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장기 이식 후 거부반응 없이 세계 최장 993일 안정적 유지.'
지난해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이종이식학회에서 김미금 서울대 교수팀과 국내 생명공학회사 옵티팜의 공동 연구결과가 전세계 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돼지 각막을 원숭이의 눈에 이식했는데 993일동안 거부반응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식성공의 지표인 투명도(transparency), 굴절률을 포함한 각막기능에도 문제가 없었으며 조직검사 결과도 우수했다.
일반적으로 이식된 이종장기가 거부반응 없이 180일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연구결과였다. 이종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이정표의 하나로 전세계 연구진에게 받아들여졌다.
현재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에 비해 장기 기증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데, 이종장기 이식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연구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150만명의 시각 장애인이 생기는데 중국 정부는 4월부터 인간에게 돼지 각막이식을 허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연구책임자는 “최근 획기적인 생명공학기술의 발달로 이종장기를 이식하는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용화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각막, 췌도, 피부 뿐만 아니라 간, 심장 그리고 폐까지 돼지장기를 인간에게 이식가능한 날이 그렇게 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Farm에서 Pharm으로, 인간으로 시선을 돌리다
옵티팝 연구진은 2007년 국내엔 낯설었던 미니돼지를 들여왔다. 미니돼지 몸무게는 일반돼지의 3분의1 수준인 평균 60kg 정도로 사람장기 크기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무균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고 마땅히 시설을 건설할 업체도 없었다. 옵티팜은 직접 발로 뛰며, 시설을 만들고 관리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현재 글로벌 수준의 5개 무균시설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동물을 다루는 회사로 시작했지만 미니돼지에서 인간으로 적용 가능한 동물사업까지 확장했으며 현재 6개 사업부 중 하나가 이종장기 연구다.
옵티팝은 국내외 경쟁사에 비해 가진 강점은 이종장기 이식에 핵심적인 동물질병 진단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종장기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동물이 가진 질병 혹은 바이러스와 같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회사는 이미 다양한 분자진단 키트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종장기 상업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일까? 연구자는 ‘유전자를 콘트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혁명으로 이종장기 이식 가능성이 훨씬 앞당겨졌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퍼로 그 전에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회사는 2013년부터 형질전환동물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1세대 유전자가위인 제한효소(homogeneous recombinase)는 특이도가 떨어져 성공확률이 1/100밖에 되지 않아 어려웠다. 이후 성능이 더 뛰어난 2세대 유전자가위 탈렌(TALENs)도 사용했지만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Cas9)는 이전 유전자 가위와 비교하면 편리성, 효율, 시간면에서 굉장히 획기적인 수준이다.”
이종장기 이식을 위해 유전자 조작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면역거부반응 때문이다.
오랫동안 돼지, 침팬지와 같은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수술이 성공적임에도 불구하고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쇼크가 나타나는 것이 문제였다. 1993년 David Cooper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이 세포표면에 존재하는 α-galactose(α-gal)이라는 당분자가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임을 밝혔다. 이후 장기기증 동물에서 α-gal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해 일차적인 거부반응을 방지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외 이종장기를 연구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치명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킬 다양한 분자들을 배아시기 유전자 수준에서 제거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종장기이식 상업화, 어디까지 왔나?
이종장기 이식 시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은 시간에 따라 초급성/급성/혈관∙세포성/만성 거부반응으로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특정 유전자를 조작할 때 어떤 단계 반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지 고려해야 한다.
초급성 거부반응은 주로 α-gal을 포함한 돼지 장기표면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이 관여하며 수시간 안에 발생한다. 급성 거부반응은 혈청내에 존재하는 면역 향상을 도와주는 분자인 보체가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며 며칠 내에 나타난다.
혈관∙세포성 거부반응은 일차적으로는 선천성 면역세포에 의해 나타나며 이후 적응성 면역세포가 관여하며 수일에서 수개월 후 발생한다. 만성 거부반응은 면역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며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연구소에서 가진 미니돼지 대표적인 상업화 모델은 'O형, GT KO/CD39 KI/PERV C(-)'다.
돼지는 14가지 혈액형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사람혈액에 가장 이상반응이 없는 타입이 O형이다. GT KO는 α-gal 유전자를 없애(Knock-out) 급성 거부반응을 방지한 것이고, 반대로 CD39 KI는 사람의 혈관 내피세포에 발현하고 있는 단백질인 CD39을 유전자 가위로 삽입(Knock-in)한 형태다. CD39가 중요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T세포 면역을 피할 수 있기에 만성면역 거부반응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PERV C(-)는 돼지 몸속에 내재돼 있는 62개 PERV(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PERV C를 제거하는 것으로 장기이식 후 감염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테스트를 했을 때 이식에 큰 거부반응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를 얻었다”며 “향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다면 30여종의 유전자를 한 번에 편집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서울대와 MOU를 체결해 미니돼지 각막이식의 전임상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으며 2018년 인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 치열해질 이종장기 이식…중국은 4월부터 돼지 각막이식 허용
국내 다른 경쟁업체들도 이종장기 이식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초급성∙급성∙혈관성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GalT KO/MCP/CD73’ 미니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2018년 돼지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엠젠플러스는 최근 생명공학연구소 확장 이전을 계기로 이종장기 연구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이종 췌도와 각막에 초점을 맞춰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을 전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2018년말 돼지 췌도 이식 임상시험을 목표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회사는 2014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 안규리 교수팀 등과 공동으로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돼지의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연구에 참가한 바 있다. 삼성의료원에서는 ‘GTKO/hCD39(human CD39)’ 돼지 간으로 간이식이 절실한 환자에게 생명연장의료장비로 활용하는 임상 1상이 끝나가는 단계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5년 네이쳐(Nature)에 실린 뉴스가 이목을 끌었는데 그 내용은 유전자가위 덕분에 이종장기이식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것.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도 이종장기이식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있으며 기초연구부터 돼지 무균시설을 키울 수 있는 시설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2017년에 매년 1000개의 돼지 폐를 생산할 수 있는 이식공장 착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Living Cell Technology는 젤로 싸여진 췌도(DIABECELL)로 3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에 한해 이종장기이식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후생노동성이 이종이식을 금지해온 규정을 수정하기로 밝혀 앞으로는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4월부터 사람에게 돼지 각막이식이 가능해져 현재 시행된 건만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철세 대표는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전임상을 포함한 임상시험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종장기이식 분야 뿐만 아니라 유전자가위, 줄기세포 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는 충분한 근거와 자료가 있다면 외국 사례가 없더라도 'world first case'를 만들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에는 이종췌도 및 각막에 대해 인간 임상시험 허가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