를 시작한 교수님 부터 과거 중학교 랭킹 1위 선수출신도 참가하는 등 각 부서에 따라 매우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춘 분들도 계십니다.
대회의 개인전은 크게 연령별로 청년부, 일반부, 장년부, 시니어부, 여성부 가 있고 각 연령부별로 A조(오픈부)와 B조(신인부)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B조에서 3위 이상 입상자는 다음 해부터 A조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단체전은 3복식 경기로 A조와 B조로 나뉘고, B조 입상 대학은 다음 해에 반드시 A조에 한 팀을 출전시켜야 합니다. 대학별로 참가팀 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 한 대학에서 각 부 여러 팀을 참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전국교수테니스대회를 서울대에서 주최하게 된 배경은 ?
전국 대학들의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하여 최근 2~3년간 대회 개최를 하겠다고 나서는 대학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의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재정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대회는 개최하겠다는 대학이 한 곳도 나서지 않아서 한국교수테니스연맹에서 서울대 개최를 요청. 이에 서울대 교수테니스회 교수님들이 “그동안 다른 개최 대학들로부터 받았던 혜택을 우리도 돌려드리기 위해 봉사하자”라는 마음으로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대회 날짜는 서울대학교 개교기념일(10월 15일)을 포함하는 10월 13일~15일 3일간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 큰 행사를 치르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 할 텐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및 스폰서 확보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코트 확보입니다. 금요일에 치르는 개인전은 총 약 100면, 토요일에 치러지는 단체전은 총 약 80면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몇몇 코트 말고는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6월까지 필요한 코트 확보를 위해 협조를 구하고 열심히 뛰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 교수테니스회 설명 부탁드려요
몇 년도에 서울대학교 교수테니스회가 출범되었는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6.25전쟁 후 대학재건이 시작된 것이 1954년도 이고 이후 1960년대에 대학 시설이 발전하면서 테니스회가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서울대 교수 약 2천여 명 중 약 200분이 테니스회에 등록되어 있고, 이 중 약 40분의 교수님들이 전국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소위 ‘대표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운영은 주로 자체 회비와 대학차원의 교수 동아리 지원비로 하고 있습니다. 소위 ‘대표팀’에 소속된 교수님들은 1주일에 약 2~3회 연습과 게임을 통해 실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최근 8년간 서울대학교 교수테니스회가 전국교수테니스 대회 단체전에서 4회의 우승과 4회의 3위를 하는 등 매년 입상을 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추었습니다.
*언제 어떤 인연으로 테니스를 시작 하셨는나요?
사실 처음 테니스를 접한 건 중학교 때 1개월 정도 레슨을 받았으나 곧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체육교육과에 입학 후 한 학기동안 교양 수준의 수업을 수강한 일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핸드볼, 축구, 농구 등 몸이 부딪히는 격렬한 운동이 좋았고 테니스는 팀의 단결이 약한 스포츠로 인식했습니다. 유학시절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했으나 역시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요.
서울대학교 교수로 온 2005년도에 선배 교수님들의 권유로 서울대 교수테니스회에 가입하였고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정기적으로 즐기기 시작. 이때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선배 교수님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시간이 날 때에만 소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테니스에 빠지게 된 계기는 2006년도에 처녀 출전한 전국교수테니스대회 개인전 복식에서 우연히(?) 준우승을 하고 나서부터입니다. 그때, 저는 운동신경으로만 게임을 했는데 제 파트너였던 영문과 권혁승 교수님이 너무 잘하셔서 197개 팀 중 준우승을 하게 되었지요. 하루에 결승전까지 8경기를 하고 나니 실력도 많이 늘었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테니스에 푹 빠져 있습니다.
* 테니스의 매력이라면 뭘까요?
테니스는 일반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대부분 가지고 있고 특별히 더 매력이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매력 몇 가지는 첫째로 다양한 사람들과 사귀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인간의 원초적인 움직임에 대한 욕구, 자기과시에 대한 욕구, 카타르시스(스트레스 해소) 욕구, 자기만족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입니다. 셋째로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운동신경이 좋고 열심히 연습하는 골퍼들은 약 1년 만에 싱글스코어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테니스는 잘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운동이고 따라서 정복이 잘 되지 않으며, 이 때문에 계속 열심히 하게 되는 매력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는 테니스의 다양한 기술들을 모두 잘해야 하고, 테니스만의 특별한 스코어링 시스템에 기인한다고 생각됩니다. 난 열심히 했는데 세상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 서울대 테니스 동아리 지도교수를 해 오셨는데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첫째로 열심히 집중해서 연습하라는 것입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집중하지 않은 연습은 시간 낭비입니다. 둘째로 팀을 위한 희생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서로를 도우면서 팀 전체가 살아나야 개인도 더 살아나게 됩니다. 셋째로 매너입니다. 모든 스포츠에서 다 그렇지만 테니스는 특히 매너가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좋지 않은 매너로 승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테니스 인생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추억은?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입니다. 전국교수테니스 대회 청년부 B조 준우승, 일반부 A조 준우승, 그리고 수학과 박종일 교수님과 출전했던 비랭킹 전국동호인 대회에서 우승, 올해 양평군수배 전국대회 오픈부 우승은 떠올릴 때마다 엔돌핀이 솟게 합니다. 입상하신 분들은 다 비슷한 느낌이겠지만 결승전까지 가는 과정에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또 극복한 짜릿한 기억이 깊게 남습니다.
*교수님 인생에서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역시 가장 우선은 가족이겠지요. 부모님을 포함하여 가족이 없다면 현재로서는 삶의 의미가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다음은 진솔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 많이 좋아졌으나 테니스 시합에서도 진솔하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제자들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자들이 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 박 교수님의 핸드폰이 수시로 울렸다. 각자가 CEO라는 교수 1500여명의 참석하는 이 대회는 교수들이 모여서 하는 행사로는 최대의 규모라고 한다. 80면의 코트를 구하고 진행위원을 섭외하고 참가한 선수들을 만족시킬 만한 참가품을 선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100여 일 동안 서울대 교수테니스회 회원들과 협심하여 전국 1500명의 교수님들을 맞이할 채비에 벌써부터 바쁜 모습이었다. 탄탄한 준비로 성공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본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